상법 개정 이후 자사주 소각 공시 급증
금융·지주·자동차 등 차별화 전략 주목
금융·지주·자동차 등 차별화 전략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실적 시즌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주주환원 정책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밸류업 정책이 확산되면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이려는 기업들이 시장으로부터 우호적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3월 개정 상법 시행 후 첫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SK는 발행주식의 약 20%에 해당하는 5조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 소각을 결정했고, POSCO홀딩스, 미래에셋생명,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아모레퍼시픽 등도 잇따라 자사주 소각을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약 150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67개사)의 두 배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주주환원 문화가 정착되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순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한 기업들은 추가 소각 유인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시장의 요구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흐름은 실제 숫자로 확인된다. 전날 KB금융은 사상 최대 규모의 상반기 순이익(3조8846억 원)을 발표하며 하반기 7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이로써 올해 연간 주주환원 규모도 약 3조7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이에 증권가도 일제히 KB금융에 대한 눈높이를 높였다. 삼성증권은 비은행·비이자이익 부문의 실적 차별화를 근거로 KB금융 목표주가를 기존 20만 원에서 23만 원으로 상향했고, 대신증권도 목표가를 23만2000원으로 내놓으며 최근 6개월 리포트 기준 최고가를 제시했다.
다올투자증권도 목표가 21만 원을 유지하면서도 "하반기 추가 주주환원 재원은 약 88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잔여 1800억 원은 4분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일차 가정한다"고 밝혀 4분기 추가 소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주식 총 2639만6296주를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약 5024억 원으로, 앞서 2월 소각분(약 1318억 원)을 합치면 올해 누적 소각 규모는 6342억 원에 달한다. 이는 회사가 밝힌 '1억주 소각' 목표의 38.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금융 외 업종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의 주주환원 정책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2025~2027년 3년간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하고 총주주환원율(TSR) 3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의 경우 부품사 화재와 해외공장 생산 차질 여파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하반기 생산 정상화와 신차 효과에 따른 수익성 회복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기아는 자사주 소각보다는 배당 확대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기아의 배당성향은 34.9%, 현금배당수익률은 4.2% 수준으로 안정적인 현금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실적은 이미 시장이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주주환원 정책은 기업의 자본 배분 의지와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를 지속하는 기업일수록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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