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등급 회사채 발행도 약 4분의 1 AI 관련
비AI 기업 조달비용 영향 추정치는 0.05%포인트
FT “자금·실물투자 구축효과 아직 뚜렷한 증거 없어”
비AI 기업 조달비용 영향 추정치는 0.05%포인트
FT “자금·실물투자 구축효과 아직 뚜렷한 증거 없어”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기업이 최근 1년간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금의 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올해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서도 약 4분의 1을 점유하면서 AI 투자 열풍이 다른 산업의 자금과 자원을 밀어내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수마야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AI 데이터센터와 모델 개발에 막대한 반도체, 전력, 자금이 투입되면서 다른 부문에 이른바 ‘구축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케인스는 20일(현지시각) FT에 낸 칼럼에서 “장기적으로 AI 혁신이 새로운 투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고정돼 있다고 볼 수 없지만 현재와 같은 대규모 투자 국면에서는 단기적인 자원 제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주변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거나 AI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를 저가 스마트폰에 사용하려는 기업이라면 자원 경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 美 VC 자금 3분의 2 AI로…회사채도 4분의 1
케인스에 따르면 자금 흐름에서는 AI 관련 기업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AI 기업이 받은 투자금은 미국 전체 VC 투자액의 거의 3분의 2에 달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총발행액 가운데 AI 관련 기업의 비중이 약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는 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인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업체, 데이터 관련 금융 제공업체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정보처리 장비와 데이터센터 등 AI 관련 분야의 자본지출은 증가한 반면 다른 민간투자는 감소했다.
사무용 건물 건설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크게 늘었지만 나머지 부문의 지출은 부진했다.
그러나 케인스는 이 같은 현상만으로 AI가 다른 산업의 투자를 직접 빼앗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AI 열풍 자체가 새로운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전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은행은 일반적으로 미 국채금리가 오르면 VC 투자가 위축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관계가 깨졌다며 AI라는 변화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VC 투자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 AI 없는 분야 투자 부진…다른 원인도
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는 동안 미국의 다른 민간투자가 약해졌다고 해서 그 원인을 AI에서만 찾기도 어렵다.
미 제조업의 광범위한 회복을 AI가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정부 보조금 종료,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긴축적인 통화정책 등이 더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케인스는 지적했다.
국가별 비교에서도 AI 투자가 다른 투자를 단순히 밀어내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진에 따르면 2025년 말까지 2년 동안 AI에 대한 지향성이나 준비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기업투자와 전체 투자 증가세가 모두 상대적으로 강했다.
한 국가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투자자금이 고정돼 있고 AI가 이를 다른 산업에서 가져오는 것이라면 AI 투자와 전체 투자 사이에 이 같은 양의 관계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FT는 이를 AI 투자가 전체 경제의 투자 확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 비AI 기업 자금조달 비용 영향 0.05%포인트 추정
회사채 시장에서도 현재까지 AI 기업의 막대한 자금조달이 다른 기업을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의 제시카 린델스, 데이비드 메리클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AI 기업의 상대적인 부채 조달비용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이퍼스케일러와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 다른 기업의 전반적인 금융비용을 소폭 끌어올렸을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은 신용공급을 줄이는 양적긴축의 영향을 토대로 이 효과를 약 0.05%포인트로 추정했다.
기업 외 영역에서는 구축효과의 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AI 관련 기업들이 장기 자금을 대거 조달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필요로 하는 것과 같은 장기 투자자금을 놓고 경쟁한다.
실제로 이번 주 장기 국채시장의 가격 급락을 두고 AI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 2028년 AI 투자 美 GDP 2.8% 전망
AI 투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 자원 경쟁도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한 추산에 따르면 미국의 AI 투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8%에서 2028년 2.8%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AI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반도체, 건설자원뿐 아니라 장기 자금시장에서 다른 산업이나 정부와의 경쟁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FT는 현재 나타난 자금과 실물투자 흐름만으로 AI 투자가 다른 산업의 투자를 본격적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결론짓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AI가 기존 자원을 다른 분야에서 가져오는 것인지, 오히려 새로운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 전체의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는지가 향후 AI 투자 붐의 경제적 효과를 판단할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