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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첨단 손잡이', 왜 안전의 약점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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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첨단 손잡이', 왜 안전의 약점 됐나

매립형 전자식, 디자인·공기저항 개선 위해 확산
전원 끊기면 수동개방 의존…위치·표시가 탈출 변수
中 2027년 금지…美·유럽도 새 안전기준 검토
매립형 전자식 문손잡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매립형 전자식 문손잡이. 사진=로이터

중국에서 사상 최대 자동차 리콜을 촉발한 매립형 전자식 문손잡이 논란의 핵심은 평상시 문이 잘 열리느냐가 아니란 지적이 제기됐다.

사고로 차량 전력이 끊겼을 때 탑승자가 기계식 비상개방장치를 얼마나 쉽고 빠르게 찾아 작동할 수 있느냐가 문제의 본질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테슬라가 대중화한 매립형 문손잡이는 차체와 평평하게 맞닿아 있다가 운전자가 접근하면 전자식으로 밖으로 나온다. 깔끔한 외관을 구현하면서 공기저항도 줄일 수 있어 지난 10년간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에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차량 문을 여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까지 전자화하면서 사고 때 전원이 끊기는 상황에 대비한 기계식 장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테슬라를 비롯한 9개 주요 자동차업체의 차량 약 430만대의 리콜을 촉발한 문손잡이 문제를 분석하면서 전자식 손잡이가 전기차의 첨단 디자인과 비상시 안전성 사이의 새로운 규제 문제로 떠올랐다고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문제는 전자식 자체보다 ‘비상시에 어떻게 여나’

매립형 손잡이를 채택한 차량은 전통적인 기계식 장치 대신 버튼으로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고로 전력이 끊기면 전자식 개폐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탑승자는 별도의 기계식 비상개방장치에 의존해야 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때 비상개방장치가 어디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느냐가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자동차안전센터의 마이클 브룩스 사무총장은 “자동차업체가 전력 상실에 대비한 명확한 수동식 개방 방법을 제공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운전자나 승객이 차량을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실내 레버를 두 차례 당기면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비교적 직관적인 구조를 적용했다.

반면 브룩스 사무총장에 따르면 테슬라의 수동식 비상개방장치는 도어 포켓이나 별도의 패널 아래에 있고 명확한 표시가 없어 비상시에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첨단 전자식 기능의 고장 여부만이 아니라 고장 뒤 사용할 ‘두 번째 탈출 경로’를 얼마나 직관적으로 설계했느냐가 안전 문제의 핵심인 셈이다.

◇자동차 기본 기능인데 소비자들은 오히려 혼란

자동차업체들이 손잡이를 첨단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 2023년 자동차업체들이 문손잡이를 새롭게 설계하면서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인 접점 가운데 하나인 손잡이가 문제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문손잡이와 관련해 문제가 많은 10개 차종 가운데 7개가 전기차였다.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이나 열쇠를 인식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손잡이, 터치식 장치, 버튼식 개폐 방식 등이 잇달아 도입됐지만 운전자가 기존 차량처럼 직관적으로 조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 것이다.

평상시에는 디자인과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이 사고나 전력 상실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조작 지식을 요구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테슬라 문손잡이 설계와 관련해서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에서 운전자나 승객이 빠져나오지 못해 다치거나 숨졌다고 주장하는 소송도 여러 건 제기됐다.

일부 미국 운전자들은 자신이 차량 밖으로 나온 뒤 문을 열 수 없어 차량 안에 있던 자녀를 꺼내지 못했다며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금지, 미국은 전체 업계 규정 검토

각국 규제당국도 이 문제를 개별 차종의 결함을 넘어 자동차 설계 기준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강제적인 조치에 나선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 전기차 안전 감독을 강화하면서 내년부터 매립형 문손잡이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식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한 국가는 중국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접근법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NHTSA는 지난 7월 특정 테슬라 모델3의 비상개방장치와 관련한 리콜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특정 업체나 차종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자동차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식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 의회에서도 전자식 손잡이를 적용한 차량에 전력 상실 때도 작동하는 기계식 수동개방장치를 갖추도록 하는 법안이 제안됐다.

유럽에서도 같은 문제가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규제당국은 지난해 자동차 문손잡이 설계의 잠재적 위험을 주요 안전과제로 지목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차량 전력이 끊겨도 전자식 문을 차량 안팎에서 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中 리콜이 美·유럽으로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중국에서 약 430만대에 이르는 대규모 리콜이 시작됐지만 같은 차량이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자동으로 리콜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국과 같은 리콜을 실시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브룩스 사무총장도 한 국가에서 리콜이 이뤄졌다고 해서 다른 시장에서 같은 조치가 반드시 뒤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테슬라가 미국에서는 리콜에 맞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매립형 손잡이 퇴출을 결정하고 미국이 업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새 안전기준을 검토하는 데 이어 유럽에서도 관련 기준 마련이 진행되면서 전자식 문손잡이를 둘러싼 규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지난 10년간 전기차 업체들은 문손잡이를 차체 안으로 숨기고 전자화하면서 자동차의 외관과 공기역학을 바꿨다. 이제 규제당국이 요구하는 방향은 반대쪽에 가깝다. 전원이 끊기고 전자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누구나 문을 알아보고 즉시 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기록적인 리콜이 던진 문제는 단순히 특정 손잡이가 고장날 수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와 전자장치 중심으로 바뀌더라도 비상탈출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기본 기능은 직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계 자동차 안전규제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