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토지 매각 대금 끊기자 세제 개편"… 中, '지방부가세' 신설로 '세율 자율권' 부여

글로벌이코노믹

"토지 매각 대금 끊기자 세제 개편"… 中, '지방부가세' 신설로 '세율 자율권' 부여

도시유지건설세·교육부가세 등 3개 세목 단일화… 부가가치세·소비세 납부액의 11~13% 자율 책정
교육 목적세 칸막이 철폐… 4천억 위안 교육 기금, 지방 공무원 급여 및 만기 부채 상환에 전용 가능
글로벌 신용평가사 "구조적 적자 해결엔 역부족… 부동산 의존 탈피와 재정 자율성 확대의 첫걸음"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베이징 중심업무지구(CBD)의 사무실 건물들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사람들이 서 있다, 2025년 11월 12일. 사진=로이터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핵심 수입원이던 ‘토지 사용권 매각 대금(토지재정)’이 바닥나면서 중국 전역의 지방정부들이 심각한 재정난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가 건국 이래 고도로 중앙집권화되어 있던 조세 통제권을 일부 완화하고 사상 처음으로 지방정부에 '세율 결정 자율권'을 부여하는 세제 개혁에 전격 착수했다.

중국 재정부(재무부)는 기존에 세 갈래로 분산되어 있던 ‘도시유지건설세’와 2종의 ‘교육부가세’를 통합해 ‘지방부가세(Local Surtax)’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 초안을 공개하고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성(省)급 지방정부가 지역 경제 여건에 따라 11%에서 13% 범위 내에서 직접 세율을 탄력 책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한편, 특정 용도에만 묶여 있던 교육 목적세의 지출 족쇄를 풀어 만기 부채 상환이나 밀린 공무원 급여 지급에 자유롭게 전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다만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조치가 지방정부의 재정 효율성과 지출 재량권을 높이는 건설적인 진전이지만, 수십조 위안에 달하는 숨은 부채(LGFV)와 구조적 재정 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세수 규모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9월 16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부가세법(초안)》을 발표하고 오는 9월 말까지 전국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3대 부가세 단일 세목으로 통합… 11~13% '탄력 세율권' 성 정부에 위임


이번 세제 개혁의 골자는 부가가치세(VAT)와 소비세 납부액에 연동되어 징수되던 기존 3가지 부가세목의 통합이다.

도시유지건설세는 도시 7%, 현(군) 5%, 농촌 1%로 차등 부과하고, 교육부가세는 전국 일률 3% 고정 부과하며, 지방교육부가세는 전국 일률 2% 고정 부과한다.

그동안 세금, 비(非)세금, 정부성 기금 계좌로 제각기 분산 징수되던 이 세목들은 앞으로 지방정부가 100% 귀속하는 단일 세목인 '지방부가세'로 일원화된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실효 합산 부과율은 약 11.6%였는데, 신규 법안은 각 성 정부가 지역 사정에 따라 11.0%~13.0% 사이에서 독자적으로 요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톈즈웨이(Tian Zhiwei) 상하이재경대학교 공공정책·거버넌스 연구소장은 "중국은 거의 모든 주요 세목의 세율을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해왔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세율 선택권을 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역주기 거버넌스 권한 부여"라고 평가했다.

그는 "성 정부는 기업 유치와 세수 확보 사이에서 정밀한 저울질을 해야 한다"며 "재정이 취약한 내륙 성은 상한선인 13%를 적용해 세수 극대화를 노리고, 저장·광둥 등 부유한 해안 성은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11%를 선택하는 등 지역별 조세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천억 위안 교육 기금 족쇄 해제… "부채 돌려막기·공무원 월급 허용"


이번 개혁에서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지출 용도의 칸막이 철폐'다.

기존 두 종류의 교육부가세(합산 5%)는 학교 시설 개선, 교구 구입 등 오직 교육 분야에만 쓰이도록 법적으로 묶여 있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두 교육 부가세 수입은 연간 3,964억 위안(약 76조 원)에 달했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수수료(부담금)' 성격이던 교육 기금이 정식 '지방세'로 전환되면서 사용 목적의 제한이 완전히 사라진다.

지방정부는 이 막대한 재원을 급박한 지방채 원리금 상환이나 현지 공무원들의 밀린 임금 지급에 즉각 재배분할 수 있게 된다.

저장성 재정국의 한 일선 관료는 "중국에서 가장 자립도가 높은 저장성조차 2025년 3,606억 위안(약 69조 원)의 재정 적자를 냈다"며 "해안가 부유한 도시들까지 공무원 급여 삭감과 지급 지연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일반 세금으로 전환해 운용 숨통을 틔워준 것은 당장 눈앞의 현금난을 완화하는 현실적 처방"이라고 전했다.

또한,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 번 신고하던 절차가 1회로 간소화되고, 미납 시 연체금과 행정 벌금이 엄격히 부과되는 법정 세금으로 격상됨에 따라 지방 세무 당국의 징수율도 크게 제고될 전망이다.

지난해 세수 9,134억 위안 규모… 글로벌 신평사 "구조적 구제책은 못 돼"


하지만 이번 개혁이 지방정부의 근본적인 재정 절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3개 부가 세목의 전국 총수입은 9,134억 위안(약 175조 원) 수준이었다.

이는 지방정부 단독 세수로는 최대 규모지만, 연간 수십조 위안 단위로 쏟아지는 지방 채무 만기액과 거대한 재정 결손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현재 중국의 주력 세목 배분 구조를 보면, 부가가치세(지난해 6조 9,000억 위안)는 중앙과 지방이 50대 50으로 나누고, 기업소득세(4조 1,000억 위안)와 개인소득세(1조 6,000억 위안)는 중앙이 60%, 지방이 40%를 가져간다.

연간 1조 7,000억 위안 규모의 담배·주류·연료 소비세는 전액 중앙정부 몫이다.

데이지 샤오(Daisy Xiao)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아태지역 공공재정 담당 이사는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 속도가 가용 재원을 압도하고 있어 이번 조치가 지방의 구조적 재정 압박을 실질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적자는 여전히 특별목적채권(인프라 전용 채권) 발행에 의존해 메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 분석팀 역시 "기존 세 부담 수준과 총 세수 규모가 대체로 유사해 전체 수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과거 통제 불가능했던 부동산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하던 기형적 재정 구조에서 벗어나, 상업 활동과 소비에 연계된 지속 가능한 조세 체계로 이행하려는 중장기 재정 개혁의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농촌 및 현(군) 단위 기업들의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도시유지건설세 체제에서 1~5%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던 비도심 지역 기업들이 성 전체 단일세율(11~13%) 체제로 편입될 경우 실질 조세 비용이 상승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지방부가세 신설 및 세율 자율권 부여는, 향후 ‘부동산 거품 붕괴로 붕괴 위기에 몰린 지방 재정의 유동성 위기를 방어하기 위해 중앙의 조세 독점권을 일부 양보하고 목적세 족쇄를 푼 비상 응급조치’인 동시에 ‘2024년 3중전회에서 천명한 중앙-지방 간 재정 분권 재조정 로드맵에 따라 토지재정 중심의 세수 시스템을 현대적 소비·기업 조세망으로 전면 개편하려는 거시적 체질 개선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