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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유동성 규제 비상등…단기자금 의존 탈피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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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유동성 규제 비상등…단기자금 의존 탈피 '시동'

단기에서 장기로 조달 변화…증권채 발행 11.9조
대형·중소형 '체력전'…중소형사 유동성 관리 부담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 만기가 짧은 단기 차입에 의존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 만기가 짧은 단기 차입에 의존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의 자금 조달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그간 기업어음(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 만기가 짧은 단기 차입에 의존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나, 장기성 조달로의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내년 초 전면 도입을 앞둔 '신(新)조정유동성비율' 규제가 촉매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8일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채 발행 규모는 11조 900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전체 발행액(11조 2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하반기 들어 증권사들이 선제적 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9월부터는 신용등급 A급 이하의 중소형사들까지 증권채 발행 행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증시가 조정을 겪으며 CP와 전단채 발행은 대폭 축소된 반면, 증권채 발행을 통한 장기성 조달 노력은 뚜렷하게 이어지고 있다"며 "증권사 자산총액이 작년 말 944조 원에서 올해 6월 말 1256조원으로 급증하면서 장기성 조달 기반이 마련됐으며, 연말까지 유동성비율 저하에 선제적 대응한 장기성 조달 수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내년 1월 본격 시행될 유동성비율 규제 강화에 증권사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대형 종투사 10곳과 파생결합증권 발행사 13곳에만 국한됐던 '1개월 및 3개월 내 유동성비율 100% 이상 유지' 의무가 전 증권사로 확대 적용된다.

특히 위기 상황을 가정해 유동자산에 최대 30%의 할인율(헤어컷)을 적용해 자산 가치를 깎아내리고, 채무보증과 같은 막대한 우발채무를 유동부채에 직접 가산하도록 규제가 설계됐다.

차주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조정유동성비율은 극단적인 투매가 발생할 경우에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유동자산과 부채 산정 기준을 고강도로 현실화한 것"이라며 "담보제공 자산을 유동자산에서 일괄 차감하고 우발부채를 가산하게 되면, 증권사 전반의 유동성 지표 저하가 불가피해 선제적인 현금 및 유동성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기업평가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신규 규제 적용 시 주요 19개 증권사의 1개월 및 3개월 유동성비율은 현행 대비 각각 12%포인트 급락한 106%, 104% 수준으로 추락할 전망이다. 49조원 규모의 우발채무 중 단기 유동성 부채로 잡히는 금액만 36조원에 달해 지표 훼손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한파 앞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대형 종합IB들은 80% 이상의 우발채무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 선제적 증권채 발행과 1년 이내 발행어음 등 다각화된 조달 창구를 통해 지표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반면 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금 조달 구조에 취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단기 외부 차입인 RP 매도 비중이 41.6%에 달해 대형사(31.0%)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규제 기준선인 100%를 밑돌며 지표 관리에 비상이 걸릴 확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인 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는 장기 시장성 조달 여력이 크지 않아 유동성 관리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동산 PF 등 사업성이 열위한 중소형사 내에서도 신용도와 우발채무 경감 여부에 따라 조달 장기화 성과가 극명히 엇갈릴 수 있어 개별 증권사별 유동성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재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bce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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