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테가데아, 51층 '1 노스 와커' 약 7425억 원에 매입 완료
- 4765억 원 규모 모기지 부채 승계… 순수 현금 2659억 원 투입한 절묘한 묘수
- 도심 오피스 시장 양극화 심화… 만기 앞둔 한국 금융권 해외부동산 펀드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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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패션 브랜드 자라의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패밀리오피스 폰테가데아가 미국 시카고 금융 중심가의 51층 오피스 빌딩인 '1 노스 와커 드라이브'를 약 5억 5000만 달러(약 7425억 원)에 매입했다.
경제 전문 매체 빌리어네어스 아프리카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조사기관 코스타 뉴스를 인용해 폰테가데아가 도널드 브렌이 이끄는 어바인 컴퍼니와 10월 13일 매매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2026년 10월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글로벌 대형 기관들이 차입 비용 부담 탓에 도심 빌딩 매각에 나서는 가운데, 막대한 지분 배당금을 쥔 거부가 우량 빌딩을 선별 인수하면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 만기를 앞둔 한국 금융투자업계에도 자산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 대출 승계로 실투입 줄인 2015년 이후 시카고 최대 단일 매각
2026년 미국 전역 오피스 거래 중에서도 지난 1월 뉴욕 파크 애비뉴 타워(7억 3000만 달러·약 9855억 원)와 지난 4월 샌프란시스코 트랜스아메리카 피라미드(6억 9100만 달러·약 9328억 5000만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대형 계약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단순한 현금 동원이 아닌 정교한 부채 승계 구조에 있다. 폰테가데아는 매도자인 어바인 컴퍼니가 저금리 시절이던 2021년에 조달해 둔 3억 5300만 달러(약 4765억 5000만 원)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증권 부채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전체 거래 대금 5억 5000만 달러 가운데 기존 대출 승계분을 뺀 나머지 차액인 약 1억 9700만 달러(약 2659억 5000만 원) 가량만 자체 배당 현금으로 지급했다. 연 7~8%를 넘나드는 현행 신규 대출을 일으키지 않고 과거의 저리 부채를 지렛대 삼아 실제 현금 유출을 방어한 전략이다.
미국 부동산 전문 매체 비스나우에 따르면 수요일 저녁 기준으로 쿡 카운티 부동산 등기소에는 해당 소유권 이전이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다. 매도자인 어바인 컴퍼니는 2026년 1월부터 자산 매각을 추진해 시카고 도심에서 첫 자금 회수를 달성했다. 어바인 컴퍼니는 시카고 지역에 71 사우스 와커 드라이브와 300 노스 라살 스트리트 등 오피스 타워 두 곳을 계속 자산으로 유지한다.
94% 임대율 유지한 우량 빌딩과 가격 방어의 시험대
2001년 준공된 1 노스 와커 드라이브는 총면적이 140만 평방피트(약 13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대형 랜드마크다. 코스타 집계 기준 전체 면적의 약 94%가 안정적으로 임대된 상태다. 글로벌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스위스 대형 금융사 유비에스(UBS),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 같은 최상위 임차인들이 장기 입주해 탄탄한 임대 수익을 낸다.
상업용 부동산 업계는 이번 거래를 우량 오피스의 시장 가치를 실증하는 분기점으로 평가해 왔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 앤 웨이크필드의 제프 스켄더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9월 비스나우 주최 콘퍼런스에서 1 노스 와커 드라이브 매각 결과가 임대료 수준을 견고하게 방어하고 공실을 낮게 통제해 온 소유주가 매각 시점에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폰테가데아는 이미 시카고 도심에 자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시카고 웨스트루프에 있는 492가구 규모 고급 주거용 타워인 727 웨스트 매디슨 스트리트를 약 2억 3200만 달러(약 3132억 원)에 사들였으며, 명품 상점가인 매그니피선트 마일 일대에도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해 도시 핵심지 포트폴리오를 지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도심 부동산 양극화와 한국 금융사 해외 대체투자 만기 부담
이번 거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극단적인 차별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확인시킨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90%가 넘는 임대율을 지켜낸 랜드마크는 저평가 국면을 노린 자산가들의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공실률이 20%를 웃도는 중하위권 오피스는 신규 임차인을 찾지 못한 채 담보 대출 차환에 실패해 기한이익상실 위기로 곤두박질치는 형국이다. 매수자가 고금리 신규 대출을 피해 3억 5300만 달러의 기존 부채를 떠안는 정교한 구조를 택한 것 역시 금융 환경 악화에 대응한 방어적 설계다.
미국 중심부 오피스의 밸류에이션 하향 조정은 한국 금융투자업계에 직접적인 과제를 안긴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 오피스에 부동산이나 기업 투자에서 선순위(가장 안전한 담보) 대출보다는 순위가 밀리지만, 지분(에쿼티) 투자보다는 변제 순위가 앞서는 대출이나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한국계 부동산 사모·공모 펀드들은 2026년 하반기부터 2027년까지 대거 만기 도래를 맞는다.
미국 핵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평균 가격이 고점 대비 낮아진 상황에서, 담보인정비율 재산정 및 차환 조건에 따라 펀드별 자본 회수율이 크게 갈릴 수밖에 없다.
시장의 핵심 변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완화 보폭과 상업용 부동산 대출 차환 금리의 하향 안정화 여부에 달려 있다. 시장 조달 금리가 내려앉을 경우 자본환원율 부담이 줄어들며 자산 평가액이 반등해 한국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도 완화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 경우 풍부한 배당금으로 과거 저리 부채를 품으며 알짜 자산을 선점하는 패밀리오피스와 차환 벽에 부딪혀 자산을 재구조화해야 하는 기관 사이의 격차는 한층 가파르게 벌어질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