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전력·부지 규제 피해 인접한 바탐섬으로 수십억 달러 글로벌 자본 쇄도
엔비디아·퍼머스·가우캐피탈 1.47GW 확충 추진… 냉각수 소비 폭증에 주민 '단수·정전' 속출
서자바 640MW 센터는 환경 허가 논란에 공사 중단… "주민 희생 딛고 선 AI 인프라는 인권 침해"
엔비디아·퍼머스·가우캐피탈 1.47GW 확충 추진… 냉각수 소비 폭증에 주민 '단수·정전' 속출
서자바 640MW 센터는 환경 허가 논란에 공사 중단… "주민 희생 딛고 선 AI 인프라는 인권 침해"
이미지 확대보기싱가포르의 엄격한 토지·전력 규제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다국적 자본이 막대한 전력과 냉각수를 집어삼키면서, 경제 성장을 내세운 정부의 인프라 유치 정책과 현지 주민들의 기본적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10월 26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페리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바탐섬의 경제특구 '농사 디지털 파크(Nongsa Digital Park)' 인근 마을 주민들은 극심한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26년간 거주한 주니아디 아딘다(53)는 "올해 초 농사 디지털 파크 내 데이터센터가 상업 운영에 들어간 이후 평생 겪어보지 못한 단수가 시작됐다"며 "연초에는 오전 시간에만 물이 나오더니, 최근 3주간은 한밤중에만 겨우 물이 공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싱가포르 규제 피해 바탐으로 '우회 쇄도'… 엔비디아 등 1.47GW 몰려
바탐섬이 글로벌 IT 공룡들의 투자 격전지가 된 배경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규제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싱가포르는 심각한 토지 및 전력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신규 승인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대체지로 각광받던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역시 최근 심각한 전력망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싱가포르 광통신망과 직접 연결되면서도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바탐으로 눈을 돌렸다.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ushman &Wakefield)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의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468메가와트(MW)로 말레이시아(1.3GW)나 싱가포르(1.1GW)보다 작지만, 현재 약 2GW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가 건설 또는 계획 단계에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MI는 10월 22일 보고서를 통해 바탐섬의 가동 용량은 현재 70MW 수준이지만, 향후 몇 년간 추가될 프로젝트만 747MW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농사 디지털 파크에는 홍콩 가우캐피털(Gaw Capital)과 현지 개발사 시나르 프리메라(Sinar Primera)가 5.2MW 센터를 가동하며 4배 증설을 추진 중이고, 싱가포르 데이원(DayOne)이 72MW, 노르웨이 BW그룹 계열인 BW디지털이 144MW 캠퍼스를 짓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호주 퍼머스(Firmus)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최첨단 AI 가속 칩을 장착한 360MW 규모의 초대형 캠퍼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데이터센터 운영사 DCI 역시 인근 빈탄섬에 최대 1GW 규모의 확장을 벼르고 있어, 바탐 자유무역지대청이 추산한 섬 내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총 1.47GW(원자력 발전소 1.5기분)에 육박한다.
서자바에선 640MW 공사 중단… "물·전기 먹는 하마" 반발 확산
데이터센터가 유발하는 자원 독점 갈등은 바탐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도 자카르타 인근 서자바주 푸르와카르타에서는 싱가포르계 BDx가 인도네시아 최대 저수지인 자틸루후르 댐 인근에 짓던 640MW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공사가 지난 1일 전격 중단됐다. 데디 물야디 서자바 주지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수자원 고갈 위험과 환경·건축 허가의 적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수자원뿐 아니라 잦은 정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바탐섬 전역에서 정전이 잇따르자 주민들은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 소비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영 전력공사(PLN) 바탐 지사는 현재 섬의 전력 설비(930MW) 가동률이 80% 수준으로 여유가 있으며 정전은 데이터센터 때문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엘니뇨로 인한 기록적 가뭄까지 겹쳐 주민들의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印尼 정부 "8% 성장 동력" vs 시민단체 "주민 희생 딛는 건 인권 침해"
인도네시아 중앙정부는 데이터센터를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적극 밀어붙이고 있다.
아이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가 탐내는 데이터센터를 지원할 풍부한 토지, 전력, 수자원을 갖추고 있다"며 "디지털 및 AI 인프라 확장이 정부의 연 8%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지 시민사회와 환경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싱가포르 CGS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가 싱가포르의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안정적인 전력·용수 공급망이 담보되지 않으면 천문학적인 투자 약속이 실제 운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기후 싱크탱크인 트렌드 아시아(Trend Asia)의 자키 아말리 연구원은 "지역 주민들이 마실 물과 쓸 전기가 부족해 고통받는 동안, 외국 기업의 AI 데이터센터만 24시간 내내 자원을 독점 공급받는 불평등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규제와 수자원 보호 대책 없이 추진되는 데이터센터 확장은 결국 지역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인권 침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