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25% 늘었는데 현금은 말랐다…AI 투자의 청구서
이미지 확대보기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3분기 실적을 내놓자 시장은 차갑게 돌아섰다. 주당순이익(EPS)은 2.12달러로 시장 전망치 3달러를 크게 밑돌았고,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10% 가까이 밀렸다. 하룻밤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이 40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집계도 나왔다. 엔비디아와 함께 인공지능(AI) 랠리를 떠받쳐온 빅테크의 실적 충격이다. 반도체 주가가 또 한 번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삼전닉스 K반도체에 또 한 차례 위기가 오는 것일까?
숫자를 뜯어보면 이번 충격의 성격은 단순하지 않다. 영업 실적만 놓고 보면 알파벳은 오히려 선전했다. 매출은 1276억 달러로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30% 증가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307억 달러로 1년 만에 두 배가 됐다. EPS가 쪼그라든 직접적 원인은 보유 주식의 평가손실 87억 달러다. 회사 스스로 이 손실이 EPS를 0.55달러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회계상 손실을 걷어내면 '쇼크'라는 표현은 다소 과할 수 있다.
시장이 실망한 지점은 다른 데 있다. 첫째는 본업인 검색이다. 검색 매출은 12% 늘어 시장 기대에 못 미쳤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영진은 AI 모드 검색의 광고 수익화가 낮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I가 검색을 잠식할 것이라는 오랜 의구심이 숫자로 확인되기 시작한 셈이다.
부족한 돈은 밖에서 끌어왔다. 3분기에만 회사채로 287억 달러, 신주 발행으로 124억 달러를 조달했다. 지난해 말 465억 달러였던 장기부채는 9개월 만에 1251억 달러로 불었다. 자사주 매입은 한 푼도 없었다. 6월에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참여하는 800억 달러 규모의 증자 계획까지 발표했다.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던 기업이 주주와 채권자에게 손을 벌리는 기업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반도체에 악재인가. 구글의 설비투자는 곧 반도체 기업의 매출이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 1950억~2050억 달러를 그대로 유지했고, 내년에는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데이터센터 서버와 자체 AI 칩인 텐서처리장치(TPU), 여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알파벳의 재고자산은 연초 24억 달러에서 133억 달러로 불어났는데, TPU 재고 확충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칩 수요가 여전히 뜨겁다는 방증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같은 한국 메모리 기업과도 직접 연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주가가 실적이 아니라 기대를 먹고 산다는 데 있다. 시장이 지금 묻는 것은 빅테크가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쓸 수 있느냐'다. 투자 재원이 내부 현금에서 부채와 증자로 넘어가는 순간, AI 투자는 금리와 주가의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뀐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자 비용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 부담이 커진다. 그 압박이 쌓이면 언젠가 투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주가는 바로 이 '언젠가'를 앞당겨 반영한다. 투자가 실제로 줄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만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투자자가 지켜봐야 할 대목은 크게 네 가지다. 클라우드 수주잔고가 얼마나 빨리 매출로 바뀌는지, 내년 설비투자 규모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잉여현금흐름이 언제 플러스로 돌아서는지, AI 검색에서 광고 수익을 얼마나 끌어낼지다. 이 네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 반도체 주가는 빅테크 실적 발표 때마다 출렁일 공산이 크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