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장모와 시어머니의 이중성-'사위질빵'과 '며느리밥풀'

공유
2

[우리말 속에 담긴 이야기] 장모와 시어머니의 이중성-'사위질빵'과 '며느리밥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들 이름을 하나씩 알아 가다 보면 누가 이름을 지었고 거기에 그럴싸한 사연까지 담아 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오늘 소개할 '며느리밥풀'과 '사위질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식물인데 이름과 사연이 그럴 듯하다.

먼저 '며느리밥풀 꽃'에 대하여 살펴보자.
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내외가 어머니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며느리는 효성이 지극했지만 애가 들어서지 않아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늘 못마땅했다. 그러던 어느 해 시아버지 제삿날이 다가오자 며느리는 쌀밥이라도 제사에 올리려고 궁리하다가 자신의 머리칼을 잘라 쌀을 산 후 쌀밥을 지었다. 밥이 거의 다 되어가자 밥이 익었나 보려고 며느리가 솥뚜껑을 열어 밥알을 몇 개 막 입에 넣으려는 찰나에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왔다. 그리고 다짜고짜 며느리에게 쌀은 어디서 나왔으며 귀한 쌀밥을 시아버지가 먼저 드시기도 전에 며느리가 먼저 먹어서 조상의 노여움을 살 거라며 밥주걱으로 사정없이 며느리를 때리고 친정집으로 쫓아냈다.

쫓겨난 며느리는 달리 갈 곳도 없었다. 친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시집간 여자가 한 번 시댁 식구가 되면 죽어서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친정의 부모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불쌍한 며느리는 친정집이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밤새 울다 지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튿날 고개를 넘던 길손이 며느리의 주검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초라한 며느리의 무덤가에 한 떨기 풀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가엾은 며느리의 입술 모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랫입술 모양의 꽃잎에는 하얀 밥풀 두 알이 맺혀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꽃을 '며느리밥풀 꽃'이라 이름 지어 며느리의 한을 달래주었다고 전한다.

가을 문턱에 들어선 요즘 시골집 담장이나 덤불 위로 흰 빛깔의 탐스러운 꽃을 볼 수 있는데, 이름하여 장모의 사랑이 가득한 '사위질 빵'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사위질빵'이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옛날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도 있듯이 처가 집에 가면 사위는 장모로부터 극진한 대접과 사랑을 받게 마련이다.

어느 시골 농가에 가을이 되어 곡식을 추수해야 할 즈음 그 집 사위가 일손을 돕고자 처갓집에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사위에게 일을 시키려는 장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가을걷이는 '두레'라 하여 동네 남정네들이 이집 저집 돌아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위도 다른 남자들과 함께 지게를 지고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장모가 사람을 시켜 새 지게를 만들어 사위에게 주었다. 그런데 사위의 새 지게는 짐도 덜 싣게 되어 있었으며 조금만 무거운 짐을 얹으면 짐을 메는 줄 즉, '질빵'이 금방 끊어져 새로 이을 때까지 일손을 놓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다른 남정네들이 지게를 살펴보니 쉽게 끊어지는 덩굴 줄기로 질빵을 만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일을 꾸민 장모의 마음을 알게 되자 사위에게 화내기는커녕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그후 사위의 지게에 연결된 질빵식물에 특별히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한다. '며느리밥풀'과 달리 가족들 간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나는 따뜻한 이름인 듯하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