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며느리밥풀 꽃'에 대하여 살펴보자.
쫓겨난 며느리는 달리 갈 곳도 없었다. 친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시집간 여자가 한 번 시댁 식구가 되면 죽어서도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고 친정의 부모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불쌍한 며느리는 친정집이 보이는 고갯마루에서 밤새 울다 지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튿날 고개를 넘던 길손이 며느리의 주검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초라한 며느리의 무덤가에 한 떨기 풀꽃이 피어났다. 그 꽃은 가엾은 며느리의 입술 모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랫입술 모양의 꽃잎에는 하얀 밥풀 두 알이 맺혀 있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꽃을 '며느리밥풀 꽃'이라 이름 지어 며느리의 한을 달래주었다고 전한다.
가을 문턱에 들어선 요즘 시골집 담장이나 덤불 위로 흰 빛깔의 탐스러운 꽃을 볼 수 있는데, 이름하여 장모의 사랑이 가득한 '사위질 빵'이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덩굴식물로 '사위질빵'이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을 얻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옛날부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말도 있듯이 처가 집에 가면 사위는 장모로부터 극진한 대접과 사랑을 받게 마련이다.
어느 시골 농가에 가을이 되어 곡식을 추수해야 할 즈음 그 집 사위가 일손을 돕고자 처갓집에 내려오게 되었다. 그러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사위에게 일을 시키려는 장모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가을걷이는 '두레'라 하여 동네 남정네들이 이집 저집 돌아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위도 다른 남자들과 함께 지게를 지고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장모가 사람을 시켜 새 지게를 만들어 사위에게 주었다. 그런데 사위의 새 지게는 짐도 덜 싣게 되어 있었으며 조금만 무거운 짐을 얹으면 짐을 메는 줄 즉, '질빵'이 금방 끊어져 새로 이을 때까지 일손을 놓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다른 남정네들이 지게를 살펴보니 쉽게 끊어지는 덩굴 줄기로 질빵을 만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일을 꾸민 장모의 마음을 알게 되자 사위에게 화내기는커녕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홍남일 한·외국인친선문화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