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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1) 강산면옥]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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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니의 전국 팔도 맛집 탐방(51) 강산면옥]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평양냉면


연일 무더위가 대구를 뒤덮다보니 ​선선한 가을이 하루 빨리 왔으면 하는 푸념을 한다. ​더위에 지쳐버린 입맛 때문인지 냉면집을 자주 찾게 된다. ​수많은 냉면 전문점들이 있지만 필자는 노포의 맛을 간직한 냉면 맛집들을 즐겨 찾는 편이다.

자극적인 맛이 아닌 순수한 본연의 맛을 간직한 곳들이 좋다. 특히 대구에는 노포의 맛을 간직한 소문난 냉면 맛집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영업방침으로 유명한 부산안면옥과 대동면옥과 ​이북음식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대동강이 있다. 옛맛을 잘 간직한 평양냉면 맛집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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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강산면옥 역시 평양냉면전문점으로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냉면전문점이 아닐까 싶다.

1951년 대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에서 개업을 해서 70여년 가까이 한결같이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지긋하게 나이가 드신 어른들이었다. 그만큼 단골이 많다. 오랜 시간 한결같이 사랑 받는 이유는 맛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옛 가요 ‘굳세어라 금순아’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려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데로 가고

길을 잃고 헤메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홀로 왔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강산면옥의 평양냉면.이미지 확대보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강산면옥의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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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인 강사랑이 냉면을 먹는 중에 피난민의 초라하고 지친 행색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영감이 떠올라 1절 노랫말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애절한 가사 속에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이 냉면 속에 고스란히 묻어 있는 듯하다.

푸짐하게 담겨져 있는 그릇에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육수 맛을 보기 위해 숟가락 대신 대접을 손으로 잡아 마셔보았다. 산뜻한 맛이 목젓을 타면서 내려간다. 시원하면서 담백한 맛에 당기는 맛까지 더해져서인지 먹는 내내 감칠맛이 샘솟는 듯했다.

육수를 먹은 뒤 면을 입으로 넣어 봤다. 메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혼합해 사용해서인지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쫄깃했다. 특히 장조림처럼 찢은 놓은 고기와 함께 씹혀지는 맛이 기억에 남는다.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강산면옥의 비빔회냉면.이미지 확대보기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강산면옥의 비빔회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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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냉면은 그 맛이 순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닌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요즘 세대에게는 조금은 밋밋해 보일수 있는 양념이지만 필자에게는 은근하게 입안을 감도는 양념맛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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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빠지면 안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떡갈비다. 파채와 곁들여 나오는 떡갈비는 특별해 보이지 않았지만 금새 실수였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촉촉하면서 육즙을 머금은 떡갈비는 그 자체로도 맛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냉면과 함께 곁들여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맛있는 맛은 먹는 내내 행복하고 기억하고 싶은 맛이 아닐까 싶다. 투박하지만 넉넉한 인심과 정성이 담겨져 있는 냉면 한그릇이 마음을 움직이는 듯했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