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결산

2005년 어린이영화제로 시작한 BIKY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참가 연령을 확대하여 유소년・모든 어린이・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영화축제로 성장해왔다. 해마다 여름방학 시즌에 열리는 이 영화제의 2018년 여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5개국 175편의 영화가 참여했다. 영화제는 경쟁·비경쟁부문으로 나뉘어져 상영됐다. 경쟁부문은 ‘레디 액션!’(Ready~Action!, 국내외 어린이 청소년들의 작품 상영), ‘레디 액션! 12’(Ready~Action!12, 만 6세~12세 이하 어린이 작품), ‘레디 액션! 15’(Ready~Action!15, 만 13세~15세 이하 청소년 작품), ‘레디 액션! 18’(Ready~Action!18, 만 16세~18세 이하 청소년 작품) 로 구분되어 상영됐다.
'참여, 나눔, 즐거움' 영화제 모토
사상 최대 규모 55개국 175편 참여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BIKY는 질 좋은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장이자 영화를 통한 창의 활동이 가능한 마당으로서 어린이청소년이 좋은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영화제”라고 말했다.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올해는 셔틀버스 운행을 실시하여 서·북부 부산권의 19개교 1050명의 학생 참가가 가능하게 됐으며,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한 ‘라이브 더빙’ 6편과 눈과 귀가 불편한 친구들을 위한 배리어프리 상영도 2회 준비했다. 각급 학교의 부산시 교육청지원으로 유치원, 어린이집과 복지시설의 친구들까지 비키 나들이를 하였다.
영화제의 부대행사인 ‘시네마 스포츠’, 기간 중 주말과 휴일에 열리는 ‘비키놀이터’는 축제 속의 축제로서 영화의전당 앞마당을 잔치다운 들썩임으로 가득 채웠다. ‘비키놀이터’의 15개 단체가 마련한 부스들에선 ‘비키 캐릭터 페인팅’, ‘스포츠 스태킹’, ‘인형극 체험’, ‘심리 놀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놀거리와 태권도 시범, 인형극, 오케스트라 공연, 푸드 트럭이 제공하는 먹거리와 함께 좋은문화병원이 제공하는 응급의료센터까지 갖추고 어린이청소년을 기다렸다. 영화제는 다국적 캠프팀 2편의 영화 완성 후 시사회, 부산국제청소년영화캠프 졸업식, 어린이청소년이 직접 기획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레디액션 시상식으로 마무리 되었다.
올해부터 개막식 관례성 벗어나
어린이·청소년 돋보이도록 구성
국제경쟁 부문 ‘레디~액션!’의 시상식이 15일 오후 5시 반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렸다. 이번 시상식은 폐막식과 분리하여 독자적인 행사로 진행됐고, 21명의 비키즈(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들이 어른의 도움 없이 조직적으로 준비한 뜻 깊은 행사였다. 폐막식과 시상식은 수동성과 관례성에서 벗어난 비키즈의 기획으로 신선한 문화행사로 바뀌었다. 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들은 이번 영화제에서 레디액션 예·본선 심사는 물론이고 시상식의 기획부터 진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해 수동적인 대상에서 주체적인 축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이들이 기획 회의를 거듭하여 구상한 시상식에서 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들은 손편지를 써서 교육감을 비롯한 시상자를 직접 초대하고, 초대장의 디자인과 내용을 구성하고 제작했다. 시상식의 사회는 비키즈 김수정(양운고 2)과 이지오(칠암초 5)가 맡았다. 사회자를 민주적 절차와 동의를 통해 선출하고 영화제 기간 내 자신들의 활동을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시상식 중간에 소개 하고 고등학교 사물놀이패를 섭외하여 식장을 타악기의 리듬으로 가득 채웠다. 부산시교육청 김석준 교육감,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의 주유신 위원, 부산시청 문화관광국장 김윤일, KSTAR그룹 문수희 대표 등이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청소년이 주도한 시상식은 스피디한 진행, 지루함이 없는 행사 구성, 외국인을 배려한 영어자막 제공, 한국적 공연이 외국 영화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산업적 과정을 통과해야만 영화라고 믿고 있던 관객들에게 레디액션의 영화들은 ‘영화는 표현의 도구일 뿐’이라는 영상언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전복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협업과 분장의 메커니즘을 통과해야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영화 제작의 과정을 통해 영화가 목적이 아니고 즐거운 활동과 교육적 경험이며 어린이청소년의 영화제작 경험은 더욱 권장되고 확산되어야할 교육적·일상적 문화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상식 지루함 없는 행사로
영어자막 제공, 외국인들 큰 호평

‘레디~액션!’ 12,15,18 각 부문 9명의 수상자들은 ‘넓은바다상’ ‘파란하늘상’ ‘마법의 필름상’을 수상하거나 대리 수상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 상장이 수여되고 마법의 필름상은 비키의 조직위원이자 캐나다 어린이청소년영화 제작자인 사미르 나스르 씨의 부상이 지급되었다. 김석준 교육감은 “어린이청소년 제작 영화를 통해 그들의 일상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비키라는 소중한 교육의 현장에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 뜻 깊은 행사에서 신선한 감동과 즐거움을 느꼈고, 어른들이 할 몫은 이런 주체적인 성장의 기회를 더 많이 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경쟁부문에서 영광의 상패를 수상한 작가는 다음과 같다.
○관객 인기상: 레디액션12 부문/ <복수는 나의 것, Revenge is mine> (이준호, 한국), 레디액션15 부문/ <사탕공장의 비밀, The Secret of Candy Factory>(대만 싱후아 초등학교 영화제작팀), 레디액션 18부문/ <강아지를 찾습니다, Finding A Dog>(하규빈, 한국>
○넓은 바다상: 레디액션 12부문/ <복수는 나의 것>(이준호), 레디액션 15부문/ <이제는 말해요, Before it's too late>(마리오 마르티네스, 스페인), 레디액션 18부문/ <안드로진, Androgyne>(베일리 에이런스, 미국)
○파란하늘상: 레디액션12 부문/ <사냥꾼과 눈표범, The Hunter and the Snow Leopard>(프리머스 애니메이션 학교, 우크라이나), 레디액션 15부문/ <사춘기에게, Sincerely Anthony>(맥스 쇼함, 캐나다), 레디액션 18부문/ <주황불, Orange Light>(황지완, 한국)
○마법의 필름상: 레디액션 12부문/ <스몰 마인드, Small Minds>(나탈리아 닉후, 미국), 레디액션 15부문/<사탕공장의 비밀, The Secret of Candy Factory>(싱후아 초등학교 영화제작부, 대만), 레디액션 18부문/ <나이트메어, Metum>(안나 생가와 하멜리야크, 슬로베니아)
영화제 부대행사의 하나인 국제청소년영화캠프(교장 이현정 영화감독) 졸업식이 같은 날 오전 10시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에서 열렸다.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영화캠프는 청소년 기반 국제 영화 제작 네트워크를 통해 영화제작 캠프에 참가하는 경험 자체가 청소년들에게 다양성을 접하는 동시에 극복할 경험이 되며 힘든 프로젝트를 완성해보는 성취감과 함께 자아 성장과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 캠프에 중국,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몽골리아, 터키, 이탈리아, 한국의 청소년 19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아시아 영화학교에서 3박4일 동안 합숙하며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의 총 과정을 통과하고 우정을 나누며 완성된 두 편의 작품을 들고 시사와 수료식을 함께 가졌다. 이들은 졸업식 이후 영화제도 즐기고 부산을 둘러보는 투어를 떠났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양질의 어린이청소년영화를 감상하고, 어린이청소년들이 국제간의 영화 교류를 통해 각기 다른 나라와 환경의 문화를 이해하고 화평을 도모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들이 성장하여 영화를 통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가 추구한 선한 뜻을 이어받았으면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영화제가 국제영화사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기록되고, 어린이청소년들의 영화 성지의 기능을 하기를 기원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