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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고율관세, 아직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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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고율관세, 아직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4월 3일(현지시각) 뉴저지주 시코커스에 위치한 월마트 슈퍼센터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다음 날인 지난 4월 3일(현지시각) 뉴저지주 시코커스에 위치한 월마트 슈퍼센터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단행한 대규모 고율관세 조치가 발표 당시 예측됐던 ‘물가 폭등’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효과가 단지 지연된 것일 뿐 올가을부터는 본격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각) 온라인 매체 복스는 “관세가 실제로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기기 시작할 시점은 8월 이후가 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물가가 안정적인 이유는 관세 부과 시점이 지연됐고 기업들이 재고를 비축해 충격을 늦춘 데 있다”고 보도했다.

◇ “인플레 예측 틀리지 않았다…시차 문제일 뿐”

복스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2.7% 상승해 5월의 2.4%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식료품, 주거비, 중고차 등 주요 소비재에서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니엘 호르눙 매사추세츠공대(MIT) 선임연구원은 복스와 인터뷰에서 “8월 말이 되면 ‘관세가 여름철 물가를 밀어올릴 것’이라는 경고가 맞았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며 “가격 상승은 이미 시작됐고 시차를 두고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까지 물가가 급등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관세 성공론’을 주장하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달 초 X에 올린 글에서 “인플레이션 선동자들은 틀렸다”고 주장했으며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관세는 왜 물가를 올리는가


복스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무역수지 적자는 나쁘다’는 잘못된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반드시 미국을 ‘착취’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해당 국가의 소득 수준, 소비 성향, 미국 투자 매력도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관세가 가져오는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와 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결국 비용 증가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형성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재고를 비축하거나 손익을 감수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해왔다.

프레스턴 콜드웰 모닝스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매점에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은 대부분 관세 부과 전 수입된 재고에서 나온 것”이라며 “관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은 하반기부터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8월부터 본격 물가 상승 시작”…생활물가 타격 불가피


현재 미국은 캐나다(35%), 브라질(50%), 한국(25%), 유럽연합 및 멕시코(30%)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고율관세 적용을 8월 1일로 예고하고 있다. 중국과는 한시적 합의로 기존 145%에서 30%로 낮춘 상태이며 이 합의는 8월 12일에 종료될 예정이다.

복스는 “일본은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합의를 통해 15%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지만 그 외 대부분의 국가는 ‘사상 최고 수준’의 관세 충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자제품, 가전, 의류, 가구 등 수입 비중이 높은 내구재부터 가격 상승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주요 가전제품 가격은 5.7%, 가구·침구는 1.7%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맥 콜야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신발 같은 일상품목은 구매를 미루기 어렵다”며 “이런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연말까지는 못 버틴다”…기업들도 관세 전가 불가피


복스는 “미국 기업들이 지금까지는 관세를 피해 재고로 버텼지만 하반기부터는 재고도 바닥날 것”이라며 “기업들이 가격 인상 없이 마진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경고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가구당 연평균 약 2300달러(약 331만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콜드웰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현실이 명확해질수록, 기업들은 가격 구조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