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하룻밤 사이에 변하지 않는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이나 그에 이은 ‘#MeToo’의 움직임을 보면 길이 아직 멀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근년에 큰 발전을 이루고 있음은 분명하다. 배우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이야기가 정말 필요한 형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보다 좋아지기 위해서 자신의 역의 설정이나 연기의 내용을 바꾼 여성들을 취재한 영국 판 ‘ELLE’지의 기사를 소개한다.

■ 마야 호크-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에 출연하는 Z세대 배우들은 역할 만들기에 있어 사이드라인에 서지는 않았다. 제작, 감독, 각본을 지낸 더퍼 형제와 제작 총지휘 숀 레비는 이들의 제안에 귀를 기울인 것이다.
지난 시즌 새로 등장한 캐릭터 로빈을 연기한 마야 호크는 이야기 속에서 밝혀진 그녀의 섹셔리티에 대해 제작 도중 결정됐다고 미국 ‘버라이어티’지의 취재에서 밝혔다. 로빈이 여자친구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오리지널 각본에는 씌어 있지 않고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4~5에피소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것은 마야와 더퍼 형제의 협조적인 대화의 산물로 마야는 그것이 통과되었을 때 “정말 정말 기뻤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로 인해 로빈이라는 캐릭터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또 이성애가 보통이라는 약속의 표현에 대한 도전이 되었다. 원래 그녀는 화장실 바닥에서 커밍아웃한 상대인 친구 스티브와 맺어질 예정이었지만, 마야는 “두 사람은 절대로 어울리지 않고 여자는 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마야 덕분에 로빈은 공감할 줄 아는 인간미 있는 캐릭터가 됐다. 관객들이 모두 로비에 대해 조금은 좋아하는 것은 그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 메간 마클-슈트(SUITS)
서섹스 공작부인이 되기 전 2014년 메간 마클은 출연하고 있던 히트 드라마의 현장에서 어떻게 제작자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리고 그녀가 맡은 레이첼 제인이 매번 수건 1장을 걸치고 등장하는 것은 이제 질색이라고 전할 수 있는지 말했다.
세계청소년정상회의 ‘One Young World’에서 진행한 콘퍼런스의 남녀평등에 대한 토론회에서 메간은 청중을 향해 어떻게 노(No)라고 말했는지 말했다. 그녀는 “이건 이제 안 할 줄 알았다. 저는 제작자에게 전화해 이는 무의미하고 이미 한 장면이라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지금이라면 노라고 말할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메건은 자신의 가치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젊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주체성을 주장한 것은 팬을 향해 인간의 가치는 외형이나 섹스어필보다 더 앞서 있는 것이며, 누드가 되기를 거부하고 촬영현장에서 평등하다는 것을 알리는 전진의 한걸음이었음이 분명하다.

■ 한나 머레이-왕좌의 게임
대박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길리 역을 맡은 한나 머레이는 이 작품의 시즌 5에서 존 브래들 리가 연기한 샘웰 탈리와의 섹스장면을 연기하기에 있어서 길리의 관점을 깊이 파악함으로써 성적 학대와 정신적 학대를 받은 사람이 치유되는 과정을 교묘하게 그리고 있다.
그녀의 역할은 오랜 학대를 받았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한나는 이 장면이 흔한 섹스 신처럼 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제안을 했다. 이 장면은 길리가 처음 학대적인 섹스와는 반대의 사랑을 경험할 기회이며 한나가 UK 판 ‘코스모폴리탄’에서 말했듯 아버지에 의해 오랫동안 계획적으로 강간당한 여자아이에게 이 장면에는 각본에 씌어 있지 않은 복잡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것.
한나는 이야기의 초점을 사무엘로부터 길리의 시점에 시프트 해, 그녀가 느끼고 있을 그 순간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어려움도 그릴 수 있도록 프로듀서인 D. B. 와이스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이 시도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완성됐고 한나는 이 장면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 카라 부오노-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다시 한 번 ‘기묘한 이야기’ 화두로 돌아가지만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카라 부오노도 지난 시즌 한 장면에서 아주 작은 디테일 변경을 요구해 그가 맡은 카렌 윌러의 캐릭터 역할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극중에서 카렌은 데이커 몽고메리가 연기하는 빌리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고 정사에 미칠 듯하면서도, 남편 테드가 딸 홀리를 팔에 안고 자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멈춘다.
카라가 ‘그래머’잡지에 말한 것에 의하면, 실은 당초 홀리는 그 씬에는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홀리를 추가함으로써 그녀가 단념하기 위한 깊은 감정의 복잡함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라는 자신에게 이런 강한 생각이 떠올랐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서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카렌에는 거기에 머무르기 위한 진짜 이유가 필요하고(그것에 대해서는 남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카라는 이 감정적인 깊이를 더하기 위해서 홀리를 그 장면에 더했다는 것이다. 테드가 자기 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아 이것이 내 가족”이라고 실감했다고 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