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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리드텍, 美 벨뷰 본사 고강도 인적 쇄신…K-에너지 저장 전략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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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리드텍, 美 벨뷰 본사 고강도 인적 쇄신…K-에너지 저장 전략 재편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 효율화 위해 미국 본사 임원 및 조직 슬림화 단행
글로벌 ESS 치킨게임 속 '수익성 정조준'…소프트웨어 중심 체질 개선 가속
북미 전력망 대개조 주기 겨냥한 '전략적 후퇴', 차세대 지능형 솔루션에 역량 집중
두산그리드텍의 컨트롤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ESS(에너지 저장 장치).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두산그리드텍의 컨트롤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ESS(에너지 저장 장치).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에서 전력망 지능화 사업을 선도해 온 두산그룹의 전략적 요충지, 두산그리드텍(Doosan GridTech)이 창사 이래 가장 가파른 조직 개편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

이는 단순히 업황 부진에 따른 인력 감축을 넘어, 급변하는 북미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의 주도권을 수성하기 위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 재정비'로 풀이된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 지역 유력 경제 매체인 비즈니스 저널(Puget Sound Business Journal)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워싱턴주 벨뷰에 위치한 두산그리드텍 본사는 최근 경영진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번 조직 개편은 2016년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미국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업체인 '윈컴(1Energy Systems)'을 인수하며 출범한 지 10년 만에 맞이한 최대 규모의 인적 쇄신이다.

글로벌 ESS '치킨게임' 속 수익성 정조준


두산그리드텍이 이처럼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글로벌 ESS 시장의 급격한 환경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북미 시장은 테슬라(Tesla)와 플루언스 에너지(Fluence Energy) 등 거대 공룡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치킨게임' 국면에 진입했다.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정책 변화와 공급망 재편이 맞물리면서 기술적 우위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성이 생존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두산은 이러한 양적 경쟁에 매몰되기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전력 최적화 제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고도화하여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완전히 회항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드웨어' 가고 '소프트웨어' 온다…조직의 전면 재구성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니라 관리직과 비핵심 부문 임원을 과감히 걷어내고 의사결정 단계를 수평적으로 재편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반면 전력망 운영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핵심 엔지니어링 인력은 온전히 보존하여 기술적 뿌리를 강화했다.

이는 물리적인 설비 구축 사업(Hardware)에서 벗어나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사업(Software)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두산의 이번 행보는 한국 에너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뉴 노멀(New Normal)'을 제시한 것"이라며, "중국계 기업의 저가 공세에 맞서기 위해서는 지능형 제어 역량만이 유일한 타개책"이라고 진단했다.

'전략적 후퇴'가 가져올 '전략적 도약’


두산그리드텍의 벨뷰 본사 인적 쇄신은 뼈아픈 진통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다가올 북미 전력망 대개조 시대를 대비한 '전술적 후퇴'이자 '내실 다지기'다.

노후화된 미국 전력망의 디지털화 수요는 향후 10년 이상 지속될 메가 트렌드이며, 그 승부처는 결국 '누가 더 효율적으로 전력을 분배하고 관리하느냐'라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판가름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 재편을 발판 삼아 두산이 북미 시장에서 단순한 설비 공급업체를 넘어 '지능형 에너지 플랫폼 공급자'로 거듭날 수 있을지,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이목이 두산그리드텍의 벨뷰의 내일에 쏠리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