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그룹 총수 신년사로 본 2022년 경영전략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시작하는 재계 10대그룹 총수들의 신년사 속에는 3년 전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움츠렀던 기업 활동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깔려 있다.각 그룹 총수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그에 맞춰 주류를 이루는 새로운 패턴의 고객들을 잡기 위해 ‘혁신’을 강하게 강조했다. 특히,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각 그룹 총수들이 제시한 올해 경영 화두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실패 용인하는 문화 만들자”
이미지 확대보기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고객 우선, 수용의 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도 등을 새해 화두로 제시했다.
두 사람은 “고객을 지향하는 기술의 혁신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근간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력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실패를 용인하며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제품, 조직간 경계를 넘어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도록 존중의 언어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를 리더부터 변하여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 중 하나였던 떳떳한 실패자에게도 상을 준다는 ‘신상필상’(信賞必賞)의 원칙을 지켜나갈 것임을 임직원들에게 확인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가능성,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
이미지 확대보기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2년은 그동안 기울여온 노력을 가시화해 ‘가능성을 고객의 일상’으로 실현하는 한 해로 삼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동안 신성장 분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같은 미래사업 영역에서 스마트 솔루션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레벨4 기술을 탑재한 다양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2023년 양산 예정인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시험 주행할 예정이다. 로보틱스 분야는 연구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모빌리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UAM은 2028년 상용화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정몽구 명예회장의 신조였던 ‘품질’을 강조했다. 그는 “전 그룹에 걸쳐 가장 기본이 되는 디테일한 품질 관리 및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 “기업 숙명은 도전자가 되는 것”
이미지 확대보기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1일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새해에는 위대한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론티어’가 되자”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특히, 한층 엄중한 기후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SK가 2030년까지 탄소 2억t을 감축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세웠음을 상기하면서, “SK는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어려운 코로나 여건 속에서도 지난 한 해 SK의 파이낸셜 스토리, 거버넌스 스토리, 글로벌 스토리를 만들어 준 구성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가장 소중한 구성원 행복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며 “회사 내 많은 제도를 구성원 행복에 맞게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보기구광모 LG 회장 “가치있는 고객경험 전달”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한 번 경험하고 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그런 가치 있는 경험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가치’는 ‘일등’과 함께 창업 회장, 선대 회장 시절부터 LG가 추구해온 비전이자 목표다. 구 회장도 이를 승계 발전시키고자 취임 후부터 매년 신년사에 ‘LG가 나아갈 방향은 고객’임을 천명하고 이후, 고객 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구체화해왔다.
구 회장은 올해에도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며,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확대보기신동빈 롯데 회장 “실패를 두려워 말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이제 비즈니스 정상화를 넘어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슛은 100% 빗나간 것과 마찬가지다’는 말을 인용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도전을 주문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가 이뤄낸 성과들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혁신을 위한 시도는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 도전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지주사 전환, 시너지 창출”
이미지 확대보기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한 선진 경영관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업별 전문성 강화와 시너지 창출로 친환경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가 중심이 돼 그룹 차원의 ESG 경영을 리딩함으로써 기업시민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공개한 그룹의 ‘2030 중장기 성장전략’을 통해 우선 철강사업은 친환경 제철 기반 완성과 글로벌 성장을 통해 미래 철강 경쟁력 확보에 매진하겠다고 소개했다.
이차전지소재사업은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고, 수소사업은 본격적인 시장 개화에 맞춰 조기에 사업역량을 확보하고 철강·발전 등 그룹사업과 연계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창업 열정‧도전정신 되새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는 그룹 창립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우리 모두 창업 당시의 열정과 도전정신을 되새기며 100년 한화의 미래를 향한 도약의 한해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해는 일상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의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의 성과를 앞당기고 지속해서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망기술과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항공우주, 그린에너지, 디지털금융과 같은 미래사업은 단기간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확신과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설·서비스 부문은 기존 사업영역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복합개발과 프리미엄 사업에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허태수 GS 회장 “협업, 모든 파트너로 확장”
이미지 확대보기허태수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으로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사업 생태계 확장’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어느 때 보다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 미래성장으로 나아가려면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사업 생태계(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GS의 계열사 간 협업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과의 교류와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위험과 기회에 대응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 회장은 “올해는 내외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고객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조직문화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자”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重 회장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해 만들자”
이미지 확대보기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산업의 패러다임은 디지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사업구조와 사고, 기술, 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2022년을 새로운 가치 창출의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자동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적극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올해 경기도 판교에 건립 중인 글로벌 R&D(연구·개발) 센터(GRC) 입주를 앞둔 만큼 연구·개발 인력 확보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각 사별로 ‘시스템 혁신 TF’를 만들 것을 제안하면서 업종에 맞는 시스템과 제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제1의 신세계’가 되어야”
이미지 확대보기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그룹의 목표로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생각하라’고 주문하고, “올해는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pivoting)하는 원년이다.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마쳤고 이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기 위한 실천만 남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피보팅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하나의 축으로 삼고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나간다는 의미다.
그는 “디지털로의 온전한 피보팅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구현모 KT 대표 “통신 본질 충실, 디지털 플랫폼 기업 성장”
이미지 확대보기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 사회를 연결하는 힘이자 근간인 통신 사업의 본질에 충실하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당당하고 단단한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대표는 “단단한 원팀으로 성공적인 성장 스토리를 완성하자”면서, 올해 사업의 세 가지 키워드로 ‘안정’, ‘고객’, ‘성장’을 제시했다.
그는 “통신 인프라의 안정적인 운영은 우리의 책임이자 사명이며, 안전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부분”이라며 “비즈니스모델 중심의 사업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 고객에게 인정받는 성장을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KT는 보통의 대기업과 달리,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앞장서야 하는 기업”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우리의 역량과 기술, 열정으로 혁신의 돌파구를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리딩해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KT의 숙명”이라며 “KT는 통신 사업자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당당하고 단단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메가 캐리어’로 나아가는 원년”
이미지 확대보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올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과 함께 대한항공이 '메가 캐리어'(대형 항공사)로 나아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 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 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생각”이라면서, “양사의 접목 과정에서 때때로 작은 갈등이 생길지 모르고 상처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머지않아 풍성한 수확을 얻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 위기가 가져온 패러다임의 대전환 시기로, 항공 수요도 서서히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선점하기 위한 도전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면서, “코로나19는 통제 가능한 질병이 될 것이지만, 고객에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힘겹게 열린 하늘길을 외면하게 될지 모른다. 무엇보다 고객이 무엇을 기대하고 원하는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