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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 곁에 바짝 온 현실…홍대 무인매장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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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리 곁에 바짝 온 현실…홍대 무인매장 탐방기

20·30 몰리는 지역...기업들 무인매장 선보여
무인매장 지난해 440% 증가
패션, 패스트푸드, 정육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추세
무인스튜디오 많아 '아이템' 따라 성패 갈리기도
무인정육점 프레시스토어이미지 확대보기
무인정육점 프레시스토어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정육점을 찾았다. 삽겹살, 목살, 채끝스테이크 등 수십가지의 부위의 고기를 팔고 있었지만 고기를 썰고 포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면 됐다. 매장 한켠에는 고기를 신선한 상태로 가져갈 수 있도록 보냉백도 마련돼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무슨 가게인지 신기한 듯 들어와 구경하고 키오스크로 이것저것 눌러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소비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무인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아이스크림 가게, 편의점, 빨래방과 같은 영역에서 패션, 패스트푸드, 정육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였던 세계 무인계산대 시장은 2022년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시장도 규모가 커졌다. 신한은행 빅데이터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주요 자동판매기를 비롯한 무인결제 신규 가맹점은 지난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0% 증가했다.
‘젊음의 거리’ 홍대 인근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무인매장을 찾을수 있었다. 롯데리아 홍대점도 그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문을 연 매장은 무인 주문·픽업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장에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점원과 마주치지 않았다. 다만, 음료 디스펜서 건너편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드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롯데리아 홍대점에서 사람들이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주문한 음식이 담긴 상자를 노크하면 문이 열린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 아이스컵이 상자에 들어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롯데리아 홍대점에서 사람들이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있다, 주문한 음식이 담긴 상자를 노크하면 문이 열린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다, 아이스컵이 상자에 들어있다.

키오스크를 사용해 주문하는 방법은 여느 패스트푸트점과 비슷했지만 주문한 음식을 수령하는 방법이 달랐다. 영수증에 표시된 번호가 스크린에 뜨면 바코드를 인식시킨 후 상자를 노크해 주문한 음식을 꺼내는 방식이었다. 이날 기자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는데 얼음이 담긴 컵만 제공받고 음료는 머신에서 직접 내려마셨다. 매장 내부는 스테인리스 소재의 간결한 인테리어로 마치 가까운 미래의 매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실제 홍대 인근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가 자주 찾는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무인매장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보는 시험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리아 매장 건너편에 위치한 SK텔레콤 플래그십스토어 ‘T팩토리’에서는 지난해 무인개통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또한 청바지 브랜드 랩101도 홍대에서 무인시스템으로 24시간 매장을 운영했다. 출입할 때 신용카드를 인식해 들어가고, 자유롭게 옷을 골라 키오스크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날 매장 방문을 위해 검색한 결과 더 이상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대를 찾는 사람들 중 10대도 적지 않은데 신용카드를 인식해야 입장할 수 있는 방식이 교통카드만 들고 다니는 10대들의 접근성을 낮춰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결제방식 적용에 따라서도 성패가 갈리는 듯 보였다.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KT&G상상마당에 이르는 400M 남짓한 거리는 여기도 ‘찰칵’ 저기도 ‘찰칵’이었다. 큰 길에 면해있는 ‘인생네컷’, ‘니컷네컷’, ‘포토이즘’ 등 무인 셀프스튜디오만 해도 10개가 넘었다. 직원없이 운영되는 매장에는 머리띠와 같은 촬영에 재미를 더할 도구들과 거울이 구비되어 있는 등 비슷한 모습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비슷비슷해 보이는 셀프스튜디오에도 촬영을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매장이 있는가 하면 발길이 뜸한 매장도 있었다는 것이다. 여자친구와 주말마다 셀프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게 취미라는 장씨(남·30·자영업·서울 강남구)는 “모두 똑같아 보여도 사진 촬영을 하고 보면 나오는 결과가 매장마다 다르다”며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집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일년간 셀프스튜디오가 부쩍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25일 홍대 걷고싶은거리에는 무인스튜디오가 많았다. 사진은 이날 가장 붐볐던 매장이다.이미지 확대보기
25일 홍대 걷고싶은거리에는 무인스튜디오가 많았다. 사진은 이날 가장 붐볐던 매장이다.

무인매장 운영은 ‘아이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지난해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은 4000곳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00곳, 2017년과 비교하면 5배 늘어났다. 여름 대목에 매출이 집중되는 빙과업계 특성상 유독 장마가 길었던 2020년 여름은, 대목을 노리고 급하게 매장을 차렸던 업주들에게는 추운 계절이었다.

최근 코로나 19 이후 매장 수가 증가한 무인 밀키트 시장의 경우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외식업 수요가 회복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장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도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bh75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