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유리창 깨졌는데 안 고치고 책임만 떠넘기는 삼성

글로벌이코노믹

유리창 깨졌는데 안 고치고 책임만 떠넘기는 삼성

GOS사태·새벽조깅광고 등 이례적 사건 연이어 발생
파운드리 사업조직 신설 5년 지났지만 활로 못찾아
"활기찬 조직문화가 소통부재로 퇴보" 우려 나와
삼성전자 직원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직원이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계 1등 기업 삼성전자가 흔들리고 있다.

사업 실적과 성과는 창사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삼성전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소위 말하는 ‘깨진 유리창’의 덫에 걸린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유리창이 깨졌으면 얼른 새 유리로 갈아끼우면 되는데, 지금 삼성전자는 왜 깼냐는 비판만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의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것이다.

올 1월초 싱가포르에서 공개한 여장남자 광고로 이슬람 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다양성과 포용성’ 선언과 모순됐다는 지적을 받더니, 불과 3갸월 여만에 영국에서 새벽 2시에 홀로 조깅하는 여성 광고를 공개해 여성 안전에 둔감하다고 뭇매를 맞았다. 세계화를 가장 잘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에서 이런 ‘사건’이 연이어 터진 것은 이례적이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올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22의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실행 강제 저하 논란은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진행 및 대고객 사과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은 6년 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 하다고 지적한다.
2022년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를 신설한 지 5년,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선포한지 3년이 되는 해다. 이를 통해 파운드리 산업은 요동쳤고, 삼성전자와 1위 대만의 TSMC의 물량경쟁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의 판을 뒤집을 묘수로 밀고 있는 신기술 GAA(게이트올어라운드)로 기존 FinFET(핀펫)을 넘어서겠다고 했으나 공정수율(양품비율) 저하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극복하겠지만, 실패의 기간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는 의견도 들린다. 1987년 반도체 셀을 직접하는 방식을 놓고 위로 쌓는 스택(Stack)과 아래로 파는 트렌치(Trench) 기술중 치열한 논란 끝에 스택을 결정하며, 반도체 시장의 판을 뒤바꿨건 ‘위대한’ 경험이 파운드리 공정기술 선택에서도 적용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장기간에 걸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조직내 불안정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기간 마지막 사면권한인 석가탄신일 특별사면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또 다시 연기된 것도 우려를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부재’는 문제다. 재계는 지금 삼성전자는 의사결정 단계에서의 불통이 주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구축한 삼성전자의 ‘하의상달 시스템’은 이 회장이 방향을 제시하면 사장단과 실무진이 추진방법과 실행계획을 담당, 방향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이 회장에게 역제안한다. 제안이 생각과 일치하면 그는 ‘신호’, 즉 판단을 내어 실무진들이 놓친 방향을 잡아준다. 방향을 제시하되 세세한 것들은 직원들이 스스로 만들어내게 함으로써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이 회장 자신이나 최고경영진이 내리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이 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지금 삼성전자에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 때는 젊은 직원들이 모두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앞장 서서 회사 결집력을 높일 수 있어던 데 반해, 갤럭시 S22 GOS는 내부 직원들까지 비판에 동참했다. 적어도 프리미엄폰이라면 기술적으로 해결했어야 하는 데 쉬운 방법을 택한 결과”라면서 “최고경영진은 게임을 즐기는 젊은 직원으로부터 한마디 의견이라도 들었다면 이런 결정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은 제품개발 능력과 품질관리, 제조공정과 함께 ‘지구촌 전체 시장을 아우르는 마케팅‧판매망’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열사의 사막지역에서 혹한의 극지방까지 팔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선택 받으려면 문화와 기후 등이 전혀 다른 지역 소비자들이 품질이나 기능, 가격 등 다양한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시장 대응력을 갖추는 데에는 1990년 이 회장의 지시로 시작한 ‘지역 전문가 제도’가 이바지했다. 지금까지 수조원을 투자해 1만명 가까운 지역전문가를 양성했고, 이들이 머문 국가는 80개국이 넘는다. 이들은 세계 전역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이 낱낱이 훑으며 수집한 정보를 서울로 보냈다. 이 정보는 사업 전략에 필요한 자산으로 활용됐고, 삼성은 한국기업이면서도 해외 사정을 가장 많이 알고, 현지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삼성전자에서 올해에만 두 번이나 현지의 정서에 맞지 않는 해외 동영상 광고를 낸 것도 의아하다”면서, “광고의 취지를 공감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을 텐데,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원안대로 밀어부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화에 대한 인식의 부정적 변화는 제품 생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제품 생산 방식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특징짓는다. 일본 전자업체나 미국 애플처럼 제품 하나하나에 요구되는 기능을 먼저 설정하고 비용이나 품질 등의 제약 조건을 감안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포워드 엔지니어링’과 반대개념이다. 기술개발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단서를 달고,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의 제품을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에 얼마나 빨리 개발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다시 말해 선행제품을 그대로 복사해 디자인만 바꾸는 게 아니다. 제품을 기능 단위로 분해해 그 기능이 왜 적용 됐는지, 해당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같은 구조(메커니즘)을 갖췄는지 등을 분석한 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기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새로운 기능을 붙이거나(기능 추가)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기능 삭제)해 파생 모델을 만든다.

이러한 방식으로 삼성전자는 매년 1000~1500여종의 TV 신모델을 생산해 시장에 투입한다. 휴대전화도 동종업게에서 매년 가장 많은 신모델을 출시한다. 소위 말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추구하지만, 리버스 엔지니어링 덕분에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이익을 내는 구조를 갖췄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지역전문가들의 현지화 경험이 수반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경험(Experience)’을 키워드로 조직 명칭을 바꾸고, 나아가 사업전략의 중심으로 내세워 하드웨어(HW) 위주에서 소프트웨어(SW) 기업이 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과거의 경험은 현재를 보는 시각과 해석의 틀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지만 당장 벌어지고 있고,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현실을 대처할 방법까지 제시하진 못한다”면서, “삼성전자는 활기를 잃은 채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문경영인이나 직원 모두 경직된 일반 회사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문제점을 찾아내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