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런 EU 경제가 2년 전 코로나 발생 이후 가장 힘든 과제 앞에 놓여있다. 가장 힘겨워 보이는 불확실성 과제들이 한꺼번에 닥쳐 경제를 이전보다 더 어려운 불황으로 역전시킬 태세다. 역사적으로 불황이 발생하면 외교안보와 정치노선도 바뀐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미국과 유럽은 후퇴하게 된다. 권위주의 동맹에게 자유주의 연합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너무나 끔찍하며 미국과 서방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미래다.
미국 및 기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EU는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초인플레이션에 대처하고 있다. 코로나 봉쇄 이후 유동성으로 이끌어 온 경제의 붐을 끝장낼 순간이 다가온다.
경제학자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겨울 이전에 종결되지 않으면 에너지 대란 때문에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유럽 경제를 둘러싼 가장 큰 우려는 에너지다. 러시아 제재 여파로 가스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유럽 전역을 뒤덮고 있다. IMF는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슬로바키아, 체코, 헝가리 등 취약 국가들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져 GDP가 최대 6%까지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분석가들은 유럽 최강 경제 대국 독일이 향후 2년 동안 2250억 달러 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말한다.
EU집행위원회는 올 겨울 가스 절약 비상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으로 오는 러시아 가스의 흐름은 작년 대비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러시아 가스 대기업 가스프롬이 유지 보수를 위해 노드 스트림 1 파이프를 폐쇄한 후 재가동하면서 20% 가량 공급을 줄였다. 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흐름은 유럽 가스 소비에 필수적이며 역사적으로 EU 수요의 약 12%를 충족했다.
독일은 노드 스트림 1 유지 관리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가스 보유량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지난 달에 60% 급락하여 ‘가스 위기’를 선언해야만 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압박을 늘어놓고 있으며 EU는 전쟁 중단이 찾아와도 당장에 바로 에너지 금수 제재를 해제하기는 쉽지 않다. 가정용, 산업용, 농업용 가스가 수급에 차질을 보일 경우 EU 경제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EU는 필요 가스의 82%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아직 러시아에서 공급해온 가스량을 대체할 공급 지역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획을 통해 겨울에 대비해서 지금 절감하고 저장고를 가득히 채우라는 협조문을 돌리고 있지만 회원국 사정이 다 달라 원만하게 비상 계획이 가동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초인플레이션
EU 인플레이션은 6월에 9.6%까지 치솟았다. 유로를 사용하는 19개국은 8.6%에 달했다. 가격 인상을 제한하기 위해 유럽 중앙은행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상황을 통제하기에는 힘든 싸움이다.
공급망 불안이 야기한 초인플레이션은 중국이 코로나 제로를 중단하고 미중갈등 역시 완화되어야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과연 시진핑이 이를 단행할지와 미중갈등이 완화될지는 미지수다.
유럽의 금리는 2014년 이후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으며,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대륙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하기에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기정사실화 되는 경기 침체가 도래하면 실직이 늘어난다. 경기 침체 속에 일자리가 부족할 경우 정국이 불안해진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총리가 경제난을 이유로 사임한 상태다. 더 많은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기후 변화
폭염과 가뭄도 문제다. 스페인과 프랑스 전역에 무더위로 인한 산불이 발생하고, 영국을 포함한 유럽 영토의 거의 절반이 가뭄 ‘위험 상태’에 빠져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독일도 주요 무역 동맥인 라인강이 가뭄으로 수위가 떨어지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배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징후가 이미 나오고 있다. 낮은 수위는 바지선 운항을 제한하거나 아예 운항을 중단하게 한다. 이는 결국 화물 운송을 줄인다. 출하량은 감소하고 운임은 상승한다.
독일은 EU 경제의 핵심축인데 물이 부족한 한 달 동안 산업 생산량이 약 1% 감소했다고 한다. 이미 독일은 전쟁과 공급망 불안, 중국 봉쇄,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하고 있다. 제조업 바탕의 독일 경제는 코로나 기간에도 공장 폐쇄 등으로 성장률이 하락한 데 이어 이제는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마져 나오고 있다.
EU 전체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독일의 성장률 하락은 EU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정치적 혼란
EU에서 경제력에서 3위인 이탈리아도 큰 정치 변화가 발생했다. 저력의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물러났다. ECB를 이끌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드라기는 연립정부의 가장 큰 정당인 5성 운동이 지지를 철회한 후 사임했다.
이탈리아 지도자들이 조기 총선을 소집해야 할 경우 투자자들은 이탈리아의 우익들이 지지를 확대할 수 있다. 이는 러시아 입장에 대한 이해나 지지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결국 EU 결속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재다.
이탈리아나 그리스와 같이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채권 수익률이 너무 높이 뛰면 금융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그리스는 익히 잘 알려져 있듯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남유럽 국가 부채위기를 촉발한 국가다.
◇경기 침체의 위험
EU집행위원회가 발표한 경제 전망은 EU 경제가 2022년 2.7%, 2023년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올해 8.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4.6%로 떨어질 예정이다.
아직 코로나 당시 생활 보조금 지급 등이 쌓여 가계 재정이 견고하고 공공 투자도 증가하고 있어 급전직하로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겨울이 지나면서 대안이 없을 경우 경기 침체 가능성은 높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유럽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내년에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는 6월의 54%에서 증가한 수치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책임론을 둘러싸고 이합집산이 발생하며 정치 변화가 도래한다. 기존의 정책이 수정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바야흐로 2022년 하반기는 향후 글로벌 운명을 좌우할 격동의 시즌이 될 것 같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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