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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은숙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복수극, 넷플릭스 '더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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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김은숙 작가가 작정하고 만든 복수극,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송혜교·이도현 주연…매력적인 배우진·탄탄한 이야기 '눈길'
지상파서 보기 어려운 폭력수위…대사·영상미로 우아함 챙겨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복수극은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장르다. 저 옛날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폭력적이고 잔혹한 복수극이 있었고 한국에서는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박찬욱 감독의 우아한 '복수 3부작'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도 '부부의 생활' 같은 인상적인 복수극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복수극은 모진 일을 당하는 주인공을 보는 답답함에서 시작해 원한을 갚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핵심이다. 다만 어떤 복수극은 복수를 하고 나서도 공허함이 남는다. 리들리 스콧의 명작 '글래디에이터'는 가족을 죽인 왕에게 복수하는 장군 막시무스의 이야기지만, 그의 복수에는 어떤 영광도 없다.
잘 만든 복수극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 원한이 쌓이는 과정에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전개가 이어지다 모든 것이 해결됐을 때는 카타르시스와 공허함이 밀려온다. 그런 감정은 이야기를 즐기는 원초적인 재미가 된다.

넷플릭스가 올해 마지막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로 준비한 '더 글로리'는 전통적인 복수극이다. 청소년 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동은(송혜교, 아역: 정지소)이 18년 동안 복수를 준비해 실행하는 내용이다.

동은은 소심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연진(임지연, 아역: 신예이느)을 중심으로 한 일진 무리들로부터 학교폭력의 타겟으로 지목당했고 끔찍한 폭행과 괴롭힘을 당한다. 동은은 결국 학교를 자퇴하고 공장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마친 뒤 대학을 졸업했다.

그사이 연진은 재벌 3세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친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고 있다. 18년간 사라졌던 동은은 복수할 모든 채비를 마치고 연진의 주변에 나타난다. 이때부터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더 글로리'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보여주는 학교폭력의 수위는 상당하다. 여느 드라마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잔혹한 폭력을 보여주고 이 때문에 동은의 몸에는 흉터가 오랫동안 남아있다. 이 흉터는 학교를 자퇴한 이후에도 동은을 오랫동안 괴롭혔고 복수를 다짐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잔혹한 폭력을 더 잔혹하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명연기다. 송혜교와 임지연의 아역을 연기한 정지소와 신예은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을 극대화해서 표현한다.

정지소가 연기한 동은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부림치고 있고 신예은은 소위 말하는 '맑은 눈의 광인'의 극단에 서 있다. 성인배우들의 연기 못지않게 10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것도 이 드라마의 매력포인트다.

여기에 어른이 된 동은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여정(이도현), 현남(염혜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야기의 유머를 책임지는 현남과 멜로를 책임지는 여정은 앞으로 '더 글로리'가 더 풍성해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연진과 함께 빌런 역할을 하는 재준(박성훈)과 연진의 남편인 도영(정성일)도 눈길이 간다. 도영을 연기한 정성일은 '대학로 아이돌'로 알려진 배우로 이번 작품에서 꽤 비중있는 역을 맡았다. 여기에 차주영, 김히어라, 김건우 등 매력적인 조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더 글로리'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밀의 숲', '청춘기록', '해피니스' 등을 연출한 안길호 PD와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김은숙 작가가 넷플릭스와 협업한 첫 작품이다.

넷플릭스의 자유로운 제작환경 탓인지 '더 글로리'는 과감한 폭력묘사와 파격적인 이야기로 이전의 김은숙 작가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시크릿 가든'이나 '상속자들'에서 봤던 재벌에 대한 묘사와 완전히 반대방향에 선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은숙 작가의 팬들은 "같은 작가가 맞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행히 동은의 내레이션을 통해 드러난 문장력이나 대사의 맛은 김은숙 작가의 것이 맞다. 또 간결하면서 매력적인 영상미 역시 안길호 PD의 것이 맞다. 특히 체육관의 문틈 사이로 비치는 빛을 십자가처럼 찍고 그곳을 향해 다친 동은이 기어가는 모습은 시즌1에서도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다.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 이례적으로 2개 시즌을 확정 짓고 시작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16부작 방송사 드라마에 익숙한 PD와 작가가 작업한 만큼 16부작으로 만든 이야기를 8부로 쪼개서 2개 시즌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시즌1은 30일 넷플릭스를 공개거고 시즌2는 내년 중 공개될 예정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