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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안 끝났다…보험사, 고금리에 자금조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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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안 끝났다…보험사, 고금리에 자금조달 난항

올해 초 보험채 발행금리 5%대 → 현재 6~7%대로 급증
비용 부담에 발행 규모도 24% 급감…유동성 확보 ‘시급’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보험사들이 현금 확보에 진땀을 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보험사들이 현금 확보에 진땀을 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 코로나19 이후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조달 여건이 악화돼 현금 확보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긴축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금리 상승세가 지속되자 보험채 금리는 현재 최저 6%대에서 7%대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 보험사도 올해부터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할 수 있지만, 금리 부담 때문에 실적은 한 건도 없다. 새 건전성제도(K-ICS)와 신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저축성 보험’을 통한 자본 확충마저 어려워지며, 당분간 보험사들의 현금 확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조달 여건이 악화돼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 발행된 보험채 규모는 총 3조84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4조550억원) 대비 무려 24%(9710억원) 급감한 수준이다. 보험사별로 발행 규모를 보면 한화·교보생명(5000억원)과 KDB생명(4260억원), 신한라이프(3000억원), 푸본현대생명(2680억원), 코리안리(2500억원) 등 순으로 많았다.

최근 발행한 보험채 표면금리를 보면 6%에서 7%대가 대부분이다. 올해 1월 발행된 보험채의 경우 5%대에서 발행됐는데, 현재 최대 2%포인트(p) 금리가 올랐다. 올해 발행한 보험채는 모두 후순위채다. 보험사 후순위채는 보통 10년 만기로 발행되지만 5년 후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보험사들도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실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조기상환 시엔 신규 채권발행을 통해 상환하는데,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게 되면 비용이 늘어나 보험사에도 부담이 크다. 푸본현대생명에서도 최근 최대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추가로 발행하려고 했지만, 높은 금리가 부담돼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채권시장만 안 좋은 게 아니다. 올해 도입한 K-ICS와 IFRS17에 따라 저축성 보험이 부채로 평가되면서 자본 확보 수단이 많지 않다. 고금리 금융상품이 쏟아지며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점도 보험사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일반계정 기준 저축성 보험의 해약환급금은 12조89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7767억원)보다 31.9% 급증했다.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이 많아지면서 저축성 보험 인기가 시들해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까지 저축성 보험 신계약 누적 건수는 19만2053건으로 전년 동기(27만4681건)보다 30%가량 줄었다.
보험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코코본드 발행이 허용됐지만, 금리 부담으로 발행에 나서는 보험사는 아직 한 군데도 없다. 일반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10% 한도 내에서만 가용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코코본드는 요구자본의 15% 한도 내에서 가용자본으로 인정된다.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에 의지하는 경향은 짙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1조2400억원으로 전체 조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높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조달 여건이 악화하면서 일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건전성 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고, 파산·매각 시에도 상환 순위가 밀려 리스크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