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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AI 스타트업 투자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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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AI 스타트업 투자 급제동

오픈AI 3000억 달러 값어치가 변곡점 작용
전통 벤처캐피털, 치솟는 기업 값어치에 '관망' 전략... 빅테크·중동 펀드만 경쟁 참여
오픈AI에서 개발한 AI 챗봇인 챗GPT의 응답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오픈AI에서 개발한 AI 챗봇인 챗GPT의 응답 모습.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절정에 달한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전통 벤처캐피털(VC)들이 AI 스타트업 투자에서 급제동을 걸고 있다. 오픈 툴스의 지난 2(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오픈AI(OpenAI)와 앤트로픽(Anthropic) 같은 주요 AI 기업들의 천문학적 기업 값어치가 전통 벤처캐피털들을 투자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GPT(ChatGPT)가 불러일으킨 생성형 AI 열풍은 관련 기업들의 값어치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오픈AI는 현재 3000억 달러(4129500억 원)라는 엄청난 기업 값어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앞서 앤트로픽은 615억 달러(846500억 원), 일론 머스크의 xAI1200억 달러(1651800억 원) 값어치를 받으며 200억 달러(275400억 원)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 빅테크·국부펀드만 남은 AI 투자 경쟁

이처럼 치솟은 기업 값어치는 AI 투자 생태계에 근본 변화를 가져왔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 소프트뱅크, 중동 국부펀드 등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투자자들만이 이러한 자금조달 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전통 벤처캐피털들은 신중한 '관망'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기술 열풍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이들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급증하는 자금조달 규모를 따라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AI 투자 시장에 이중 계층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상당한 자본을 보유한 거대 투자자들만이 최상위 AI 혁신 자금조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작은 스타트업들은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사업을 접을 위험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집중 현상이 AI 분야 혁신의 다양성을 줄일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소수의 강력한 기업들에게 시장 영향력이 집중되면서 독점 관행과 경쟁 감소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글로벌 AI 거래 가치는 전년 대비 52% 급증한 1315억 달러(1817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벤처캐피털 전반의 침체 속에서도 AI 분야만은 기록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전통 벤처캐피털들의 새로운 투자 전략

이런 가운데 전통 벤처캐피털들은 AI 가치사슬의 다른 영역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AI 인프라 제공업체, 하드웨어 제조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상대적으로 기업 값어치 부담이 적은 'AI 필수요소' 분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벤처캐피털들은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거대 기업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혼자 성장할 수 있는 '해자'를 가진 스타트업들을 찾고 있다. 이들은 특수 하드웨어나 AI 기술의 새로운 활용 분야 등 틈새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기업들이 실제 AI 기술 없이도 투자금을 끌어모으려고 AI 기업인 척 포장하는 'AI 워싱(AI washing)' 현상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투자 주체가 소수의 거대 자본으로 집중되면서 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수 대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독점 관행이 생기고 경쟁이 줄어들 수 있어,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