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부 전략 자산 축소 움직임에 EU "대체 예산 최대 5000억 유로 필요"
독일 우주·드론에 350억 유로 선제 투하… 역내 규제 장벽 전 진입이 성패 갈라
독일 우주·드론에 350억 유로 선제 투하… 역내 규제 장벽 전 진입이 성패 갈라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 나토(NATO)에 제공하던 일부 전략 자산의 지원 축소를 시사하면서(회원국 대상 사전 통보 기준) 유럽이 방산 자립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았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미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장기적으로 필요한 대체 비용이 최대 5000억 유로(약 879조 원)로 추산되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우주·항공 분야에 350억 유로(약 61조 5700억 원) 선제 투자에 나서며 유럽 내 무기 조달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기 체계의 조기 전력화를 요구하는 '즉시 도입(off-the-shelf)'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LIG D&A,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기업에 역대 최대 수준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EU, 미 의존 탈피에 5000억 유로 추산… 공중급유·지휘통제 독자 구축 추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쿠빌리우스 집행위원은 미국산 전략 자산을 대체하는 데 장기적으로 총 5000억 유로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장거리 정찰 드론과 KC-135 공중급유기 등이 포함된 나토 지원 중단 자산 목록을 회원국에 통보함에 따라 유럽 내부에서는 이를 '미 의존 축소 신호'로 엄중하게 해석하고 있다.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유럽이 미국의 지휘통제 시스템과 위성 정찰 인프라를 독자 기술로 대체하는 데 최소 2000억 유로(약 351조 원)가 필요하며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내부에서는 복잡한 기술 개발에 앞서 즉각적인 무기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적으로 단기 조달 동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장기 산업 전략과 별개로 당장 전력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단기 조달 사업을 즉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폴란드의 K-9 자주포 및 K-2 전차 2차 실행계약 체결과 동유럽 국가들의 루마니아의 신규 장갑차 도입 논의 등 가시적인 재고 확보 움직임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내 방산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자체 생산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최소 5년의 공백이 발생한다"며 "이 기간이 한국 기업들에는 거대한 수주 창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 350억 유로 우주방어 총공세… ISR·드론 공백 메울 한국에 기회
유럽의 맹주인 독일 역시 민간과 군사 기술을 결합한 신항공우주 전략을 전격적으로 발표하며 자체 재무장 속도를 올리고 있다.
독일 일간지 디 벨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베를린 국제우주항공전시회(ILA)에서 우주 방어 및 항공우주 분야에만 앞으로 350억 유로(약 61조 원)를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 정부가 의결한 신항공우주 전략은 우주 투자 자금을 기반으로 정보·감시·정찰(ISR) 및 C4ISR(지휘통제통신) 인프라를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다. 독일 항공우주 산업은 지난해 19% 성장하며 사상 최대인 13만 명의 고용을 기록했다.
독일 정부는 이번 전시회에서 퀀텀시스템즈의 '펄스 P19' 드론을 공개하는 등 무인 무기 체계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군사 항공 기술이 독일과 동맹국 방어의 핵심 지지대 역할을 맡는다고 강조했다. 미 의존 축소 과정에서 발생할 위성·드론·지휘통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독일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형국이다. 이는 한국 방산 기업들이 보유한 고정밀 유도무기 및 검증된 상용화 기술 기반 솔루션이 유럽 시장에 신속하게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역내 조달 강제하는 'SAFE·EDIP' 전 진입 필수… 투자자가 볼 4가지 지표
방산업계에서는 EU가 역내 무기 구매 비율을 강제하는 '안보 및 방위 촉진 규정(SAFE)'과 공동 개발·생산 조건을 강화하는 '유럽방위산업프로그램(EDIP)'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인 지금이 수출 계약을 확보할 결정적 시기라고 분석하고 있다. 규제가 제도화되면 역외 기업의 진입 장벽이 대폭 높아지기 때문에 규제 정비 전 시장을 선점하는 타이밍이 성패를 가른다.
투자자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EU 회원국의 국방비 대비 역외 무기 조달 비율이다. 역내 조달 제한 규정이 까다로워지기 전 한국 무기가 파고들 틈새시장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둘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유럽 현지 공장 설립 및 기술 이전 계약 조건이다. 현지 생산 기지 확보는 EU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우회해 장기 공급권을 따내는 열쇠다.
셋째, 국산 무인 체계 및 드론의 유럽 성능 인증 획득 여부다. 우주·항공 중심으로 재편되는 유럽 시장에서 단순 지상 무기를 넘어 미래형 방산 수출 확대를 결정짓는 지표다.
넷째, 수주 계약 체결 이후 실제 매출 인식까지의 리드타임(인도 기간)이다. 방산은 일반 제조와 달리 계약액이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므로, 밸류에이션 왜곡을 막기 위해 인도 시점을 정밀하게 추적해야 한다.
유럽의 독자 생존 움직임은 한국 방산 기업에 단발성 수출을 넘어 장기 유지·보수 수익 구조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