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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구원투수 CEO에도 주가 45%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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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구원투수 CEO에도 주가 45% 급락

엘리엇 힐 복귀 20개월째 턴어라운드 지연…월드컵 유니폼·도매망 복원도 시험대
엘리엇 힐 나이키 CEO.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엘리엇 힐 나이키 CEO. 사진=로이터

나이키가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CEO)의 복귀 이후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은퇴했던 나이키 베테랑이 브랜드 재건을 위해 돌아왔지만 취임 이후 주가는 45% 넘게 떨어졌고 턴어라운드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나이키는 지난달 오리건주 비버턴 본사에서 창업 정신을 기리는 ‘파운더스 위크’ 행사를 열었다. 세리나 윌리엄스와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고 필 나이트 공동창업자도 드물게 본사를 찾았다. 그러나 축제 분위기 뒤에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었다.

힐 CEO는 직원들에 보낸 메모에서 본사 명칭을 ‘필립 H. 나이트 캠퍼스’로 바꾼다고 알리며 “우리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와 새로운 경쟁자, 새로운 기대가 있는 다른 시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복귀 20개월에도 반등 지연


힐 CEO는 지난 2024년 10월 전임 존 도나호 CEO의 뒤를 이어 나이키에 복귀했다. 도나호 전 CEO 시절 나이키는 라이프스타일 신발과 직접판매에 집중했지만, 이 과정에서 도매 유통망과 스포츠 브랜드 정체성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힐 CEO는 러닝과 농구, 축구 등 스포츠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성과는 더디다. 힐 CEO 취임 이후 나이키 주가는 45% 이상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570억달러(약 86조8110억원) 줄었다. 주가는 10여년 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낮아졌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나이키 브랜드의 세계 스포츠 신발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6년 약 25%에서 현재 약 19%로 떨어졌다. 반면 스케쳐스, 뉴발란스, 온, 호카 등 경쟁 브랜드는 나이키가 비워둔 진열 공간을 파고들며 점유율을 키웠다.

◇ 실적 부진 속 경쟁사 약진


실적도 압박을 받고 있다. 최근 보고된 분기 매출은 1년 전과 거의 비슷했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약 10% 줄었다. 중화권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부진이 영향을 줬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이 오는 30일 발표될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서도 추가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쟁사 아디다스는 같은 기간 복고풍 모델인 삼바 인기에 힘입어 매출이 20% 넘게 증가했다. 올해 월드컵에서도 아디다스는 14개 팀 유니폼을 맡은 반면, 나이키는 12개 팀을 후원한다.

◇ 월드컵 유니폼 차질도 부담


나이키는 월드컵을 브랜드 회복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잉글랜드, 브라질 등 주요 대표팀을 후원하며 대규모 홍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선수 유니폼 어깨 부분이 울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제품 출시 일정도 예상보다 늦어지는 등 실행력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

러닝 부문에서도 경쟁은 거세다. 나이키는 과거 2시간 마라톤 벽 돌파 프로젝트를 앞세워 혁신 이미지를 주도했지만 최근 런던마라톤에서는 아디다스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주목받았다. 나이키가 스포츠 혁신의 상징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대목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운동선수의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포스터가 본사 곳곳에 붙었다. 힐 CEO도 직원들에게 “모든 1인치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빠른 실행을 주문했다.

◇ 가을 투자자 행사 시험대


나이키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변화가 의도적인 재정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메리 레무지 나이키 대변인은 회사가 안정화 단계를 거쳐 더 넓은 ‘스포츠 오펜스’ 운영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며 “나이키는 하나의 지렛대만 당겨 고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이키는 올가을 힐 CEO 취임 후 처음으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본사에 초청해 장기 전략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힐 CEO의 턴어라운드 구상이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나이키는 여전히 세계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이다. 브랜드 충성도도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힐 CEO의 상징적 복귀보다 실제 제품 혁신과 매출 회복, 유통망 복원 속도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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