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中 80주년 열병식 참석할까?… '조용한 낙관론' 속 고뇌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中 80주년 열병식 참석할까?… '조용한 낙관론' 속 고뇌

미·중 무역 '휴전' 속 외교적 돌파구 기대… 전문가 "동맹국 초대 적절"
푸틴 참석 확정, 트럼프 방중에 '변수'… 美 동맹 압박 속 '공동 전선' 합류 여부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베이징을 방문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일부 중국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라이벌 강대국 간의 무역 관계가 취약한 휴전 국면에서 흔들리는 가운데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을 기념하는 9월 3일 톈안먼 광장 승전 퍼레이드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대할 계획이라고 6월 29일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6월 30일 이 보도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주 "일본의 침략에 대한 저항 전쟁"에서의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군사 퍼레이드를 개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약 3주 전, 무역 긴장이 고조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랜 기다림 끝에 전화 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이 "특정 시점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6월 5일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의 무역 전쟁을 재개한 이후 양국 정상 간의 첫 공식 대화였다. 통화 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과 영부인을 중국에 초청했으며, 자신도 시 주석에게 상호 초청을 했다고 확인했다.
중국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재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초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하이의 국제관계학 교수 셴딩리(沈丁立)는 트럼프의 9월 방문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의 전임자인 조 바이든의 4년 동안 상호 방문이 없었지만, 그렇게 계속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중국과 미국은 동맹국이었다. 그러니 일본의 침략에 대한 승리 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 동맹국을 초대하는 것은 지극히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셴 교수는 2017년 시 주석이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중 관계를 성공으로 이끄는 이유는 천 가지가 있지만, 그것을 깨뜨릴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상호 방문이 양국 관계의 규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셴 교수는 "관계가 어려워질수록 그러한 방문은 더욱 중요해진다. 방문은 양보나 항복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설령 대화가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진짜 위험은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데 있다. 위험을 수반하는 것은 방문이 아니라 방문이 없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중국을 방문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핵심 목표는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 재개에 있어 중국의 지지를 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거듭 말했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상호 국빈 방문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도 올해 말 트럼프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표단에는 무역 및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회담을 위해 수십 명의 재계 지도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 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석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이 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복잡한 변수가 더해졌다.

푸틴 대통령과의 "훌륭한 관계"를 자주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 기념일 퍼레이드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거절했는데, 이는 아마도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미국 동맹국들의 압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의 옆을 지키며 중국과 러시아의 커지는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유럽연합 대표부에서 외교 업무를 맡았던 왕이웨이(王義桅) 전 중국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국이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다른 서방 지도자들이 참여할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징 인민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인 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는 것에 반대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미국과 동맹국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그가 대통령에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또한 미국이 시 주석이 9월 9일부터 9월 23일까지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 총회에 맞춰 9월에 미국을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왕 교수는 시 주석이 뉴욕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그 행사의 내용이 제한적이라는 점과 리창 총리의 참석이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SCMP는 이달 초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유엔 총회를 위해 뉴욕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리 총리가 중국을 대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왕 교수는 "시 주석은 순전히 상징적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며 "유엔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이란과 같은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리 총리가 대신 중국을 대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왕 교수는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오는 11월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이루어지고, 내년에 시 주석의 답방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2023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시진핑-바이든 정상회담은 그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의 대대적인 해빙을 이끌었다. 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7월 4일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에 앞서 G20 정상회담을 주최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위한 길을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댜오 다밍(刁大明)은 중국이 정상회담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 가능성을 따뜻하게 환영한 것이 언제 이루어질지에 대한 전 세계의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수할 수 있는 정보에 근거해 정확한 시기를 파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댜오 교수는 말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두 지도자가 관여하기에 적합한 분위기와 조건이 있는 한, 상호 수용 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국가 차원의 외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댜오 교수는 1979년 외교 관계 수립 이후 46년 동안 중국과 미국 정상이 제3국 방문, 전화, 회담 등 136차례에 걸쳐 교류했으며, 이러한 외교가 양국 관계의 궤적에 "유례없이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면서 두 정상이 일찍 만날수록 미중 관계가 더 빨리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