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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 줄 곳이 없다"… 내년 자본규제 강화 앞두고 은행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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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 줄 곳이 없다"… 내년 자본규제 강화 앞두고 은행권 비상

규제 강화로 자본비율 하방 압력 커져
정부 규제로 주담대 확대는 부담
우량채 투자 확대 가능성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표준방법 RWA 최저한도가 현행 60%에서 내년 65%로 상향된다. 이날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표준방법 RWA 최저한도가 현행 60%에서 내년 65%로 상향된다. 이날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사진=뉴시스


내년 자본 규제 강화를 앞두고 은행권이 비상이 걸렸다.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추가 자본을 확충하거나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여야하는 데 양쪽 다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 밸류업 정책 기조에 맞춰 배당지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이익의 내부유보를 통한 자본 확충이 어려워졌다. 또 위험가중치가 낮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우량 대기업 대출 비중을 늘릴 경우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표준방법 RWA 최저한도가 현행 60%에서 내년 65%로 상향된다.
RWA 산정은 크게 '표준등급법'과 '내부등급법'이 있다.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가중치를 산정한다. 반면 내부등급법은 은행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신용등급을 산정해 위험가중치를 적용하기 때문에 RWA가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위원회는 내부등급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과, 표준방법으로 산출한 위험가중자산에 최저한도를 곱한 값을 비교해 둘 중 더 큰 값을 최종 위험가중자산으로 산출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표준방법 위험가중자산 최저한도가 현행 60%에서 내년부터 65%로 오르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의 분모가 되는 수치인 RWA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 지지면서 은행들은 자본비율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분자인 자기자본을 확충하기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성장펀드·배드뱅크 출자, 교육세율 인상, 중대재해 기업 신용 평가 강화, 석유화학 기업 대출 만기 연장, 보이스피싱 배상, 가산금리 산정시 법정비용 제외 등으로 막대한 출혈이 예상되는 데다 은행지주의 밸류업 정책 기조에 맞춰 배당지출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어서다.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담대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대출 취급을 늘려야 하는데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압박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부담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손쉬운 주담대 같은 이자놀이, 이자 수익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추가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현행 15%에서 25%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대출에 적용하는 위험가중치는 기업신용등급별로 20%·50%·75%·100% 등이 적용된다. 주담대 하한선이 25%로 상향된다고 해도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RWA 관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마땅한 대출처가 없는 은행들이 우량채권 중심의 유가증권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실제로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에 나서자 대기업 대출이 불가능한 인터넷은행들은 국공채 투자를 대폭 늘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올 상반기 원화 유가증권 운용액 평균 잔액은 지난해 연간 평균 잔액(19조9630억 원) 보다 6조3902억 원(32%) 증가한 26조3532억 원으로 집계됐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 기업 대출 확대와 함께 국채, 통안채 및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공사채·특은채(위험가중치 0%) 매수가 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반 공사채(정부 손실보전조항이 없는 공사채, 신용등급 AAA~AA-인 경우 위험가중치 20%)와 우량 여전채·회사채(신용등급 AAA~AA-인 경우 위험가중치 20%) 수요도 일정수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