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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SML, 2나노 장비 독점…삼성·TSMC 경쟁 속 '유일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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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ASML, 2나노 장비 독점…삼성·TSMC 경쟁 속 '유일 승자'

대당 5700억 원 'High-NA' EUV…1만 4천 개 특허로 진입 장벽
삼성, TSMC 추격 위해 장비 확보 사활…'슈퍼 을' ASML 몸값 천정부지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차세대 고개구율(High-NA) EUV 노광장비. 대당 가격이 5700억 원을 웃도는 이 장비는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며, 삼성전자·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ASML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진=ASML이미지 확대보기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차세대 고개구율(High-NA) EUV 노광장비. 대당 가격이 5700억 원을 웃도는 이 장비는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며, 삼성전자·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ASML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진=ASML
TSMC, 삼성전자, 인텔이 2나노미터(nm) 초미세 공정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가운데, 경쟁이 심화할수록 독점 장비 공급업체인 네덜란드 ASML이 최종 승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대만 IT 전문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 세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시장을 100% 점유하고 있는 ASML은 차세대 반도체 생산의 성패를 가를 고개구율(High-NA) 모델을 유일하게 공급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사들에게 ASML 장비는 사실상 '생명선'으로 통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공정 세대를 상징하는 '나노미터' 단위는 실제 트랜지스터 게이트 길이나 물리적 수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기술 마케팅 용어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2나노 공정이 차세대 기술 리더십의 상징이 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만 TSMC와 추격자인 삼성전자, 그리고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 사이의 고객 확보전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ASML의 독점 지위는 더욱 굳건해진다. 디지타임스 아시아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시장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 ASML의 고NA EUV 장비 추가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시험 가동 단계에 있는 이 장비는 2026년 이후 2나노 이하 미세 공정의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ASML은 이미 올해 15%의 매출 성장을 예고했으며, 앞선 2분기에는 매출 23% 성장과 순이익 47% 급증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증명했다.

◇ 대당 5700억 원…'공학의 경이'로 불리는 차세대 장비


ASML의 최신 노광장비 'TWINSCAN EXE:5000'은 현존하는 가장 정교하고 비싼 반도체 생산 설비다. 가격은 한 대당 3억 5000만 유로(약 5700억 원)에 이르며, 최근에는 3억 8000만 달러 수준까지 오르내린다. 무게는 에어버스 A320 여객기 두 대와 맞먹는다. 내부에는 10만 개가 넘는 부품과 3000개의 케이블, 4만 개의 볼트, 총 길이 2km가 넘는 전기 배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ASML의 기술진이 10년에 걸쳐 개발한 이 2세대 EUV 장비는 렌즈 역할을 하는 광학계의 개구율(Numerical Aperture)을 기존 1세대 장비의 0.33에서 0.55로 대폭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2나노 이하 고집적 회로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웨이퍼에 더 미세하고 정밀한 회로 패턴을 새기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 특허 장벽과 독점 생태계…경쟁이 무의미한 구조


ASML은 장비 성능뿐만 아니라 생산 효율성도 극대화했다. 웨이퍼 처리 시스템을 개선해 장비 한 대가 시간당 200장이 넘는 웨이퍼를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ASML은 2025년부터 해마다 약 20대의 고NA EUV 장비를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복잡한 장비는 ASML 단독으로 만들 수 없다. 캐논, 니콘 등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은 1만 4000개가 넘는 특허 기술뿐만 아니라, 특수 광학 기술을 보유한 독일의 자이스(ZEISS)와 EUV 광원 기술을 책임지는 미국계 자회사 사이머(Cymer) 등 핵심 협력사들과의 긴밀한 생태계에서 나온다. 두 회사의 기술력 없이는 고NA EUV 장비 자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 AI, 자동차, 스마트폰 시장이 커짐에 따라 ASML의 기술 독점 시대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연평균 9% 성장해 매출 440억~600억 달러(약 61조~83조 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