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증시 암호화폐 대체 왜?

금리인하로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서 비트코인(Bitcoin, BTC) 지지자들이 ‘하이퍼비트코인화’를 기대하고 있으나 그 만론도 만만치 않다. 달러라는 기축 통화와 법정화폐 붕괴는 오히려 혼란과 고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급락세로 전환하며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전체 시가총액은 3조 9,0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도지코인(Dogecoin, DOGE)과 스시스왑(SushiSwap, SUSHI)이 각각 11%, 13% 급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반면 금과 은은 동반 강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3일 뉴욕증시와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블록스트림(Blockstream) 전 부사장 페르난도 니콜리치(Fernando Nikolic)는 “달러가 무너진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통화 붕괴는 해방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빈곤에 빠지는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금융 위기 경험을 토대로,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디지털 자산이 아닌 식량과 같은 실물 자원이 진정한 가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 지표는 이미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2025년 주택 중위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2019년 대비 두 배의 소득이 필요하며, 임차인의 30~50%가 소득을 주거비로 쓰고 있다. 동시에 8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광의 실업률은 8.1%까지 치솟았다.
미국 재정 상황도 악화 일로다. 8월 기준 미국 국가부채는 37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5개월마다 1조 달러씩 불어나는 부채 규모는 이미 방위비 지출을 넘어섰고, 차입 비용 상승으로 투자 위축을 초래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급락세다. 2025년 들어 주요 통화 대비 달러 인덱스는 10% 이상 하락하며 1973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수입 물가 상승, 실질 구매력 약화, 생활비 부담 증대가 이어지고 있다. 주택, 일자리, 국가 부채 위기는 서로 맞물리며 시스템적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연준은 장기적으로는 잠재 성장률을 웃도는 경제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금리 인하가 예방적 성격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그러나 파월이 “연속 인하가 아니다”라고 못 박으면서 기대감이 꺾였고, 비트코인(Bitcoin, BTC)은 발표 직후 11만 5,000달러 밑으로 하락한 뒤 3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은 10월부터 추가로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으나, 2026년 인하 예상치는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었다. 10월이나 12월 고용지표가 개선되면 추가 인하 중단론이 힘을 얻을 수 있으며, 특히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어 금리 인하 기대는 더 약화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비교적 선방했지만, 이더리움(Ethereum, ETH)은 크게 하락했다. 솔라나(Solana, SOL)는 내렸다. 바이낸스코인(Binance Coin, BNB)은 자오창펑(CZ) 복귀설에 힘입어 등했다. 업비트와 빗썸에 상장된 유동성 강한 알트코인인 오일러(Euler, EUL), 플룸(Plume, PLUME), 토시(Toshi, TOSHI)는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보였다.
9월 22일(현지시간) 투자 전문매체 FX스트릿에 따르면, 비트코인(Bitcoin, BTC)은 9월 13일부터 이어지던 11만 5,000달러 지지선을 하향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상승 채널 이탈, 수평 지지선 붕괴, 50일 이동평균선 하락 돌파가 동시에 발생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단기적인 반등 동력이 확인되지 않는 한 약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이더리움(Ethereum, ETH) 은 5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서 기술적 경고 신호가 발생했다. ETF 자금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다. 소소밸류(SoSoValue)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주간 순유입액은 8억 8,670만 달러를 기록해 누적 유입액이 577억 2,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같은 기간 5억 5,690만 달러가 유입돼 누적 139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기관 수요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체인 데이터도 긍정적 신호를 담고 있다.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7년 이상 보유된 비트코인은 연초 대비 3% 증가한 1,430만BTC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MEXC 조사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투자자 비중이 29%에서 46%로 급등해 거시경제 불안 속 대체 자산 수요가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오는 12월 3일 메인넷에서 푸사카(Fusaka) 하드포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업그레이드에는 피어다스(PeerDAS) 프로토콜이 포함돼 네트워크 처리량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을 압박하면서 아서 번스 때처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의 가장 큰 손인 JP모건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롬 파월이 추진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정치적 압력에 따른 것으로 비칠 경우 미국 금융시장과 달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시장 상황이 이미 과열돼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리 인하에 나선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 금리 인하가 오히려 주식·채권·달러 모두에 부정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경고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금리 인하 요구는 아서 번스 시절 닉슨 대통령과 닮아있다. 제롬 파월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아서 번스의 우(愚)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파월의 선택이 주목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