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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우체국'의 화려한 변신…'알뜰폰 대리점'부터 카톡·핀테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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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우체국'의 화려한 변신…'알뜰폰 대리점'부터 카톡·핀테크까지

여의도 우체국 모습.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주자인 우체국이 일상생활 속 ‘스마트 허브’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여의도 우체국 모습.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주자인 우체국이 일상생활 속 ‘스마트 허브’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김나인 기자] # ‘딩동’. 대학원생인 박모씨(29)는 카톡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우체국. 박씨는 광고성 메시지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카톡창을 눌렀다가 깜짝 놀랐다. ‘오늘 택배를 배달할 예정입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세한 배송정보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친절하게 운송장 번호를 알려주는 우체국택배 카톡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씨(56)는 최근 10년 만에 우체국을 찾았다.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우체국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았더니 대기인원만 13명. 이씨는 “우체국이 마치 휴대폰 대리점이 된 것 같다”며 “직원들도 친절하고 우체국이라 그런지 일반 대리점보다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한때 ‘편지와 우표’를 매개로 찾던 아날로그 감성의 대표주자인 우체국이 일상생활 속 ‘스마트 허브’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격파괴 스마트폰 요금제 전파에 나서기도 하고 ‘카톡’으로 고객과 소통하는 등 IT의 흐름에 발맞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 ‘알뜰폰’, 우체국 매개로 승승장구…소비자 반응도 뜨거워

우체국이 ‘알뜰폰 전령사’로 나서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던 우체국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소비자의 반응은 기대이상이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 알뜰폰은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6만5571건의 신규 가입을 유치했다.

일부 알뜰폰 업체들은 최근 우체국 가입자의 급증으로 업무가 마비되기까지 했다. 가입신청이 밀려 머천드코리아, 아이즈비전, 세종텔레콤, 위너스텔 등 4개 업체의 신규 가입이 일시 중단된 것.

이에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1일부터 인터넷우체국에 문의게시판을 신설해 알뜰폰 업체와 통화연결이 어려운 이용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매주 업체별 처리현황을 확인해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등 신속한 업무처리를 유도하고 있다.

뽐뿌 등 IT 관련 커뮤니티 반응도 뜨겁다. 부모님을 모시고 우체국에 다녀왔다는 아이디 김****는 “주로 어르신들이 많은데 담당 직원이 휴대폰 종류까지 설명하는데도 무척 친절했다”며 “부모님 두 분이 신청하는데도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체국은 각지에 산재해 있어 접근성이 높은데다 중·장년 세대에게 익숙한 곳인 만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며 “대리점보다 신뢰성이 높다는 점도 우체국 알뜰폰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 ‘손편지’ 대신 ‘카톡’, 핀테크까지

‘손편지’라는 아날로그 상징성이 강한 우체국이 정보통신 발달에 발맞춰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체국 택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우체국에서 등기나 택배 등 발송·배송정보를 알려주는 문자(SMS)서비스가 카카오톡으로 전환된 것.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매년 적자를 기록 중인 우정사업의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우본 관계자는 “연간 SMS 발송비용으로 20억원 이상 지출되는데 이를 카카오톡으로 전환할 경우 데이터 요금만 내면 돼 5억~6억원 정도 비용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바일 간편 앱 ‘포스트페이’를 출시해 핀테크 대열에도 합류한다. 주 기능은 카드지갑, 간편송급, 경조송금 등 세 가지다.

김기덕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핀테크를 이용한 간편 결제는 시대흐름”이라며 “농어촌이나 도서벽지 주민에 우체국 금융서비스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부터 준비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산하기관인 한국우편사업진흥원도 전통시장용 핀테크 간편결제 ‘포스트 엠(마켓)페이’를 오는 4월까지 개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수니씨(46)는 “급한 우편물을 보낼 때 1년에 한번 갈까말까 한 우체국이 핀테크사업까지 진출한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IT 발달에 따라 설 자리를 잃어간 우체국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일상에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