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검법은 천행도(天行圖)다-(5) 야생의 날카로운 이빨을 갈다
늙은 무사는 용불에게 도깨비 탈과 아사 역할을 물려주었다. 비전검법을 탐하면 몸도, 마음도 망가지니, 부디 스스로 용이 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하늘의 섭리에 따르라고 당부하고는 사라졌다.도깨비 무사가 된 용불은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 친구 좋아하고, 술 좋아하던 용불이 호랑이처럼 고독해졌고, 그러면서 달에게 달려드는 야생의 줄무늬를 갖게 되었다. 오직 하나의 꿈만 꾼다.
‘천하제일 검이 되련다. 한 칼에 쓸어버리는 초력을 갖고 싶다!’
검룡도 이겼다는 자신감이 괴력을 부른다. 칼빛을 타고 달에 오르고 싶다. 손오공처럼 기를 타고 천하를 제패하는 것은 대장부의 당연한 기개가 아닌가! 야생의 날카로운 이빨을 갈다.
또 하나는 아무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보검을 가졌고, 도깨비 무사가 되었지만 아무를 여전히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제2검인 것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길은 비전검법을 깨닫는 것이다. 아무를 이기고 싶었다. 아무를 이기지 못한다면, 천하제일 검이 못되기 때문이다.
용력을 체험한 후로는 아무의 검법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고, 비로소 아무의 염력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는 검기(劍氣)를 알고 있었고, 칼빛을 추구하는 독특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용불은 일본 수련을 다녀와서는 살짝 흥분했다.
“아무 선배님! 일본 검사(劍士)들과 대련했는데, 이번에야말로 껍질이 아닌 중심부를 잘랐습니다. 일본식 검리(劍理)를 버리면 길을 잃을 것 같더니, 오히려 제대로 숨을 쉬었습니다. 남의 호흡 방식을 버리고 내 호흡을 찾으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이제 보입니다.”
“그동안 내 호흡법을 놓쳤으니, 질 수밖에 없잖소.”
용불은 일본인 무사를 이겼다며 우쭐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냉정을 찾았다.
“하긴, 잠깐 우쭐한 기분도 들었는데, 상대를 이긴다고 진정한 승자는 아닌 거죠. 아직 내 습(習)을 못이기니까요. 칼로 하는 수련이 아닌 마음을 닦는 수련이어야 하는데 마음이 가는 길이 아직 안보입니다.”
호흡이 굳으면 생각도 굳는다. 남을 의식할 때 머리가 굳는다. 수렁에 빠져도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발이 잠기면 마음이 잠긴다. 발목에 두려움의 족쇄가 채워지면 종이 된다. 그때를 적이 노리는 것이다.
하물며 적도 받아들이는 가장 강한 기세(氣勢)
용불이 검법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아무는 모든 걸 버리고, 다시 광야의 돌풍을 맞으려고 산으로 훌훌 떠난다.
떠나는 아무의 뒷모습을 보며, 용불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무 선배라면 동굴 속의 용과 맞서 이길지도 모른다!’
수많은 무사가 여전히 기대를 갖고 도전해 보지만, 번번이 지네에게 패배하여 용을 깨우지 못하여 무협을 실망시켰다. 용불도 호위무사 아사 역을 맡은 뒤로 보름달 제전에서 초력을 부르려 애를 썼으나, 마지막 염과의 싸움에서 번번이 지고 만다. 자신의 힘으로는 초력을 깨우지 못할 거라는 절망감이 커간다.
‘초력을 부르려면, 위대한 염력이 필요하다. 그런 능력자가 혹시 아무 선배가 아닐까? 아무 선배는 유일하게 비울 수 있는 공력(公力)이 있는 무사다!’
아무 선배를 도저히 이길 수 없었나! 칼빛의 하얀 섬광을 뿌리며 내려오는 칼날을 속절없이 바라본다. 그를 이길 수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번쩍 정신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