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지난 11~12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상용화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국은 정부 주도 전략을 기반으로 이 분야에서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14일 보도했다.
휴머노이드 서밋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물리적 인공지능(AI) 기술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다. 이 행사에는 투자자, 스타트업, 대기업 연구진, 정책 담당자 등이 참석하기 때문에 여기서 논의되는 내용이 로봇 산업의 상용화 가능성과 미래 기술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AI 열풍에 다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휴머노이드 서밋을 주최한 벤처캐피털리스트 모다르 알라우이는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AI의 물리적 구현, 즉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만간 표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디즈니, 구글 등 대기업과 수십 개의 스타트업 소속 로봇공학 엔지니어 등 2000명 이상이 참가해 자사 기술을 선보이고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캐릭터 올라프를 본뜬 자율보행 로봇을 내년 초 홍콩과 파리 디즈니랜드에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상용화까지는 갈 길 멀다”…전문가들 회의론
그러나 정작 이 기술의 상업화를 장려하기 위한 행사 현장에서도 회의론은 강하게 제기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 출신으로 로봇 촉각 센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햅티카 로보틱스를 최근 창업한 코시마 뒤 파스키에 대표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여전히 넘어야 할 큰 산이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1억 달러(약 1477억 원) 이상을 투자받은 기업은 약 50곳이며 이 가운데 20곳은 중국, 15곳은 북미에 있다.
맥킨지 파트너 아니 켈카르는 “중국은 정부가 부품 생산과 로봇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서밋의 전시관에서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수 등장했다. 유니트리 제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미국 연구진도 자사 소프트웨어 테스트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 미국은 AI 기술력에 기대…일각선 “과대평가” 비판도
미국에서는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의 부상으로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AI의 언어·시각 인식 기술은 로봇이 물체를 인식하고 주변 환경을 학습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로봇청소기 ‘룸바’의 개발사 아이로봇 공동창업자인 로드니 브룩스는 지난 9월 “수억 달러, 아니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도 지금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손재주를 익히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행사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글은 참가자 사이에서 자주 언급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상업화를 위해 개발 중인 다목적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는 없었다. 머스크는 3년 전 “3~5년 안에 옵티머스를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 로봇 산업도 정책 경쟁…미국, 전략 부재 우려 커져
미국 로봇자동화협회(AAA)의 제프 번스타인 회장은 “미국은 뛰어난 A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로봇 개발을 위한 명확한 국가 전략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가 궁극적인 주도권을 쥘지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확실한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가 열린 구글 본사 인근의 컴퓨터역사박물관에는 구글이 지난 2014년 공개한 자율주행차 시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11년이 지난 현재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이 지역에서 실제 로보택시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아직 실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한편, 오리건주의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최근 라틴아메리카 전자상거래 대기업 메르카도 리브레의 텍사스 물류창고에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사람보다 새 다리에 가까운 구조로 설계돼 있으며 현재는 물류 창고에서 박스를 운반하는 기능을 테스트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