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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의원의 시,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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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의원의 시,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교육평가원, 정치성 중립 훼손 우려 삭제 권고

작가회의, 서정시 삭제는 야당 정치인 탄압 비난

[글로벌이코노믹=노정용기자]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도종환 시인. 지난 4.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중학교 국어과목 검정교과서에 실린 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정교과서를 심사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내년부터 개정되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도종환(58) 의원의 작품이 실린 중학교 국어과목 검정교과서에 대해 수정·보완을 권고한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검정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 16종에 대한 수정·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이 중 도종환 의원의 시와 산문 작품이 실린 8개 출판사 교과서에 도 의원의 시를 다른 시로 교체해 줄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도 의원의 작품을 수록한 출판사는 교학사, 금성출판사, 대교 등 8개 출판사로 도 의원의 ‘흔들리며 피는 꽃’ ‘담쟁이’ 등의 시가 수록돼 있다.

평가원 관계자는 “도 시인이 현역 정치인인 만큼 교과서 내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며 “교과목 별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을 보면 ‘교육의 중립성 유지’라는 항목이 있는데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해 수록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해당 출판사가 도 시인의 시를 삭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본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도종환 시인이 부이사장을 지낸 문인단체 한국작가회의는 ‘정치적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도 시인의 시가 실린 출판사에 공문을 보내 이를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은 ‘시계가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일’”이라며 “5공화국 시절 김춘수 시인이 민정당 전국구 의원이었는데 그의 시 ‘꽃’이 교과서에서 삭제됐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과서 수록시는 특정한 정치이념이나 종교, 인종에 대한 편견을 주장한 것들은 엄격히 규제되고 있지만 도 의원의 시는 서정시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도 시인의 시를 모조리 삭제하라고 하니 이는 특정 시인 죽이기이며 나아가 야당 정치인에 대한 정치 탄압이자 학생들의 문학 작품 향수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강도높게 규탄했다.

한편 평가원은 도 의원 뿐만 아니라 영화 ‘완득이’에 출연했던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관련 내용을 수록한 두산동아 등 2개 출판사에도 수정·보완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