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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한국도 추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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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한국도 추석도 없다

신진섭 산업부 기자.
신진섭 산업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카카오에 문의하세요. 국내 서비스 관련해 말씀드릴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추석연휴를 맞아 유저 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 서버 증설 계획에 대한 블루홀의 답변이다. 카카오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아 서버에 대해선 자신들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배틀그라운드’ 한국 서버는 그럼 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
지난 4일 블루홀은 유저수 증가로 인한 접속장애 문제를 해결한다며 한차례 서버 증설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됐다. 15일 오후 10시40분부터 16일 1시 40분, 20일 오후 11시부터 21일 1시, 21일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 긴급점검에 들어갔다. 잦은 점검 탓에 ‘배틀그라운드 점검’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단골이 됐다. 하지만 블루홀은 한국 유저들의 불편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난 16일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동시 접속자 수 약 133만명을 기록하며 ‘도타2’의 129만명을 깨고 역대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6월 누적 매출 1억 달러를 돌파에 이어, 지난 15일에는 누적 판매량 1200만 장을 기록했다. 패키지 가격을 단순 고려하면 출시 6개월 만에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로 거둔 매출은 3억5880만 달러(약 4058억)이상이다.​ 판매량의 90% 이상은 해외에서 팔렸다. 블루홀이 한국에 관심을 쏟지 않는 이유다. 오랜만에 토종 흥행 게임이라고 한국 유저들은 반겼지만 짝사랑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블루홀은 카카오게임즈와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PC방 무료화, 이중 과금, 15세 연령가 적용 등 유저들의 문의가 빗발쳤지만 블루홀은 묵묵부답이다. ‘앞으로 한국 서비스는 카카오와 상의하라’는 것이 블루홀의 방침인 듯하다. 당시 블루홀은 ‘능력치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유저들은 그다지 신뢰를 보내고 있지 않다. 앞서 ‘얼리억세스 종료 전까지 유료 아이템 판매는 없다’던 입장을 뒤집고 랜덤박스 형식의 유료 아이템을 판매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곧 추석연휴가 다가온다. 블루홀에 따르면 그 흔한 추석 이벤트도 배틀그라운드에는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그 엄청난 이익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송편 아이템, 한복 코스튬이면 적잖이 만족할 한국 유저들인데 이마저도 어려운 걸까. 추석에는 또 몇 번이나 서버가 터질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블루홀은 미온적이다. 유저만 뜨겁고 기업은 차갑다.

갑작스런 성공으로 부자가 된 ‘졸부’들은 과거의 인연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하기 쉽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전작인 ‘테라’ 등에 보내준 한국 유저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배틀그라운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로벌을 쳐다보다 한국을 잊는다면 결국 유저들은 ‘토사구팽’ 꼴이 나는 것이 아닌가.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