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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조세피난처 저지섬에 해외 이익 280조 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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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조세피난처 저지섬에 해외 이익 280조 은닉

ICIJ, '파라다이스 문서' 통해 자산축적 과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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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조세 회피 사실과 아일랜드 정부의 GDP 성장에 관한 연관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코노믹 김길수 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그동안 애플(Apple)이 어떻게 납세를 피하고 있었는지를 공개하면서 애플의 조세 회피 사실과 아일랜드 정부의 GDP 성장에 관한 연관성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2016년에 유출된 파나마 문서에 이어 세계 권력자나 부자들이 조세 피난처에 거액의 자산을 두고 있는 것이 '파라다이스 문서'에서 밝혀졌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개인 자산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상무장관에 임명된 투자자 윌버 로스의 이름도 거론됐으며, 오래전부터 조세 회피에 대해 비난받고 있는 애플의 이름도 보인다.

ICIJ는 7일(현지 시간) 기업들이 어떻게 세금을 회피해 왔는지 알리기 위해 애플을 예로 들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기업 실태와 이를 통한 아일랜드의 국가적 이익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애플이 과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3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칼 레빈 상원 의원이 애플이 3개의 회사를 세금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아일랜드에 옮긴 것을 꼬집었던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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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팀 쿡 CEO는 "우리는 세금 회피에 의존하지 않고, 카리브 섬에 몰래 축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자료=ICIJ

당시 레빈 의원이 팀 쿡 CEO에게 "당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아일랜드로 옮겼다. 이는 옳지 않다"고 지적하자, 쿡 CEO는 "우리는 납부해야 할 세금을 1달러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세금 회피에 의존하지 않고 카리브 섬에 몰래 축적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애플이 예전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은 '더블 아이리쉬(Double Irish)'라는 조세 회피의 방법을 취하고 있었던 사실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조세 회피는 탈세와는 달리 불법 행위는 아니지만,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법인세가 제로 또는 매우 낮은 장소에 법인의 페이퍼 컴퍼니 등을 두면서 납세액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통을 벗어난 교묘한 술수'라는 지적이 따른다.

더블 아이리쉬를 통해 애플은 아일랜드에 2개의 법인을 만들었다. 첫 번째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로 미국 본사의 자회사라는 성격으로 라이선스 부여에 대한 역할만 담당한다. 그러나 이 상태라면 아일랜드 정부에 의해 과세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자회사의 관리 지배 부문을 국외로 이동시킨다.

아일랜드는 관리 지배 부서가 국외에 있는 경우 세법상 과세되지 않는다는 법률의 허점이 존재한다. 결국 "애플은 관리 통제 부서를 조세 피난처에 옮김으로써 세금 회피 계획을 실현시킨 것"이라고 ICIJ는 지적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방법을 채택하여 애플의 해외 이익에 대한 세율은 2% 까지 떨어졌던 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은 2014년경부터다. 이후 2015년 미국 내에서 "애플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정교한 기술을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되자, 쿡 CEO는 "전혀 터무니없는 정치적인 지적"이라고 반발하며, 오히려 미국의 세제를 비판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에 의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면서, 2016년 EU는 애플에게 2003~2013년까지의 기간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 최대 130억유로(약 16조8000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당시 경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유출된 '파라다이스 문서'는 뉴저지에 있는 법률 사무소 '애플비(Appleby)'가 관리하고 있던 자료를 남부 독일신문이 입수하고, 영국 BBC와 더 가디언을 포함한 전 세계의 언론이 참여하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협력 하에 드러났다. 그리고 공개된 문서에 포함된 고객의 이름에는 엄연히 애플의 이력도 자세히 포함되어 있었다.

2013년 쿡 CEO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세금 탈루에 대해 부정한 지 몇 개월 후 아일랜드 정부는 "국내에서 설립된 회사가 세제의 무국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후 애플은 아일랜드의 변화에 대응해 조세피난처를 찾기 시작했던 정황이 이번 애플비의 자료에 의해 밝혀졌다.

드러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3월 애플의 법률 고문 베이커&매킨지는 애플비에게 케이맨 제도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버뮤다 제도 등에 대한 14개의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던 사실이 확인됐다. 그리고 질문 중 하나에는 "아일랜드의 회사가 관리 활동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시오......당신의 관할에서 과세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어 애플 측은 현지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법률이 불편한 방식으로 변경될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것도 알고 싶어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애플은 엄청나게 큰 법인 이익에 대해 과세가 없는 저지섬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저지섬은 영국령이지만 자체적인 입법을 통해 EU법을 적용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조세피난처로 최적격 장소였기 때문이다.

유출된 자료 중에는 애플비 법인 부문 임원인 캐머런 애덜리(Cameron Adderley)가 동료에게 보낸 편지도 포함되어 있다. 메일에는 "애플이 세간의 눈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그들은 그들을 위해서 행해지는 일이 '그것을 알 필요가 있는 사람' 사이에서만 논의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심지어 애덜리는 베이커&맥킨지의 의뢰를 받은 것에 대해 "국제 기준으로 우리가 빛날 큰 기회"라고 표현했다.

2014년 중반 아일랜드 정부는 국제적인 압력이 심해지자 더블 아이리쉬를 금지하는 법률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애플은 아일랜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겉으로는 절대 반대의 뜻을 내비치지는 않았다. 애플이 저지섬을 이용한 것은 더블 아이리쉬를 이용하기 위함이었지만, 반대의 뜻을 내비칠 경우 국제적 표적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블 아이리쉬 금지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사람은 의외로 많았다.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2014년 7월에 "더블 아이리쉬 제도의 금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2014년 10월 누난 장관은 더블 아이리쉬 제도를 2015년 1월부터 신규 참가하는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애플과 같이 이미 더블 아이리쉬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적용시키기로 결정했다.

이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애플은 2015년 아일랜드에 있는 'Apple Sales International(ASI)'과 'Apple Operations International(AOI)'을 포함하여 조세 회피의 구조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2014년 누난 장관의 발표 중에는 "무형 자산을 아일랜드에 반입한 회사에 대해 관대한 세제"라는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이것은 아일랜드의 기업이 값비싼 무형 자산을 구입하면 자본 공제가 인정된다는 것으로, 이 방법을 사용하면 아일랜드 기업이 해외 조세 피난처에 있는 그룹 회사에서 무형 자산을 구입함으로써 절세 제도의 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물론 애플이 이러한 방식을 이용했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ICIJ는 애플은 여전히 과세의 해외 이익인 2520억달러(약 280조9300억원)의 대부분을 저지섬에 모아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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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년간 애플이 해외에 모아둔 현금. 자료=SEC

또한 2015년 아일랜드의 GDP가 26% 증가한데 대해, "국외에서 아일랜드 국내 기업의 무형 자산이 매각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 아일랜드의 무형 자산은 2015년 270억달러(약 30조원)나 증가했다. 아일랜드가 더블 아이리쉬 제도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조세회피처 이용에 대한 ICIJ의 공개 발표에 대해 애플은 이전과 동일하게 강력히 반박했다. 애플은 11월 6일(미국 시간), 세금 납부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애플은 2015년 기업 구조를 변경한 것에 대해 미국에 대한 세금 납부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장소에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특히 아일랜드에서 조작이나 투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전면 부정했다.

또한 아메리카를 벗어나면서 애플은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자산 수익상으로 법으로 정해진 35%의 세율로 영국에 납세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해외 수익에 대한 애플의 실효 세율은 21%로, 이는 공개된 자료를 통해 쉽게 계산할 수 있으며, 이 세율은 수년간 일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의 내용 이외에 애플은 지난 3년간 350억달러(약 9조원) 이상을 세금으로 지불한 세계 최대의 납세자인 것을 내세웠다. 그리고 애플 제품 대부분의 설계·개발·엔지니어링 등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대부분의 세금은 미국에 납세한다"며, "1980년대 스티브 잡스가 해외 거점으로 아일랜드를 꼽았을 때부터 아일랜드에서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며 ICIJ의 조세 회피 성명을 일체 부인했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