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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 압박하기로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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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은행 압박하기로 작정했나?

요주의 업종 대출하다가 은행이 부실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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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이정선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금융 지원과 관련, "기업의 신용도도 있는 데다 매출이 발생할 것이 확실시될 땐 은행이 적극적으로 담보대출을 해서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자동차부품업체인 ‘서진캠’의 충남 아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있었다. 지난 13일이었다.

홍 부총리는 “민간 영역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융기관장들과 논의할 기회가 있으면 이쪽 분야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겠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나라 살림을 꾸리는 ‘경제 수장’이다. “민간영역”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경제 수장의 한마디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은행들은 자동차부품업체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은행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은행들이 자동차를 ‘요주의 업종’으로 분류하고 대출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신규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김 의장은 “금융당국과 정책금융기관이 11월부터 자동차부품업체에 1조 원 규모의 보증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는데, 은행 등 민간 금융권도 자동차 업계의 유동성 지원과 구조혁신 노력에 동참할 수 있게 금융당국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도 했다.

‘단돈 1원’도 떼이지 않으려는 게 은행의 속성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어떤 기업이 어렵다는 소문이 나면 거래를 기피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종을 ‘요주의 업종’의 분류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은행의 대출은 은행 스스로가 판단해서 할 일이다.

그런데 여당의 정책위위장에 이어, 신임 경제부총리까지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신한은행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과 ‘자동차 및 조선 부품업체 상생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2200억 원 규모의 ‘신한 두드림 자동차∙조선 상생대출’을 하겠다고 했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대출을 해줬다가 대출금이 부실해질 경우에도, 은행 임직원이 관련 법령과 절차 등을 준수했다면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하는 은행연합회의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모범규준’도 만든다고 했다.

대출해준 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도 이를 취급한 임직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은행연합회가 ‘모범규준’을 만들겠다고 한 가운데, 정부는 내년 사회적금융 공급 규모를 올해 목표 10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2400억 원 이상으로 책정하고 있다. 대출 860억 원, 보증 1150억 원, 투자 420억 원 등이다.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를 위해 은행 대출 원금의 최대 45%를 감면해주는 채무조정제도의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취약차주가 은행돈을 갚지 못하면 원금의 절반 가까이를 까주겠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자면, 은행들은 빌려줬던 돈의 절반 가까이를 떼일 수도 있게 생겼다.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번 것은 사실이다. 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서 허덕여도 은행들은 ‘돈 장사’로 떼돈을 챙기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은행들이 올린 순이익은 12조4000억 원에 달했다. 순이익 규모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2000억 원이나 늘었고, 2007년의 13조1000억 원 이후 최고로 많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요주의 업종’이나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이를 어떻게 메워줄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은행까지 덩달아 부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정선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