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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의 'Lively, 삶의 예찬'展… 화랑미술제의 작은 광휘(光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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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의 'Lively, 삶의 예찬'展… 화랑미술제의 작은 광휘(光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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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 작 'Lively' 45.5 ×53.0cm oil on canvas 2019
그림 앞에 서면 늘 작아지는 여인이 있다. '작아진다'는 우주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선다는 말의 우회적 표현이다. 그렇게 배운 언어가 그림이고, 어눌하게 다가간 것이 미소였다. 아이의 눈에는 늘 캔버스를 대신하는 너른 들판이 있었고, 메뚜기 떼들이 점과 선을 대신했다. 할미꽃을 스치면서 아이는 뜨거운 여름날의 핏빛 노을과 대면한다. 어리숙한 바람이 스쳐간 겨울에 홀로 남겨졌던 아이는 호롱불을 이고 호박향이 별처럼 떨어지는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금년 화랑미술제는 지난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 홀에서 열렸다. 스무 번째 열리는 미술제는 마법을 부리지 않고서도 좋은 작가들이 즐비했다. 그 틈에 얼굴을 내민 작가 중의 한 명이 깃털작가 이우 김영자이다. 라우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로 코엑스 C홀 K49번을 배정받은 그녀는 블루에서 분홍의 스펙트럼을 두르고, 강제 없이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는 평화의 씨앗 물방울을 묘화(描畵)의 주인공으로 삼아 삶의 수레를 탄다. 모퉁이의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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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 작 'Lively' 45.5 ×53.0cm, oil on canvas, 2019

시간의 나이를 따라 비스듬하게 걸어가는 여인의 뒷모습에 피는 보랏빛 우울이 수그러질 지음 모카 커피의 익숙한 내음이 귀족 같은 사위를 탄다. 여인은 춤추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그림 곳곳에 발레리나를 두르고 선율을 부른다. 붉게 타는 저녁놀로 전설의 태양새를 불러내기도 하고, 심연의 농밀한 러브스토리를 장착하기도 한다. 여인은 흐름에 여울지는 윤기 있는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기(氣) 향기를 머금은 그림은 아름다운 작가의 삶과 깊게 관계한다.

밤새 자기의 깃털로 옷감을 짰던 두루미인 듯, 거센 물살을 가로질러 고향을 찾아간 연어가 산란을 하고 자신의 몸을 새끼의 먹이로 남기고 장렬하게 삶을 마감하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깔지 않더라도 작가는 역동적 그림 작업을 수행해오면서 자신을 희생해 왔기에 그녀의 작품은 진정성을 획득한다. 정말 거친 세상을 살아 온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녀는 퀼트를 짜듯 자신의 땀과 눈물로 자신의 삶을 작품에 투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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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 작 'Lively' 50 ×50cm oil on canvas, 2019

자신의 삶이 투영된 작품은 살아오면서 이루지 못한 꿈과 아름다운 과거에 대한 동경이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들은 동화적이다. 수묵의 느낌에 노랑나비가 춤추는 장면은 소녀라면 누구나 한번 쯤 꿈꾸었을 발레리나를 두드러지게 표현해낸다. 세필로 묘사된 발레리나들은 생동감이 뛰어나 금세 그림에서 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창출한다. 한국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원색을 구사해내며 현대감각을 실은 작품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우 김영자의 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과 인간의 다양한 형상을 몽환적 판타지로 엮어낸다. 만산에 핀 진달래가 이팝나무와 어울려 장관을 이루면 여지없이 발레리나들이 튀어 나와 어울려 춤추는 생기발랄함과 역동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우 식(式) ‘청춘예찬’이며 활기차고 기운생동을 기원하는 이우 표(表) 기원 의식이다. 이우는 그렇게 모두의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심성을 그림마다 채워 넣으며 삶의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이우는 생명력을 상징하는 물방울로 역동적이며 생기발랄한 이미지를 나타내왔다. 분홍과 보라가 어울려 춤추는 응집과 회전하면서 에너지를 창출하는 듯한 이미지가 작품 속에 적절히 용해된다. 그림 자체가 주는 시각적 인상은 느린 호흡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용기를 잃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활력을 찾으라고 격려하는 듯 하며 어려운 시대 상황을 잘 극복하라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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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 김영자 작 'Lively' 50.0 ×50.0cm, oil on canvas, 2019

이우의 작품들이 블루와 딥블루를 입으면 그림들은 정갈해지고 상큼한 바닷 내음을 부른다. 부드럽게 유영하는 무희들은 해녀로 바뀌고 이 세상의 이 곳 저 곳을 탐구하는 호기심 많은 젊은 소녀들의 모습이다. 그들 위에는 늘 황금빛 희망이 자리잡고 있다. 작가가 배려하는 용기의 표현이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기를 함께 느끼게 하며 감동으로 이어진다.

이우 김영자,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겸허하게 자신의 그림 속에 담아내는 올곧은 서양화가이다. 그녀의 이타적 그림 작업은 승(僧)과 속(俗)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 같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그녀의 작업은 우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구촌 공민들의 감정을 흔들고 있다. 그녀의 그림들이 깃털처럼 가볍게 세상을 움직이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 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