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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 ‘역주행’ 에너지 전환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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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 ‘역주행’ 에너지 전환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최성민 KAIST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과장, 박사)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
최성민 카이스트 교수.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난달 10일 발생한 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1호기 열출력 급등사건으로 재연되고 있다. 탈원전 지지자들은 원전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탈원전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원전의 설계상 안전성을 강조하며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지는 찬반 양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의 특별기고문을 실어 ‘탈원전’의 상반된 주요 논점 소개와 독자들의 정책 이해와 판단을 돕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시작된 지 약 2년이 지났다.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정부가 이름을 바꿔 이제는 ‘에너지 전환정책’이라 부르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과 관련된 주요 이슈와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더불어 최근 발생한 한빛원전 1호기의 제어봉 오조작 사건에 따른 문제도 함께 진단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무엇을 위해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가.

지난해에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참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올 여름을 대비해 벌써 에어컨 구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적인 화두는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화석연료를 줄이고 저탄소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탈원전이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원전을 없애겠다는 탈원전은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과 정반대의 길로 가는 것이다. 탈원전을 추구하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그 목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5월 28일 발표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에서의 원자력에너지>라는 보고서에서 ‘원자력은 수력과 함께 저탄소에너지의 근간을 이룬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각 정부가 안전성이 담보되는 한 가동 중인 원전의 지속적인 사용, 신규 원전건설 지원, 새로운 원자력 기술개발에 나서줄 것을 권고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과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성과 객관성으로 공신력이 높은 IEA가 지구환경과 에너지 전환의 경제성을 위해 내놓은 권고이다. 이 정도면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부의 자세가 아닐까.
둘째, 탈원전 정책이 초래할 문제를 지난 2년간 여러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 오고 있다.

‘소 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었다. 지난해 원전 가동률 하락에 따른 한국전력공사 수익의 급격한 감소는 탈원전 정책은 전기료 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원전을 없애고 화석연료인 천연액화가스(LNG)를 늘리면 미세먼지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도 너무도 자명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산업이 붕괴되면 원전 수출이 어려워진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자국에서는 위험해 폐기하겠다는 나라의 원전을 누가 믿음을 갖고 사려 하겠는가.

정부와 탈원전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각 사안에 대응하는 정부의 논리가 안타까울 정도로 비논리적이다.

최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의 최종 설계인증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의 원전이 충분히 안전하니 미국에 지어도 좋다는 뜻이다.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 원자력기술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수십 년의 노력으로 이룩한 자국의 기술적 업적에 축하하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정부와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그러나 정부의 자세는 정반대다. 위험성 때문에 APR1400의 국내 건설을 취소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 수천억 원을 들인 신한울 3, 4호기 이야기다.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고, 붕괴되고 있는 우리나라 원전산업을 살리는 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수출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 중 1, 2호의 건설현장 모습. 사진=한국전력공사이미지 확대보기
아랍에미리트(UAE)에 첫 수출한 ‘한국형 원전 APR1400’ 4기 중 1, 2호의 건설현장 모습. 사진=한국전력공사

셋째, 원자력은 과학적 실제와 심리적 두려움의 간격이 큰 분야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여러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작금의 탈원전은 국민의 막연한 두려움을 이념의 틀에 가두어 만들어낸 정책이다. 에너지는 이념과 진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선언으로 좌지우지 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인사들은 구소련의 체르노빌(1986년)과 동일본 후쿠시마(2011년)의 원전사고를 언급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안전한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너지원별 상대적인 안전성은 과학적 자료를 통해 냉철하게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막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원자력은 단위전력생산당 인명 피해가 가장 낮은 에너지원이다. 이는 지난 2007년 저명한 국제의학저널인 랜셋(The Lancet)에 이미 발표된 내용이다.

원전이 없었다면 세상은 더 안전했을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콜롬비아대학 연구자들이 2013년 미국화학회의 국제저널 ‘환경 과학과 기술’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원전 대신 화석연료를 사용했다면 대기오염으로 1971년부터 2009년까지 184만 명이 추가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전의 사용으로 구한 인명이 184만 명이라는 뜻이다. 세 번의 원전사고에서 발생한 총 사망자 수 43명(체르노빌 사고에서 발생)과 크게 비교되는 숫자이다.

넷째, 원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원전의 지속적 기여를 이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한빛1호기 제어봉 오조작 사건이 발생했다. 제어봉 조작 실수와 운전절차 위반에 따른 원전의 안전성 문제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원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데 일조했음에 틀림없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건발생 경위와 그 대응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 이는 국민적 신뢰구축의 기본이다.

또한, 한수원은 크게 반성하고 재발 방지와 안전문화 강화를 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수립과 그 이행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체르노빌 사고와 연계시키려는 일부 주장에 확실히 대처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탈원전 정책은 자국의 에너지 산업을 그것도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세계최고 수준의 에너지 산업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최근 독일의 에너지 전환정책이 실패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독일의 대표 주간지 슈피겔의 표지기사로 실렸다.

우리는 독일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만시지탄이 되지 않도록 이제라도 에너지 정책을 전환해야 할 때다. 국민적 신뢰는 원전의 지속적인 활용과 새로운 기여 창출을 위한 기본 중에 기본이다.

한수원은 한빛1호기 사건을 계기로 안전문화를 다시 한번 다지고 또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원자력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