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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마이너스 손' 손정의…850억 투자 광산업체도 '파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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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마이너스 손' 손정의…850억 투자 광산업체도 '파산위기'

소프트뱅크 또 투자실패…캐나다 광산업체 네마스카리튬 지난달 파산신청

캐나다 퀘벡주 소재 네마스카리튬 광산의 시설 확대 공사 모습. 사진=네마스카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퀘벡주 소재 네마스카리튬 광산의 시설 확대 공사 모습. 사진=네마스카
세계 최대 기술투자자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투자한 캐나다의 리튬광산업체 네마스카리튬이 지난달 파산신청을 했다. 이 사건에 관련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캐나다 일개 기업의 일에 왜 관련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일까.
손 회장이 투자에 실패한 또 하나 사례라는 점도 이목을 끌지만 이 사건을 향후 리튬 시장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로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리튬 공급과잉으로 리튬 가격이 폭락했고 그 결과 네마스카의 자금사정이 급격히 악화된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네마스카의 몰락을 글로벌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특집기사에서 “일부 광산업체에 의존해 굴러온 리튬시장이 예상치 못한 급격한 변화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으로 규정했다.

◇ 2018년부터 공급과잉 우려 가시화


전 세계적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이 리튬이온 배터리이고 이 배터리의 핵심소재가 바로 리튬이다.

네마스카는 이 리튬을 채굴하고 정제하는 업체. 그러나 전기자동차 시장의 확대를 예상한 공급업체들의 생산설비 확대가 잇따르면서 2018년부터 공급 과잉 우려에 따른 가격 폭락이 가시화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광산시장 전문가인 마이클 위드머 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3년 전까지만 해도 리튬광산업체나 리튬생산업체치고 (급증하는 리튬수요 때문에) 생산량을 늘리지 않거나 생산시설 설비 확대에 나서지 않은 곳은 없었고 이런 현상은 처음 목도했다”고 밝혔다.

그 열풍이 결국 리튬 가격의 대폭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 리튬시장 흐름 예측 못하고 사업 확대


네마스카의 몰락은 글로벌 리튬광산업계가 전기차 호황기에 대비해 과잉 대응에 나선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지난 2015년부터 리튬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3년간 가격이 세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튬광산업계는 과감한 증산에 나섰고 호주에서만 2017년 이후 리튬 광산이 6곳이 새롭게 가동됐다. 생산시설 확대는 네마스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네마스카는 지난해 2월부터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리튬광산 확장과 정제시설 확대를 마무리하려면 3억 달러(약 3479억 원)에 가까운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가이 부라사 최고경영자(CEO)가 선언하면서다. 최대 지분을 가진 퀘벡주 정부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당혹했다.

투자자들은 손사래를 쳤고 네마스카는 파산보호 신청을 해야 했고 부라사 CEO도 경영에서 손을 뗐다.

앞서 네마스카는 10억 달러(약 1조1595억 원)를 펀딩 받은 데 이어 한국의 LG화학, 네덜란드의 존슨 매티, 스웨덴의 노스볼트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 배터리 업체들과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리튬 광산을 확장하고 글로벌 리튬정제 업체로 뻗어나가려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광산 확장과 정체시설 도입에 투입되는 자금의 규모를 과소평가한 데다 글로벌 리튬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 비용초과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 중국발 훈풍 기대감

중국 시장 기준으로 배터리급 리튬 가격은 지난 2018년 4월 톤당 2만 달러를 웃돌았던 적도 있으나 지난해 10월 기준 1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나 관련업계 고위관계자들은 전 세계적인 리튬 공급이 위축됐음에도 전기차에 올인하고 있는 중국이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어 올해 중 리튬 가격이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에 세운 공장에서 ‘중국산 테슬라 모델3'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리튬 관련 업체 주가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금 축소를 추진 중인 중국 정부도 올해 중에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테슬라에 리튬을 공급하는 중국 리튬업체 간펑리튬(Genfeng Lithium)의 왕 샤오셩 CEO는 “그 사이 중국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진 데다 전기차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리튬시장이 바닥을 치는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바닥을 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 근심 쌓이는 리튬원석 광산업체들

그럼에도 주로 호주에 분포해 있고 스포듀민(리튬의 주요 광석인 리티아 휘석)을 채취하는 데 그치고 있는 소규모 리튬광산업체들의 경우 시장 변화에 여전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들 업체는 스포듀민 같은 리튬 원석만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고부가 가치를 지닌 배터리 등급 리튬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경우가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 스포듀민 가격은 톤당 480달러 수준인데 4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호주의 리튬광산업체들은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캐나다와 호주 등의 리튬광산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완성업체들과 배터리 생산업체들이 리튬 정제업체들이 몰려 있는 중국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도드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안지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