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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건조 승인, 추가 비용·협정 개정·인력난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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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핵잠수함 건조 승인, 추가 비용·협정 개정·인력난 넘어야

트럼프 "필라델피아 조선소서 건조" 전격 발표…한화오션 주목
2030년대 중반 전력화 목표, 법적·기술적 장애물 산적
한국의 기존 디젤-전기 잠수함 중 하나인 한국의 도산 안창호. 사진=방위사업청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기존 디젤-전기 잠수함 중 하나인 한국의 도산 안창호. 사진=방위사업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전격 승인했지만, 실제 전력화까지는 50억 달러(71500억 원) 규모 인프라 투자와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전문 인력 확보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워 존(The War Zone)과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National Security Journal)은 지난달 30(현지시각) 보도에서 트럼프의 승인이 30년 숙원 사업의 출발점이지만, 기술·법률·비확산 측면에서 난관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첫 관문


AP통신과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30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핵잠수함 건조의 핵심 관문이라고 보도했다. 현행 협정은 핵물질의 군사 목적 사용을 금지해, 핵잠수함용 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려면 협정 개정이나 별도 협정 체결이 꼭 필요하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놓고 마지막에 연료가 필요했다""미국 협조를 받아 완결점을 이뤘다"고 밝혔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연료에 대해 "평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농축 정도가 20% 이하"라고 설명했다.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정은 한국이 20% 미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군사 목적 사용은 금지돼 있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기술 이전 승인은 호주 핵잠수함 사업에서도 3년 가까이 걸렸으며, 의회 동의 절차가 필요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은 전했다.

필리조선소 인프라 구축에 최소 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한국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조선소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 필리조선소다.

더 워 존은 필리조선소가 현재 상선 건조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 핵잠수함 건조에 꼭 필요한 밀폐식 도크, 방사선 차폐 설비, 원자로 설치 장비 등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핵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고도화 설비를 구축하는 데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도를 보면 한화그룹은 50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생산능력을 1~1.5척에서 2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필리조선소는 길이 330미터 드라이독 2곳과 1700여 명 인력을 갖추고 있으나,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전문 교육과 미국 국방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 추가 부담이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핵 잠수함 필리 조선소 건조 승인 내용이 담긴 글. 사진=트루스 소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핵 잠수함 필리 조선소 건조 승인 내용이 담긴 글. 사진=트루스 소셜 이미지


원자로 통합 전문인력 부족 심각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은 원자로 통합 작업이 고난도 용접 및 정밀 조립 기술을 요구하는데, 관련 전문인력은 한국에서도 극소수라고 전했다. 미국 내 선두 군용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는 숙련인력 부족 때문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건조가 이미 2~3년 지연되다.

방위산업 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필리조선소를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로 바꾸려면 방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건조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한화가 맞닥뜨릴 주요 장애"라고 보도했다.

핵확산 우려와 지정학 리스크


AP통신은 "미국 핵잠수함 기술은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오커스(AUKUS) 협정에서조차 직접 기술 이전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은 미국이 1950년대 영국 이후 제3국에 핵추진 기술을 공유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은 지난달 30"한국과 미국이 핵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은 한화오션 미국 자회사 5곳을 거래제한 목록에 올리며 한미 조선 협력에 공개 견제 수위를 높였다고 스마트에프엔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다릴 킴볼 미국군축협회(ACA) 사무국장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한국이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기술을 확보하거나, 핵무기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우라늄 농축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술로나 군사로나 여전히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2030년대 중반 첫 함정 인도 전망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착수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결정이 나면 10년 이상 걸려 2030년대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수량은 5000톤급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승인으로 미국·영국·호주의 오커스처럼 미국 주도 안보 파트너십에서 한국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의 설계·운용 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우리의 잠수함 건조 생산 역량을 합치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잠수함 건조 경험이 전혀 없는 조선소를 거론한 만큼,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핵확산 통제를 동시에 이루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협정 개정, 시설 구축, 인력 양성, 비확산 합의 등 여러 단계 과제를 고려하면 변수는 여전히 많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