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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 면역반응 걱정없는 자가줄기세포 배양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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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 면역반응 걱정없는 자가줄기세포 배양의 중요성

성체줄기세포 치료에서 자가줄기세포 배양이 더 적합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성체줄기세포 치료에서 자가줄기세포 배양이 더 적합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성체줄기세포란 태어난 이후에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 중에서 특정 조직이나 기관을 재생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자가줄기세포는 타인줄기세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자신의 몸에서 추출돼 유전자가 동일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줄기세포를 자가줄기세포, 면역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인간 세포는 타인줄기세포라고 한다. 타인줄기세포의 경우 유전자 일치에 따라 면역반응의 정도가 달라진다.

세포를 통한 면역체계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면역체계는 6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 정보에 따라 세포의 특성을 구분하기도 한다. 이들은 세포 내부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표면에 노출시켜 주조직 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MHC)라는 구조물을 형성한다.

면역반응세포들은 MHC에 담긴 단백질을 파악해 제거할 대상인지 판단한다. T세포(T cell)나 NK세포(NK cell)는 대부분의 세포에 있는 MHC I(HLA-A, HLA-C, HLA-B 등)을 인식해 병에 걸리거나 감염된 세포를 공격한다.
MHC II(HLA-DP, HLA-DM, HLA-DO, HLA-DQ, HLA-DR 등)가 있는 세포들은 대식세포(macrophage, monocyte)나 B세포(B cell)로서 미생물,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MHC III는 단계적 면역 반응에 필요한 보체(comlements)에 관여한다.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을 때 혈액형과 관련된 적혈구 표면 항원만 일치하면 환자의 면역체계가 새로운 적혈구를 자기 것처럼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백혈구가 몸으로 들어가도 별 다른 이상이 없다.

그러나 수혈 부작용을 찾아보면 더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정상적인 수혈은 큰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여러 번 수혈을 받다보면 체내 면역체계가 감작(과민하게 반응)돼 점차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반대로 탈감작돼 투입된 혈액에 의해 공격당할 수도 있다.

특히 암 치료로 인해 면역이 약화된 상태에서 수혈을 받으면 이식편대숙주병(GVHD)을 일으켜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식편대숙주병이란 수혜자의 면역 체계가 이식된 면역세포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노령에서의 면역반응은 전반적으로 감쇄되어 나타나므로 오히려 예상치 못한 특정 음성 피드백에 의한 과민 반응이 자가면역 반응으로 돌아서는 수가 있다. 자가면역반응은 면역 체계가 자신의 몸의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것으로 심한 경우에는 사망의 위험도 있다.

코로나 환자에서의 면역 반응도 이런 기작이 관여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본인이나 일란성 쌍둥이의 세포 외에는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면역 반응이 없는 호환 가능한 공여 세포(universal donor)를 발견하거나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현재로서는 자신의 젊은 세포를 잘 보존하거나 이미 노화된 세포를 증식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유도만능세포 등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세포를 젊게 되돌리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고 유도세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원시세포의 특성을 아직 완전히 통제하지 못해 임상 적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면 노화된 자신의 줄기세포가 좋을까, 아니면 젊은 타인의 줄기세포가 좋을까? 가장 많은 질문이면서도 선을 그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고령자의 경우 본인의 세포보다는 타인의 세포가 더 이상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변수가 있어 명확한 비교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마다 다른 실제 유전자 나이, 신체 상태, 기존 질환, 사용중인 약물 및 세포 배양 특성 등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면역 반응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과정들이 있다. 유전자 형이 일치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2016년 미국에서 작성한 세포 치료산업 로드맵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를 할 때 자신의 줄기세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자신의 세포가 당장 부족하거나 배양이 어려운 경우에는 타인의 세포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가능하면 백혈구 혈액형(HLA type)을 검사해서 자신과 가장 유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더욱 중요한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만약 줄기세포 치료를 원하는 경우 병이 발생한 시점에서는 이미 급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채취하고 배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세상 만사가 그러하듯 미리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현재 신의료기술로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병원에 입원할 경우 의료진은 자신의 전문분야(내과, 외과 등)에 집중해야 하는데다 줄기세포 치료는 비용도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줄기세포 채취를 허용할 가능성이 낮다.

신의료기술 평가제도는 건강보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강보험법과 연관돼 한국에서만 있는 제도다. 신의료기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환자에게 치료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처럼 여겨진다. 신의료기술 평가 절차는 신약 허가를 받는 것만큼 오래 걸리고 외국의 전례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의사들은 농담삼아 한국의 신의료기술은 신의료기술평가를 절대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외국보다 한국이 앞서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배양과정을 거치는 치료는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아프기 시작하는 순간 줄기세표치료를 받을 기회는 이미 놓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 등록된 세포치료제들은 대부분 식염수에 담겨 죽은 상태다. 비록 죽은 세포라고 해서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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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치료를 원하는 경우 성형, 항노화와 같은 비급여 목적 시술을 제공하는 의원에서 다른 시술과 함께 받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준비된 세포가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대부분 채취 및 배양 과정을 거쳐 치료를 받게 된다.

물론 채취시 바로 치료가 가능할 때도 있다. 이는 주로 SVF(Stromal Vascular Fractiion; 기질 혈관 분획; 조직을 효소로 녹여 원심 분리하여 얻는 세포 층)치료나 골수, 말초혈액 분획 치료를 하는 경우다. 일부 질환은 한두 번 정도로 개선될 수 있지만 노화로 인해 발생한 질환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으므로 배양이 필요하다.

젊은 세포와 나이든 세포는 기능, 모양, 증식, 변신 능력까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이 환자가 젊었을 때 보관해 둔 세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젊을 때 보관된 세포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있다. 냉동 보관된 세포의 생존 기관은 생식 세포의 경우 최대 16년, 성체 줄기세포의 경우 최대 5년 정도다. 질소탱크 뚜껑을 자주 여는 곳은 3년도 가지 못한다.

그래서 일부러 세포를 해동해 배양을 통해 특성을 정상화시키고 숫자를 회복해 다시 냉동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이를 ‘부활배양’이라고 부른다. 보관된 세포는 많을수록 좋다. 여러 개로 나누어 시기마다 밀폐된 공간에 보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과정에서도 간헐적 부활 배양, 즉 ‘해동-배양-냉동’ 과정을 반복해야 의미가 있다.

이러한 과정은 복잡하고 상당한 비용이 든다. 세포 치료제 배양 생산 원가는 100만 개 세포당 120만원이며, 보관 비용과 부활 배양 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성인 질환 치료를 위해 최소 수십억 개의 세포가 필요한 상황에서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개인이 자신의 줄기세포를 직접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스스로 배양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줄기세포는 타인의 세포에 비해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는 유전자 변형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2. 자신의 세포를 직접 관리하면 안전성이 보장된다. 세균 감염 위험이 적고 다른 사람의 세포와 혼동되거나 배송 중에 손실되는 위험도 줄어든다.

3. 소규모 배양이라도지속적으로 유지하면 냉동 보관 세포가 계속 파생되므로 미래의 준비가 더욱 완벽해진다.

4.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면 이러한 줄기세포 배양 투자는 필수적이다.

5. 빅데이터가 축적되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즉시 줄기세포를 보낼 수 있어 남을 도울 수 있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