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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6)]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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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26)]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다발성 경화증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신경계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다발성 경화증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인체의 면역시스템이 신경계를 공격하면서 발생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다발성 경화증(MS·multiple sclerosis)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인체의 면역 시스템이 신경계를 공격해 신경 신호 전달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1000명 중 약 2명에게 발병하며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는 불치병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 체계가 부분적으로 항진(과도하게 반응)되면 신경 섬유를 덮고 있는 보호막(미엘린 수초)을 외부 이물질이나 이식된 조직처럼 오인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중추 신경계는 다수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신경세포들은 축삭돌기를 통해 서로에게 신호를 전달한다. 축삭돌기는 축삭과 그 주위를 감싸고 있는 미엘린 수초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자가면역 질환처럼 다발성 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엘린이 손상되면 신체는 손상 부위를 치유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미엘린이 있던 자리에는 경화증이라는 흉터조직이 형성된다. 이를 '플라크' 혹은 '경화 병변'이라고 한다.
다발성 경화증은 극과 극의 다양한 경과가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기도 하고 증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증상이 고착되기도 하고 급진적으로 악화(progressive MS)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미엘린 수초의 손상이 심각하지 않으면 재생과 복원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줄기세포 치료는 다발성 경화증의 치료에 획기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치료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B세포(B cell)와 T세포(T cell) 등 면역 세포가 작용하는 원리를 이용하여 과도한 면역 반응을 낮추는 방법이 있다.

또한 뇌-혈류장벽(BBB) 내부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측분비 효과로 면역 반응을 조절하고 줄기세포의 활성을 자극해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 BBB는 뇌와 혈액 사이의 장벽으로, 뇌에 외부 물질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 뇌 내부의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BBB를 통과해 세포를 투입하여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OPC)처럼 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희소돌기아교 세포는 미엘린을 형성하는 세포다. 줄기세포를 아교세포로 분화시켜 다시 미엘린 수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때 미엘린 수초의 역할이 신호 전달에 기인하는 부분으로 볼 것인지 축삭을 보호하는 기전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기대 기전이 달라진다.

최근 전기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엘린이 여러 겹으로 중첩된 절연층 구조를 갖추지 않고 대략 한두 겹 정도로만 덮어도 충분하다고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엘린의 생리학적 기전을 살펴보면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것과 실제 재생 사이에는 다른 질환보다 더욱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적 재생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지 결절 구조(일정 간격으로 존재하며 축삭이 미엘린으로 덮이지 않은 부위)를 두고 덮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질환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면 인체 내에서 재생 과정이 발생하고 밸런스 역전을 통해 치유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생이 불가능하다면 면역학적 조절을 통해 손상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 외에는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손상의 기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액성 면역(humoarl immunity)과 세포성 면역(cellular immunity)을 구분해야 한다.

채액성 면역은 B 림프구가 항원에 반응해 항체를 생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B림프구는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로 분화한다. 생성된 항체는 항원에 붙어 제거를 도와준다. 반면 세포성 면역은 T림프구들이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면역 반응을 조절하거나 직접 감염된 세포를 공격해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BBB로 둘러싸인 신경계는 재생 세포뿐만 아니라 B세포, T세포, NK세포 등 파괴 기능을 가진 세포도 쉽게 침투하기 어렵다.

그러나 면역글로불린 같은 단백질, 성장인자, 화학적 신호 전달 인자는 BBB를 통과해 신경계에 작용할 수 있다. 감작된 세포 유래 기전들은 BBB 외부에서 활성화되어 세포들로부터 미엘린 독성 물질이나 자가면역 항체 등이 분비된다. 이런 물질들이 BBB를 통과해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VEGF 등 염증 유도 물질이 분비되어 닫혔던 BBB가 세포 투과를 위해 열리게 된다. 이 때 혈구세포가 침입해 미엘린을 본격적으로 파괴한다.

세포 면역 기전이 체액 면역 기전까지 유도되므로 세포 면역 기전을 차단하면 질병의 전반적인 진행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초기에는 백혈병 환자의 면역을 리셋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조혈모 세포의 이식을 사용해 질병의 진전을 억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치유 기전인 경화증까지 고려한다면 혈구 세포의 반응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를 위해 약물을 복용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콜라겐이 과도하게 생산돼 누적되면 수축성 근섬유(actin, myosin) 형태가 형성된다. 이는 상처난 부위에서 피부 흉터가 형성되는 것과 유사하다. 손상된 부위가 뭉치고 수축해 단단해지면서 다른 조직의 침투를 막는 특성을 보인다.

상처난 피부가 단단해져 다른 부위를 보호하는 것처럼 핵심 구조인 축삭이 튼튼하게 보호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로 기능은 왜 오히려 악화되는 것일까?

아직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미엘린 파동 전달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하기로 한다.

신경 전달은 결국 전기적 현상이다. 미엘린의 작동 원리를 모른다면 조직학적 유사성만으로 고민하게 될 것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는 아직 해석할 수 없는 '재생불가' 기전을 극복하기 어렵다.

다발성 경화증은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질환이다. 현재 개발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들은 진행 속도를 늦추고 합병증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고 이미 손상된 신호 체계의 재생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다른 치료 방법들로는 재생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줄기세포 치료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

자가 줄기세포 치료는 다른 치료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아직 명확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줄기세포 기능 중 '다변성'에 특별히 기대를 걸고 있다. 아직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시도지만 혈관 생성이나 면역 조절, 경화증 완화 등 중요한 목적들을 넘어 손상된 미엘린의 재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엘린의 손상과 재생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보다 효율적인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 필요하다. 단순히 막역한 기대로 줄기세포를 투입하는 것은 실제로 일부 개선이 이루어지더라도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줄기세포 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한다고 볼 수 없다.

줄기세포 사용 방식은 세포의 미세환경적 분석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줄기세포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급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러한 노력만으로 모든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줄기세포 치료 전문가들의 꾸준한 연구와 분석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