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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0)] 줄기세포에 대한 '최소한의 조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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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40)] 줄기세포에 대한 '최소한의 조작'은?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의 세드리크 블랑팡 교수 등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줄기세포로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의 세드리크 블랑팡 교수 등이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줄기세포로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사진=뉴시스
최근 줄기세포 치료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조작(Minimal manipulation)'에 대한 논란이 활발하다. 한국에서 최근 관련 법을 개정하기도 했고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인체에 투여하는 세포에 대해 외부에서 최소한의 조작만 허용하거나 심각한 의도적 조작(substantial manipulation)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핵심 대상은 체외 세포 배양이다. 체외 배양 치료를 법으로 금지해 범죄로 취급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지만 단순히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미국은 민사배상 금액이 막대해 사실상 금지와 마찬가지다. 또한 아무런 규제가 없던 러시아도 최근 유사한 규정을 도입하고 있다.
각국에서 이러한 원칙을 세운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국가의 '관리 본능'에서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존재할 경우 우선 금지 조치부터 취한다. 장기간 관찰을 통해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금지를 해제하는 방어적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국가의 국민이더라도 자유의지에 기반한 행위에 제약을 가하면 항상 반대 목소리가 나타난다. 어떤 조치를 취하든 일부는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허용시에는 허용을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때는 관심부족을 항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를 피할 수는 없다. 법은 인류 사회를 조직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들을 선도하는 측면과 그보다 더 중요한 범죄로 규정된 행위를 막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법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규정하는 영역에 대한 것이다. 의사인 필자가 직업적 선입견이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은퇴를 앞둔 시점에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도 않는다는 것도 밝히고 싶다.

위험한 행위에 대해 금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료분야에서 금지 조항이 증가하는 것은 그만큼 치료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암 치료를 비롯한 응급 상황의 치료는 항상 위험을 동반한다. 줄기세포 치료는 희귀 난치병 치료, 응급 시술 보조, 수명 연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규제의 대상이 된다.
불 보듯 뻔한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을 세상의 모든 전문가는 알고 있지만 정치의 본질이 권력 게임에 속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은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오늘은 밥그릇 싸움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오직 사실적이고 과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체외 증식이다. 체내에서는 세포 증식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지만 체외 증식을 제한하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이중 체외 증식 과정에서 암세포 변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또한 예상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비록 후자의 경우 금지 사유로 삼기에는 불충분하지만 암세포 변이 가능성은 심각한 우려사항으로 여겨진다.

미국과 한국의 규정을 살펴보면 우선 최근 개정된 한국의 '첨단재생바이오법' 제2조에서는 첨단재생의료를 인체세포 등을 이용해 사람의 신체 구조와 기능을 재생·회복·형성하거나 질병을 치료·예방하기 위해 실시하는 세포치료와 유전자치료, 조직공학치료 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생물학적 특성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세포·조직을 단순분리, 세척, 냉동, 해동 등 최소한의 조작은 제외된다.

제 10조에 따르면 첨단재생 의료를 실시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제 57조에서는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받지 않고 첨단재생의료를 실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받은 사례가 매우 드물고 대형 병원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세부규정에 따르면 재생의료기관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세포 처리시설 허가뿐만 아니라 임상 시험 허가를 위한 서류에 준하는 실시 계획서와 근거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때 근거 자료는 외국 논문에 국한된다. 이로 인해 첨단재생의료는 허용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금지 대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는 연방규정집(Code of Federal Regulations, CFR) 파트 1271에 따라 병원에서 실시하는 첨단재생의료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일련의 처치 과정에서는 제약행위로 간주하지 않지만 최소한의 조작이라는 정보가 별도로 없다면 제약행위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이와 관련된 처벌 규정은 없다.

'최소한'이라는 단어는 주관적인 표현으로 미국에서는 사례별 규제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정리된 규정에서는 조혈세포의 배양은 특성이 변화할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조작이 아니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중간엽줄기세포가 아니라 혈액세포를 말한다. 이와 달리 한국 식약처에서는 특성이 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양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소한의 조작은 세포의 특성이 변하지 않는 수준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의 식약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는 것은 기준이 상이해 모순적이기 때문이다.

체외 배양 과정에서 암세포 발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류의 과학 기술로 암세포를 만드는 데 일관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상세포를 배양해 우연히 암세포로 변이된 경우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는 그저 일반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배양 환경에서 특성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살아있는 세포가 아니다. 혈액 세포는 역할이 거의 정해져 있지만 중간엽 줄기세포는 항상 변화하므로 체외 배양에서 특성이 변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이러한 규제는 세포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해 그런 것으로 볼 수 있다.

냉동, 해동 과정 자체가 세포의 특성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함께 사용되는 DMSO 등의약제 또한 세포 특성 변화를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DMSO에 대한 규제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포 군집의 특성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냉동과 행동과정을 안전하다고 단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해동 후에는 항상 몇주간의 조절 배양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할 경우 세포의 특성이 더욱 변화할 수 있어 환자에게는 더 좋지 않다.

현재 어느 국가에서도 핵심단어인 '특성 변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에서는 배양은 '최소한의 조작'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성 검사 방법을 확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세포가 다양한 특성 변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현재 사용되는 특성 검사법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년 전 세포의 특성에 대해 경솔하게 언급한 잘못을 인정해야 함을 시사한다.

제약사가 출시한 모든 세포치료제는 배양과정을 거친다. 허가 과정에서 별도로 금지하는 배양 내용은 없고 배양 때문에 특성이 변화할 것이라는 가정도 없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세포치료제는 전수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허가 단계에서 제출한 서류와 샘플만으로 판단한다.

식약처는 최종 효과를 검증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는 항상 일관된 결과가 보장되는 제조 공정이 존재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같다. 살아 있는 세포는 매번 새로운 배치(batch)로 봐야 한다. 배양 반응이 모두 다른 자가세포 마저도 배양과정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을 보면 때로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보이기도 한다.

일본은 벌써 1600개 가량의 병원에서 2종 진료 즉, 배양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배양이 그토록 위험한 것이라면 지난 9년 동안 문제가 발생했을 텐데 아직까지 그런 보고는 없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 기준을 정하는 국가 중 하나로 국제 표준화기구(ISO) 규정을 창안, 주도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

의학 노벨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는 한국에서 이러한 내용을 쉬쉬하는 것은 앞으로 계속 일본으로 환자를 보내서 줄기세포 치료를 하라고 장려하는 꼴이니 우려가 되기도 한다. 사실 필자는 실제로는 한국의 기술이 일본보다 월등히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제적인 시각에서는 일본이 훨씬 더 발전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를 고려해 볼 때, 왜 굳이 이런식으로 스스로 자신 없어 보이는 정책을 정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제정은 2015년 일본 재생의료법의 제정에서 자극 받아 시작한 것이고 거의 모방하려던 의도에서 발의된 것인데 이렇게 거꾸로 상황이 벌어진 것이 당혹스럽다.

요약하자면 현재 규정상 '특성이 변화하지 않으면 최소한의 조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최소한의 조작은 병원에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특성'과 '최소한의 조작'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아직 기준이 없어 판단하기도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다. 첨단재생바이오법을 가지고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를 바래서다. 더욱이 냉동, 해동 등의 최소 조작만으로 시술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될 수 있다.

냉동에 사용되는 보존제를 제거하는 것은 배양과정과 며칠 이상의 희석시간 없이는 불가능하다. 해동 직후의 세포군은 활성이 거의 없어진 상태이므로 즉석에서 투입된 세포가 어떻게 튈지 몰라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특성의 변화를 이유로 배양을 금지한다면 냉동과 해동 등의 과정도 같이 금지해야 한다. 물론 필자도 급한 상황에서는 해동 세포를 의약품들로 장시간 세척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규제의 형평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법 제정과 관련해 예민하고 편향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도 과학자로서 위험한 것과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전문가들에게 미래 어느 시점에 스스로 후회하지 않도록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