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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기버스, 중국이 원격으로 끈다?...‘킬 스위치’ 탑재 의혹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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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기버스, 중국이 원격으로 끈다?...‘킬 스위치’ 탑재 의혹 파문

보안 당국, 중국산 ‘유통(Yutong)’ 버스 원격 차단 위험성 경고… 700여 대 운행 중
스타머 총리 방중 앞두고 외교적 부담… “실제 증거 없으나 인프라 안보 우려 확산”
영국 내 버스는 중국이 '킬 스위치'를 통해 원격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영국 보안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사진=퍼스트 버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내 버스는 중국이 '킬 스위치'를 통해 원격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영국 보안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사진=퍼스트 버스
영국 전역에서 운행 중인 수백 대의 중국산 전기버스가 베이징의 개입으로 언제든 멈춰 설 수 있다는 이른바 ‘킬 스위치(Kill Switch)’ 보안 경고가 발령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각) 메트로(Metro)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영국 국가 사이버 보안 센터(NCSC)와 교통부(DfT) 관계자들은 온보드 SIM 카드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전기버스가 원격으로 운영이 중단되거나 차단될 기술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노르웨이발 ‘킬 스위치’ 조사 결과가 발단


이번 우려는 지난해 11월 노르웨이에서 실시된 조사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노르웨이 당국은 중국산 버스에 제조사가 원격으로 차량을 정지시키거나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조사의 여파로 노르웨이에서는 버스에 방화벽을 설치하고 보안 경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조치가 시행되었다.

현재 영국에는 약 700대의 중국 유통(Yutong) 버스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스테이지코치(Stagecoach)와 퍼스트 버스(First Bus) 등 영국의 대형 운수업체들이 각각 200대 이상의 유통 버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노팅엄 시의회는 최근 모든 단층 버스를 유통 모델로 교체하는 등 노동당의 탄소 배출 감축 캠페인에 맞춰 도입량이 급증한 상태다.

◇ 제조사 "원격 제어 불가" vs 전문가 "기술적으로 가능"


세계 최대 전기버스 수출업체인 유통버스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유통 측은 "원격으로 버스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소프트웨어 장치가 제동이나 조향 같은 핵심 운전 제어장치와는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안전하다"고 해명했다.

또한 영국 내 대부분의 유통 버스는 무선(OTA) 업데이트 대신 물리적 케이블 연결을 통한 수동 업데이트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안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NCSC는 중국 측에서 인터넷을 통해 버스를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 킬 스위치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잠재적 위험만으로도 국가 기간 시설인 교통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방중 앞둔 스타머 정부, 외교적 긴장 속 고심


이번 보안 이슈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이달 말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터져 나와 외교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유통 버스의 판매나 운행을 금지할 경우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홀(영국 정부청사) 소식통은 "실제로 위해가 가해졌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금지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런던탑 맞은편 중국 대사관 신축 문제와 최근 불거진 고위 간첩 사건들로 인해 중국의 영국 인프라 통제 위협에 대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영국 교통부 대변인은 "보안 문제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 전반 및 교통 부문과 긴밀히 협력해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버스 도입이 국가안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면서, 영국 정부의 공급망 보안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