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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11)]궁중문화 춤으로 풀어낸 인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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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밭을 일군 사람(11)]궁중문화 춤으로 풀어낸 인남순

[춤밭을 일군 사람(11)―인남순 한국전통문화원구원 원장]


조선왕조 의궤·외규장각 도서 재현 등 왕실문화 선봬

궁중정재·전통무로 찬란한 우리 춤 전승 복원

궁중문화 퍼레이드와 國格 높인 해외 춤 공연


정제된 고전 춤 위상 대내외에 알려


수려한 언변·현란한 춤사위로 대중 사로잡아


▲ 궁중무용-몽금척

印南順·한국전통문화원구원 원장)은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전수조교다. 강철 같은 의지로 궁중정재의 재현과 복원의 일인자로 우뚝 설 때까지 그녀는 도처에서 탐내는 재능을 겸비하고 있었다. 신비스러움과 경이로운 매력의 소유자로 그녀가 피워낸 현란한 궁중무는 복식, 의례, 의궤와 더불어 놀라움 그 자체다.

▲ 인남순 한국전통문화연구원 원장인남순(

그녀는 바람의 미묘한 흔들림에도 화답할 줄 아는 안무가이며, 그녀의 작품은 나라 안팎의 모든 시선을 받아왔다. 그녀의 움직임이 무용사의 일부가 되는 그녀는 소중한 국보다. 국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김천흥 선생께 해금 및 한국무용을 사사받았으며, 가계의 연(緣)으로 중부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무용에 관한한 그녀는 학력이 필요 없는 실력자다.

그녀는 왕실과 관계되는 터를 장악해 왔다. 올해에만 해도 운현궁에서 조선과거제 재현, 고종·명성왕후 가례재현, ‘인남순의 춤세계-김천흥류’를 공연했다. 또한 화성시 용주사에서 화성 정조 효 문화축제에 참가하는 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청주대 대학원 출강, 한예종, 서울대 등에서 ‘처용무’를 중심으로 한 특강으로 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의 국력 신장으로 인남순은 당당하게 품격과 심도, 장중과 수려함을 소지한 궁중 문화 속의 자랑스러운 우리 춤 문화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1994년 문화공보부 장관 공로상, 2004년 세계 유네스코 유공자 메달 수상, 2005년 통일부 장관 공로 표창장을 수상한 이래, 활발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궁중 문화는 무한질주의 가속을 탈 것이다.

1979년 항장무극을 세종문화회관에서 최초로 재현한 것을 필두로 인남순의 조선왕조 궁중연회 재현은 2000년부터 시작되어 금년까지 11회나 된다. 제1회는 2000년 11월 15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순조 조 ‘자경전 내진찬’을 재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덕수궁 함녕전에서 ‘고종 황제 신축년 내진연’(2001),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세종 조 회례연과 사신연’(2002), 경희궁 숭정전에서 ‘영조 조 갑자 진연’(2003)이 공연되었다.

▲ 고종정해진찬의궤재현-선유락
창경궁 명정전에서 ‘인조 조 진풍정의’(2004), 경희궁 숭정전에서 ‘순조 조 기사 진표리 진찬의’(2005), 경희궁 숭정전에서 ‘헌종 조 통명전 진찬의’(2006),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고종 조 만경전 진찬의’(2007), 경희궁 숭정전에서 ‘숙종 조 기해 진연의’(2008),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고종 조 만경전 야진찬의’(2009), 운현궁에서 ‘고종 조 만경전 야진찬의’(2012)를 재현하였고 2011년은 형편상 한 해 거르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의 재현 텍스트는 순조 조 자경전 진찬의궤, 고종 신축 진연의궤, 악학궤범 단종실록, 영조 조 갑자 진연의궤, 풍정도감의궤, 기사진표리진찬의궤, 헌종무신진찬의궤, 고종정해진찬의궤, 숙종기해진연의궤 등이다. 앞으로 그녀는 얼마다 더 많은 연구와 작업을 병행할지,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를 효와 숭상의 심연으로 빠져들지 알 수 없다.

제1회 조선왕조 궁중연회에서 지금까지 재현된 궁중무용 재현 작품은 장생보연지무(長生寶宴之舞), 헌선도(獻仙桃), 향발무(響鈸舞), 아박무(牙拍舞), 포구락(抛毬樂), 수연장지무(壽延長之舞), 하황은(荷皇恩), 무고(舞鼓), 연화대(蓮花臺), 검기무(劍器舞), 선유락(船遊樂), 오양선(五羊仙), 제2회 봉래의(鳳來儀), 헌선도(獻仙桃), 제수창(帝壽昌), 수연장(壽延長), 향령무(響鈴舞), 보상무(寶相舞),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육화대(六花隊), 검기무(劍器舞), 제3회보태평, 정대업지무(保太平, 定大業之舞), 금척(金尺), 오양선(五羊仙), 무고(舞鼓), 아박무(牙拍舞), 봉래의(鳳來儀), 하성명(賀聖明), 수명명(受明命), 제4회 헌선도(獻仙桃), 연화대(蓮花臺), 아박무(牙拍舞), 향발무(響鈸舞), 처용무(處容舞) 등이다.

▲ 처용무
제5회부터 이전의 재현 작품이 다시 선보이며 제5회 헌선도(獻仙桃), 봉래의(鳳來儀), 연화대(蓮花臺), 포구락(抛毬樂), 향발무(響鈸舞), 처용무(處容舞), 제6회 처용무(處容舞),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보상무(寶相舞), 제7회 향령무(響鈴舞), 보상무(寶相舞), 무고(舞鼓), 가인전목단(佳人剪牧丹), 관동무(關東舞), 제8회 몽금척(夢金尺), 보상무(寶相舞), 연백복지무(演百)福之舞), 무산향(舞山香), 선유락(船遊樂) 제9회 초무(初舞), 아박무(牙拍舞), 향발무(響鈸舞), 무고(舞鼓), 광수무(廣袖舞), 처용무(處容舞) 제10회 포구락(抛毬樂), 오양선(五羊仙), 선유락(船遊樂), 검기무(劍器舞), 춘앵전(春鶯囀)을 재현해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여 왔다.

금년 9월 29일 (토) 오후 두시, 운현궁에서 열렸던 제11회 조선왕조의궤반환1주년 기념 고종 조 <만경전 야진찬의>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의궤’ 반환1주년을 맞이하여 고종 정해 진찬의궤(高宗 丁亥 進饌儀軌)에 기록되어 있는 신정왕후(神貞王后; 조대비)의 팔순을 경하하기 위한 연회 중 경복궁 만경전에서 밤에 베풀어진 연회를 재현한 『포구락』, 『오양선』,『검기무』,『춘앵전』을 선보였다.

제목을 외우기에도 벅찬 많은 작품들, 그 가운데에서도 뱃놀이 형식을 띤 『선유락』, 태조의 바탕이 문무(文武)를 겸하고 민망(民望)이 속(屬)함을 이르면서 금척(金尺)을 주었다는 『몽금척』, 용비어천가를 무악으로 구성해 정재한 『봉래의』, 봄날 꾀꼬리가 지저귀는 모습을 독무로 연행하는 정재인 『춘앵전』, 한국 여인의 한과 슬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살풀이 춤』(김천흥류), 기녀 황진이를 묘사한 『황진이』,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를 바탕으로 한 『고구려무』는 그녀가 특히 애착을 갖는 작품들이다.

▲ 춘앵전
처용설화에서 비롯하는 『처용무』는 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로 1971년 1월 8일 지정되었다. 이 춤은 고려와 조선은 물론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긴 역사를 갖고 있다. 2009년 9월 30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차 무형문화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감격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다. 인남순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한 본격적 작품이다.

1979년 3월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2회 인남순 작품발표회에서 초연된 『황진이』는 뉴욕 링컨센터, 프랑스 샹젤리제 대극장 등 국내외에서 30여 년간 150여 차례 공연된 작품이다. 특히 인남순의 안무로 2006년 KBS-TV에서 드라마 ‘황진이’ 24부작에서 하지원과 왕빛나 등 20여 명의 연기자들이 추었던 춤이다. 또한 『고구려무』는 2004년 프랑스 샹젤리제 대극장, 유네스코본부 오디토리움, 일본 동경문화회관 대극장의 공연을 위해 창작된 작품이다.


▲ 살풀이
그녀가 만든 상설무대와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던 곳을 살펴보면 국립민속박물관/우리민속한마당(1993~ ), 덕수궁/한국전통문화예술제(1995~ ), 운현궁/일요예술무대(1998~ ), 통일전망대/한국종합예술제(1999~ ), 남산/남산예술제(1999~ )로 우리 춤 알리기에 그녀가 얼마나 헌신했나를 알 수 있다. 처용무 전수조교로 많은 작품을 창작해 내었으며, 궁중 의상 패션쇼와 엄청난 행사의 축하공연에서 궁중 문화의 아름다움을 선보여 왔다.

한국명작무 대제전을 주최 공연하고 스승들과 선조를 기리는 작업을 계속해오고 있다. 화성 행궁 혜경궁 홍씨 가례 재현, 경상감사 교인식 특별공연, 『세종 왕위에 오르다-대나의』안무 및 공연, 이웃나라 사신맞이, 세종대왕즉위식, 대비마마 만수무강 기원 연회, 원로대신 위안잔치, 조선왕조 왕비간택의식 등 의미 있는 작업으로 궁중 문화의 화려함을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열린 고궁 봄꽃축제와 같은 계절, 광복절과 같은 경축일, 전통혼례와 같은 풍속, 국제영화제와 같은 개막식, 국립중앙박물관 기공식 축하공연에 없어서는 안 될 춤으로 자리 잡은 그녀의 궁중 문화 퍼레이드와 『왕조의 꿈』과 같은 창작무는 그녀의 예맥(藝脈)과 예혼(藝魂)을 잇는 숭고한 작업이다. 미국 CNN-TV ‘월드리포트’는 프랑스 소재 세계유네스코본부 공연실황을 3일간 전 세계에 방송할 정도였다.

인남순에게는 크로스 오버의 미덕이 있다. 그녀는 궁중 문화의 꽃인 궁중무를 통해 악가무(樂歌舞)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했으며, 『수렵사회』,『방화광』,『카덴자』,『강릉매화전』안무 및 출연으로 연극과 춤을 연결시켰다. ‘춤으로 풀어보는 현대미술’로 미술과의 소통을 하고, 다양한 방송에 연사로 초대되었고, 드라마 ‘용의 눈물’, ‘왕과 비’, ‘왕건’, ‘장희빈’, ‘명성황후’, ‘제국의 아침’,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대왕세종’ ‘조선왕조500년’, ‘춤추는 가얏고’, ‘신돈’의 안무를 맡았다.


▲ 황진이
그녀는 미국의 카네기 홀과 같은 유명한 공연장, 하버드대와 웨스트 포인트, 그리고 영국의 옥스퍼드와 같은 대학 공연장, LA 한국 문화원 개원 30주년 축하공연, 프랑스 샹젤리제 대극장 공연, 프랑스 세계유네스코본부 대극장 공연,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공연(뛸레리광장과 루블 박물관 특설무대), 독일 뮌헨시청 ‘한국의 밤’ 공연, 유럽(폴란드, 영국, 독일) 순회공연, 일본 동경 예술단 창립 25주년 특별 초청 공연, 동경문화회관 대극장에서 ‘ KOREAN FANTASY’ 공연 등 리듬과 색채의 마법으로 해외 공연에서 국격을 드높여 왔다.

인남순, 궁중정재와 전통무로 찬란한 우리 춤을 전승, 재현, 복원시키는 춤꾼이자 탁월한 미적 표현을 동물적 감각으로 잡아내는 안무가다. 정제된 궁중무의 위상을 국내외적으로 알리고, 우리 춤을 국제 브랜드화 시킨다. 수려한 언변으로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압도시키고 현란한 춤사위로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의 소유자다. 지금도 매주 서당에서 사서삼경을 다시 읽으며 ‘여령정재무도홀기’, ‘고종 정해진찬의궤’ 등을 국역하여 출간하기도 했다. 그녀의 춤이 만개하여, 우리 민족의 자존을 더욱 세워주길 기원한다.

/장석용 댄스칼럼니스트(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