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 파운드리, 엔비디아 그록3·테슬라 수주… 7%대 점유율 반등 신호탄

글로벌이코노믹

삼성전자 파운드리, 엔비디아 그록3·테슬라 수주… 7%대 점유율 반등 신호탄

젠슨 황, GTC 2026서 '땡큐 삼성' 선언… AI 추론 칩 그록3 LPU 양산 공식화
TSMC 공급 포화 속 '메모리·파운드리 턴키 전략' 주효… HBM4와 동반 수주
(왼쪽부터)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17일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이 17일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땡큐, 삼성." 지난 16(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6'의 수만 청중 앞에서 삼성전자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엔비디아가 인수한 AI 추론 전문 팹리스 그록(Groq)이 설계한 차세대 언어처리장치(LPU) '그록3'를 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해준 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가 국내 반도체 업계를 뒤흔들었다. 7%대까지 추락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반전의 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그록3 칩 만들어줘 고맙다"… 젠슨 황의 공개 인증


젠슨 황 CEOGTC 2026 기조연설에서 AI 추론 전용 칩 그록3를 공개하며 "우리에게 그록 칩을 생산해 준 삼성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최정점인 엔비디아 CEO가 공식 행사장에서 특정 위탁생산 업체를 직접 거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그록3 LPU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 약 29조 원을 투입해 인수한 팹리스 스타트업 그록이 설계한 AI 추론 전용 칩이다. 기존 GPU가 대규모 모델 학습에 강점을 가진다면, LPUAI 에이전트 시대에 핵심인 빠른 추론 처리에 최적화된 구조다. 젠슨 황은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 '베라 루빈'GPULPU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록320263분기 출하가 목표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캠퍼스 4나노 공정 라인에서 그록3를 양산 중이다. 주목할 점은 그록3가 반도체 다이(Die) 면적이 큰 대형 칩이라는 사실이다. 칩의 물리적 크기가 커질수록 결함 없이 생산할 수 있는 수율 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진다. 삼성전자가 이 대형 칩의 대량 양산에 성공했다는 것은 4나노 공정의 신뢰성이 실전에서 검증됐음을 의미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제이크 라이 선임 분석가는 "삼성의 4나노 공정에서 대형 AI 칩이 생산된 것은 제조 역량을 입증한 사례"라며 "수율 개선이 엔비디아로부터 인정받은 만큼,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파운드리로 진입한 첫 사례다. 그동안 엔비디아 AI 칩은 대만 TSMC가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9.9%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7.2%에 그쳐, 20242분기의 10%에서 2년 남짓 만에 3%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선단 공정 수율 부진과 주요 고객사 이탈이 겹친 결과다.

테슬라 AI5·AI6 칩까지 품었다… '원스톱 솔루션' 완성


수주 행보는 엔비디아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용 칩 AI5·AI6 생산 계약을 따냈다. 완전자율주행(FSD) 기능과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구동에 필요한 핵심 칩이다. 이 칩들은 2나노 2세대 공정인 'SF2P'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팹에서 2027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테슬라 수주에 대해 "단순한 고객 확보를 넘은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가오는 피지컬(물리적) AI 시대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한 차원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주 확대의 밑바탕에는 삼성전자만이 갖춘 '원스톱 솔루션' 역량이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4나노 공정에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핵심 부품인 베이스 다이도 생산하고 있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 위탁생산(파운드리)과 최첨단 메모리를 한 업체에서 동시에 조달할 수 있는 이른바 '턴키(Turnkey)' 방식은 공정 최적화와 납기 단축에서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18"로직·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아우르는 원스톱 구조로 AI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에 110조 원 이상을 쏟아붓는다. 이는 전년 대비 22% 이상 늘어난 규모로, 대부분이 반도체 사업에 집중된다.

TSMC '공급 포화' 그늘이 삼성에는 기회


삼성전자의 반격을 돕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TSMC 웨이저자 회장은 최근 애널리스트 콜에서 "현재 첨단 패키징 CoWoS 생산능력은 심각한 공급 부족 상태"라고 직접 밝혔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베라 루빈'을 비롯해 구글 TPU 등 주요 AI 칩 물량이 TSMC 3나노 공정에 집중된 탓에 신규 주문을 받을 여력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 틈새를 삼성전자가 공략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그록3 추론 칩의 생산처로 TSMC 대신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구조적 수요 이동의 맥락에서 읽힌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AI 반도체 시장이 성장하면서 TSMC에 집중됐던 주문 일부가 공정 경쟁력을 회복한 삼성전자로 자연스럽게 흘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AI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TSMC에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공급망 분산 차원에서 일정 물량이 삼성으로 이동하는 구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승자 독식' 구도 균열 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고객 구성이 질적으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심이던 수주 포트폴리오가 AI·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와 테슬라 외에 AMD의 리사 수 CEO가 직접 평택캠퍼스를 찾아 파운드리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단 공정 수율 안정화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재구축하고 있다""성장세가 가파른 AI HPC 분야를 중심으로 점유율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TSMC와의 60%포인트 이상 벌어진 점유율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쌓인 협력사 간 신뢰와 생태계 구축이 파운드리 시장의 진입 장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그록3 수주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물량 이상이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설계하는 엔비디아가 삼성의 제조 역량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업계 내 삼성 파운드리의 위상을 다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7%대에 멈춘 점유율 시계가 다시 앞으로 걷기 시작할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음 한 수를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