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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몬티 주가 14% 급락…상동광산 개통에도 1억 달러 적자 [탈중국 텅스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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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몬티 주가 14% 급락…상동광산 개통에도 1억 달러 적자 [탈중국 텅스텐]

파생상품 비현금 손실 8730만달러, 13% 매출 성장 한 번에 잠식
강원 상동광산 30년 만에 재가동…비중국 수요의 40% 공급 목표
몬태나·포르투갈 동시 확장, 2026년 하반기가 실질 반등의 시험대
알몬티의 2025 회계연도 성적표는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낸다. 외형 성장은 탄탄했다. 사진=알몬티이미지 확대보기
알몬티의 2025 회계연도 성적표는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낸다. 외형 성장은 탄탄했다. 사진=알몬티
30년간 잠들었던 강원도 상동광산이 이달 17일 다시 깨어났다. 그러나 세계 최대급 텅스텐 광산의 재가동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캐나다 자원개발 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즈(Almonty Industries)에 시장이 내린 평가는 냉혹했다. 주가는 당일 세션에서 13.55% 수직 낙하했다. 기업 전략의 가치는 인정받았지만, 재무제표에 새겨진 1억 달러(1500억 원) 이상의 순손실 앞에서 투자자들은 일단 매도 버튼을 눌렀다. 독일 경제매체 보르제 글로벌(boerse-global.de)20(현지시각) 전한 실적 분석은 "운영 성과가 붉은 숫자에 희석됐다"는 한 줄로 이 역설을 요약했다.

사상 최대 적자의 진짜 주범은 '파생상품'


알몬티의 2025 회계연도 성적표는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동시에 드러낸다. 외형 성장은 탄탄했다.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13% 늘어난 3250만 달러(489억원)를 달성했다. 4분기만 떼어 보면 870만 달러(131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39%나 급증하며 상승 가도를 달렸다. 국제 텅스텐(APT) 가격이 12개월 이동평균 기준 MTU(10㎏ 단위)2250달러(338만 원)까지 치솟으며 수익 환경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그러나 수익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알몬티는 이 회계연도에 1230만 달러(1540억 원)의 사상 최대 순손실을 냈다. 가장 큰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주가 상승 그 자체였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알몬티가 발행한 금융 상품들을 공정가치로 재평가한 결과, 실제 현금은 한 푼도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8730만 달러(1315억 원)의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장부에 그대로 반영됐다. 상동광산·몬태나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일반·행정비가 620만 달러(93억 원)에서 2050만 달러(3088300만 원)로 세 배 이상 불어난 것도 적자폭을 키운 요인이다. 설상가상으로 농축물 출하분 310만 달러(467000만 원)의 매출 인식이 20261분기로 이월되면서 2025년 장부는 실제보다 더 나빠 보이는 착시 효과까지 더해졌다.

자원·광업 업계에서는 이번 손실의 성격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파생상품 평가손실은 현금 유출 없이 회계상으로만 반영되는 비현금 항목이기 때문에 실제 운영 역량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EBITDA(세전·이자·감가상각 전 이익) 지표가 개선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적자를 단순한 경영 실패로 읽는 시각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동광산 30년 만의 부활…서방 '탈중국 텅스텐'의 핵심 거점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에 자리한 상동광산은 1970~80년대 세계 최상위권 텅스텐 생산지였다. 낮은 국제 가격을 버티지 못하고 1994년 문을 닫은 지 30여 년 만에, 알몬티의 주도로 다시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연간 64만 톤의 광석을 처리해 2300톤의 텅스텐 농축물을 생산하는 것이 현재의 목표다. 알몬티 경영진은 2027년까지 생산 설비를 두 배로 늘리는 2단계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상동광산이 전 생산능력을 발휘할 경우, 중국을 제외한 세계 텅스텐 수요의 약 40%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국이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8%를 틀어쥐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수치의 무게는 각별하다. 텅스텐은 초경합금 절삭공구와 방산용 운동에너지 관통자(Kinetic Energy Penetrator), 반도체 배선 소재 등 첨단 산업 전반에 쓰이는 전략 금속이다.

미국·유럽연합·한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핵심광물 다변화 정책의 핵심 표적으로 텅스텐을 지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정부 역시 33개 핵심광물 관리 대상에 텅스텐을 포함시키고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고 있어, 상동광산의 전략적 가치는 경제적 측면을 넘어 안보 차원까지 확장된다.

··포르투갈 3거점 동시 확장…수직계열화로 부가가치 극대화


확장 전선은 북미와 유럽으로도 뻗어 있다. 알몬티는 최근 미국 몬태나주 '겐텅 브라운스 호수' 텅스텐 프로젝트 인수를 마무리했다. 확인 매장량만 약 753만 톤에 달하는 이 광산은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포르투갈 파나스케이라 광산에서는 고품위 광맥을 찾기 위한 심부 시추 작업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알몬티는 단순 채굴에서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영월군 일대에 산화텅스텐 제련 시설 구축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원광 채굴부터 정광 생산, 산화텅스텐 제품 제조까지 국내에서 모두 처리하는 '텅스텐 수직 계열화'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반도체·방산 핵심 소재를 중국산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공급망이 처음으로 생겨나는 셈이다.

시장은 왜 냉담했나…"전략 가치보다 현금흐름이 먼저"


이번 주가 급락은 자원개발 기업이 맞닥뜨리는 구조적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광산은 가동 초기에 자본이 집중되고 생산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과도기에 재무제표는 나빠 보일 수밖에 없고, 시장은 미래 가치보다 당장의 숫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증권가에서는 알몬티가 실질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수치로 입증하는 시점이 주가 반등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상동광산의 생산 수율 안정화와 몬태나 광산 가동이 맞물리는 2026년 하반기가 그 시험대다. 상동광산은 세계 비중국 텅스텐 매장량의 7~10%를 품고 있다. 그 지하자원이 재무제표의 숫자로 전환되는 순간, 알몬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알몬티의 전략적 위치 자체는 흔들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 전략이 실적으로 증명되는 속도다. 지금 알몬티가 맞서 싸우는 진짜 상대는 경쟁 기업이 아니라 '시간'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