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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소산이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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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소산이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49)]

생명의 열쇠(49)


7. 토굴 속의 은사


"선생님! 소산이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죄송합니다만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암자에 정 교수님이 계시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백발이신데 저는 그분 제자입니다.”

“아, 교수님! 이리로 돌아 집 뒤로 가보세요. 지금 거기 계실 거예요.”

보살이 친절하게 마루에서 내려와 요사채 부엌 쪽을 가리키며 그리로 돌아가 보라 하였다. 그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자 보살이 “뭘요!” 하고 웃음까지 지었다. 그는 다시 한 번 고맙다, 인사하고 보살이 가리킨 대로 집 뒤를 돌아가 보았다.

그러나 뒷마당에는 초목이 없는 화분만 즐비하게 놓였고 생각했던 토굴은 보이지 않았다. 토굴이라면 땅을 파놓은 굴일 텐데 잡목이 우거진 언덕 아래 두 개의 방문만 보일뿐이었다. 불빛도 새어 나왔다. 그러나 눈여겨보니 지붕만 없을 뿐 언덕을 파고 들어가 방을 만들고 문을 달아서 집처럼 꾸며놓은 토굴이 분명했다. 그래 틀림이 없다 싶어 문 앞에서 몸가짐을 한껏 예스럽게 하고 서서 “교수님, 저 소산입니다” 하고 조심스럽게 은사를 불렀다.

그러나 한 번 부름에 대답이 없었다. 하여 이번에는 문고리를 잡고 흔들며 “교수님! 저 소산입니다” 하고 좀 큰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누구라? 소산?” 하고 굵직하면서도 맑은 그이의 특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교수님 소산입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백발이 성성한 그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핏 보아도 왜소한 몸매에 피부가 고운 모습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허, 이놈 산이구나! 내가 왜 자넬 기억 못하겠나. 어서 들어 와!”

그이가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방에 들어가서는 자신의 책상 자리에 앉았다. 책상은 네 개의 다리를 접었다 펴는 밥상인데 노트북이 놓여있었다.

“선생님, 절 받으십시오.”

소산이 큰절로 옛 은사에게 예를 표하고 그이 앞에 양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이가 만면에 웃음을 머금어 기쁜 속내를 드러내보였다.

“그래, 그간 어떻게 지냈나? 그리고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예, 한태균이를 찾아가서 선생님 소식 들었습니다.”

“태균이? 그렇지 자네들은 죽마고우였다지?” 며칠 전에 부부가 함께 다녀갔었지. 그래 자네는 약초농장 일을 한다고 했었지 아마?”

“예, 부모님께서 가꾸어놓으신 걸 저는 그냥 돌보고만 있습니다.”

“사람을 구하는 초목이니까 정성껏 돌봐야지. 그래 서울에는 어쩐 일로 왔나?”

“예, 저…….”

소산은 얼른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이의 성품을 익히 아는 터라 단도직입적으로 체질진단을 배우러 왔다고 말하기가 겁이 났다. 한 번 거절하면 돌이키기 어려울 것 같고 그이가 허락할 마땅한 말을 이리저리 굴리느라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허, 이 사람 머뭇거리긴 말 못할 일이 있나 보군. 그럼 말하지 말게.”

“아닙니다. 선생님! 실은 선생님을 뵈러 왔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소산은 머뭇대다가는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서 부리나케 말했다. 그리고 생각을 굴릴 것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하였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