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127)]
생명의 열쇠(127)
16. 천명은 어김이 없구나!
"파킨슨씨병이 장벽처럼 눈앞을 가로막았다"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온무영은 아내의 상태를 바로 직감했다. 힘없는 두 다리와 후들후들 떨리는 두 손, 틀림없는 파킨슨씨병이었다.
“여보, 괜찮아.”
온무영은 아내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볼을 맞대 비비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얼굴에 촉촉이 젖어드는 물기를 느낀 지혜인은 그제야 남편의 품으로 파고들며 통곡했다. 온무영은 아내의 통곡을 진정시키려고 달래지 않았다. 괴로움을 눈물로 쏟아낼 만큼 다 쏟아내고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죽고 싶은데 나 어쩌면 좋아요?”
더 흘릴 눈물이 없었던지 지혜인의 눈시울이 메말랐다. 대신 암담한 삶이 장벽처럼 눈앞을 가로막았다.
“죽다니 내가 있는데 당신은 나를 두고 갈 수 있어? 나는 안 돼! 절대로 보낼 수 없어. 그러니까 여보 진정 해. 응?”
그제야 온무영은 아내를 달랬다.
“나도 싫어요. 당신 떠나서는 살 수 없어요. 하지만 어떡해요? 이런 몸으로.”
“부자유스러울 뿐 당신 몸 한 부분이 잘려나간 것도 아니잖아. 설사 팔다리가 다 없다 해도 당신이 내 아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아. 역지사지가 무슨 말인지 알지? 내가 당신처럼 되었다면 당신은 내가 보기 싫어서 버리고 떠날 텐가?”
“아니에요! 나도 당신을 못 떠나요!”
지혜인이 크게 도리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남편의 품에서 빠져나와 미안하다 하였다.
“그럼 됐어! 이제 딴 생각 안 할 거지?”
“응 안 해요.”
“자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로 갑시다.”
온무영은 아내를 끌어안아 번쩍 들어올렸다.
침대에 가서는 가만히 아내를 뉘면서 함께 누워 몸을 밀착시켰다. 지혜인은 남편의 품으로 파고들어 얼굴을 가슴에 묻었다. 혼란의 격동이 조금씩 안정되고 심장도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아 참!”
지혜인이 갑자기 남편의 가슴을 밀어내고 화들짝 놀란 탄성을 자아냈다.
“왜?”
“정말 놀라워요!”
“뭐가?”
“전에 병원에서 친구 만났잖아요?”
“응 나중에 들어서 알았는데 민수월 박사라 했지? 학교에서 수재였다더군. 미국에서서도 상당히 인정받았다는 말도 들었어. 그런데 그 친구가 왜?”
“아니 수월이보다 수월이 남편 말이에요.”
“아, 그 사람? 민 박사 신부전증을 치료해주었다던데 사실 믿어지지가 않았어.”
“사실이에요. 수월이가 어떤 친군데 아무나 하고 결혼했겠어요? 의사가 아니지만 남편이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까 했겠지요.”
“하긴 의사라고 꼭 의사와 결혼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사실이라면 대단한 사람이지.”
“대단할 정도가 아니에요. 그날 병원에서 만났다가 수월이 집으로 갔잖아요. 당신한테는 말 안 했지만 걔 남편이 나 체질을 진단하더니 대뜸 중풍이나 파킨슨씨병 증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말은 안 해도 속히 약 먹고 치료하면 나을 거란 표정이었어요.”
“정말? 그럼 치료해 달라고 하지. 왜 그랬어?”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