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김종길 기자]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투기 광풍 때는 항상 그렇듯 빚을 얻어 투자하는 사람이 생겨난다. 대부분 큰 사기꾼들이 그렇듯 초기에는 약속한 수익률을 지켰다. 미국 전역에서 8개월만에 무려 4만여명에게 1500만달러를 모았다. 그의 사기 방법은 당시 금융 전문가들조차 넘어갈만큼 복잡했고 그랬던만큼 그럴싸했던 모양이다. 보스턴 경찰 4명 중 3명이 이 상품에 투자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사실 여기에 드는 인건비를 감안한다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였다. 하지만 그 사실이 밝혀진 것은 불행하게도 일이 터진 뒤의 일이다. 물론 뒷사람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지불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이같은 사기행각들이 워낙 잦아 쉬워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문제는 폰지가 실제로 아무 사업도 벌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자율과 수익률의 차이는 부채가 된다는 것은 경제학과도 무관한 생활상식이다. 당연히 부채가 생겼고 더구나 몰입해서 하는 사업도 없는 상태에서 부채는 커지는 게 당연했다. 보스턴 우체국이 나섰다. 폰지式 사업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우편 쿠폰을 유통시키지 않으며 쿠폰 환전에 걸리는 시간이 폰지가 제시한 45일보다 훨씬 더 길다는 내용이었다. 일확천금의 집단몽을 꾸는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이를 비롯해 여러 번 그의 몰락을 재촉하는 사건들이 벌어졌지만 이미 돈 맛을 본 사람들은 이를 아예 믿으려 들지 않았다. 다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예비 투자자들이 폰지에게 투자하기를 꺼리면서 투자자금이 예전처럼 모이지 않았을 뿐이다.
결정적 한 방은 언론이 제공했다. 2년 후 보스턴 지역의 한 신문이 기사를 실었다. 폰지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그런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이었고 투자자들에게 주는 수익은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액에서 나온다고 고발한다. 순식간에 회사는 공중분해됐고 폰지의 게임은 여기서 끝난다. 그는 절도 혐의와 우편물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복역한다. 당시 언론은 이런 폰지의 사기 행각을 '피터에게 돈을 받아 폴에게 줬다'고 썼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대공황 발발 전인 192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 부동산 거품이 일 때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같은 방식의 사기 행각을 벌였고 또한번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의 수법에 넘어간다. 마침 검찰이 이를 눈치채고 그를 체포했기에 다행히 피해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지만 우리 인간이 얼마나 우매한지를 폰지가 다시 한번 증명해 보인 것이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버나드 매도프 사건의 피해액이 500억달러였으니 당시 화폐가치를 고려한다고 해도 후대에 이렇게 크게 떠들해댈만한 액수는 아닌데도 그가 금융사기의 원조이자 대명사처럼 된 것은 이후 많은 후학들(?)이 그를 모방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수의 愚衆이 이에 속아 재산을 날렸던 이 '폰지사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폰지바라기’들은 현대에도 엄청나게 많다. 회사 부도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4억7500만달러를 사취한 타워 파이낸셜의 스티븐 호펜버그, 증권회사를 운영하면서 전세계에서 1억달러 자금을 사기로 끌어모은 컬크 라이트, 폰지수법을 답습해 1196명으로부터 2억5000만달러 투자금을 모은 조지프 셰례셰프스키,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으로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주식시장 붐을 이용해 500억달러(약 68조원) 규모의 헤지펀드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외환거래를 미끼로 피라미드 사기를 벌였던 일명 ‘윈캐피타 피라미드 사기사건'의 한누 카일라야르비, 1000만명 러시아 국민들에게 1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힌 전형적인 피라미드형 사기‘러시아 MMM 사건’의 세르게이 마브로디, 60년대 뮤츄얼펀드를 통해 간접투자 열풍을 주도했으며 미국 주식시장을 주물렀던 IOS 횡령사건의 버나드 콘펠드 등등이 그들이다.
이같은 피라미드 사기뿐 아니라 금융위기나 저축은행 사태, 보이스피싱, 전세 및 대출 사기 등 수많은 사례에서 우리는 두뇌회전이 빠른, 소위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정신분석학자들은 금융범죄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애증의 관계로 규정한다. 범죄자들은 어떻게 결과적으로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매력적인 사업 기회로 포장할까? 금융범죄는 사기꾼과 피해자 간의 동적관계를 토대로 이뤄진다. 금융범죄자들은 병적 도박 중독, 빈곤 같은 피해자의 약점을 간파해 이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뭐니뭐니 해도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피해자들의 약점은 탐욕이다. 인생을 '큰 거 한 방'으로 결정하려는 이 탐욕의 허점을 금융범죄자들은 집요하게 파고든다. 탐욕은 금융범죄자들이 약속하는 보장수익으로 스스로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걸려든다. 이런 상호관계를 통해 금융범죄자와 피해자들 모두 만족감을 얻고 둘 사이의 관계에 더욱 의지하게 된다.
피라미드 사기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은 약속대로 배당금이 착실하게 지급되면 조직을 더욱 신뢰하게 되고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하며 초기 배당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투자한다. 초기에 막대한 수익을 얻은 후 아무 의심 없이 재투자 행렬에 동참했다가 탐욕과 경솔한 믿음으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금융범죄자들은 시장과 시장의 기능 방식을 기반으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기행각을 계획한다. 그리고 실행 단계에서 유령회사를 이용하거나 피라미드 조직을 매력적인 기업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한 온갖 속임수를 통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오가며 많은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다.
폰지 사기는 현대적인 대형사기의 전형이다. 폰지의 榮華는 잠시였고 재기는 없었다. 자서전을 출간하려 했으나 제작비를 내지 못해 책이 전량 폐기됐다니 말년도 순탄치 않았다. 어리석은 투자자들은 지나친 탐욕에 빠지거나 비현실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좇다가 늘 스스로 덫에 걸려들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두고두고 '감독 해태(懈怠)'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