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연재소설] 검법 용풍우락(87회)-칼날에 용이 뜨다
[글로벌이코노믹 박신무 소설가] “빠가야로! 감히 조선인이 우리 대일본국인들의 지성과 존엄을 우롱하는구나. 일본인과 조선인의 다리가 되어 줄 거라 믿고, 교육을 시킨 믿음을 배신했다. 아시아가 손을 잡고 서양 세력을 물리쳐서 공영하기를 바랐다. 그건 아세아대공영의 역사를 일으킨 일본인의 의지이며, 문명 선도국으로서의 사명이다. 넌 배신자다. 배운 바를 버리고, 어둠으로 들어가서 악의 패거리가 되려는 자다. 너를 키운 이 손으로 직접 제거하고 대일본제국을 잠재적 위험에서 구하고자 한다. 그러니 너는 겸허하게 마지막 양심을 회복하여 정의의 칼을 받아라.”유타카 사범은 머리 위로 칼을 치켜들고 겨눈다. 목을 향한 찌르기를 간신히 피하면서 우광은 마루에 나뒹군다. 유타카 사범이 다시 머리치기를 가한다. 우광이 몸을 틀어 옆으로 피하면서 유타카 사범의 칼을 아래로 흘렸는데, 튕겨져 나간 칼이 뒤에 있던 에쿠의 배를 찌른다.
유타카 사범이 놀라서 지혈한다.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간다. 그 사이 학교 선생님들과 일본 순사들이 달려 왔다. 일본인들이 우광을 체포하려 하자, 유타카는 칼을 치켜들고 막는다.
“얘는 내 제자요. 이 학생의 짓이 아니오. 내가 잘못한 거요. 감히 함부로 손을 대지 마시오. 누구든 섣불리 나서면 내 칼이 처단할 거요.”
“미안하다. 에쿠! 흥분하여 너를 찔렀구나! 욕망에 미친 어른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학생들을 서로 증오하게 하는구나! 결국 학생이 다쳤다. 잘못된 어른들의 죄다. 우광,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너는 가거라. 마땅히 가야 할 조선 독립의 길로! 이 말은 검도 사범으로서의 진심이다. 너의 뺨을 때려서 미안하다. 너의 피리를 빼앗은 것도 미안하다. 그래, 너는 정당했다! 의기를 가진 무사라면 당연히 정의를 살리는 길로 가야 한다. 백성들의 자유를 찾아 싸워야 한다. 부끄러운 사범이지만, 너를 제대로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행복한 너를 보고 싶다. 당당하게 조선의 노래를 부르는 너를, 그게 나의 보람이다. 나는 이 부끄러운 현장에서 떠나겠다. 무사로서의 양심마저 잃은 나에게 보내는 하늘의 경고를 달게 받겠다. 에쿠야, 우광의 잘못은 아니다. 너도 용서해라. 남의 나라를 빼앗아, 대동아공영권이라는 미명으로 정복 야욕을 꿈꾸는 일본인 권력자를 하늘이 벌주는 것이다. 무사로서 사람은 두렵지 않지만, 하늘은 두렵다. 하늘은 세세히 알고 있다. 일본인의 잘못된 욕심이 오늘의 비극을 잉태하여 서로 상처를 주는 것이다. 젊은이들끼리는 싸우지 마라. 노인들의 욕망이라는 유산은 물려받지 마라! 사범으로서 마지막 가르침이다. 욕망을 꿈이라고 잘못 가르친 지난날이 후회스럽구나!”
유타카 사범은 호적을 우광에게 돌려준다.
“너희들에게 참 가르침을 회복하고자 한다. 잘못은 고쳐서 적극적으로 시정해야 한다.”
유타카 사범은 칼을 뽑더니 자신의 배를 깊이 찔러 옆으로 긋는다. 보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물러선다.
“학생들을 건드리지 마시오. 만약 함부로 손 대면 죽어서라도 내 영혼이 당신들을 끝끝내 벌을 줄 거요. 내 유언을 말하겠소. 개개인의 자유와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모두들 힘쓰기를 바라고, 어두운 세상을 이기는 참 인간성을 회복하기 바라오. 그런 의미에서 내 죽음을 기억해 주시오. 사람의 양심이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고자 내가 희생하는 것이오.”
유타카 사범은 그 자리에서 눈을 꾸욱 감고 숨진다.
에쿠가 숨죽여 울면서 말한다.
“사범님, 잘못했어요. 사실은 지갑을 잃어버린 게 아니었어요. 우광 때문에 부모님이 당했다는 원망이 들어서 분풀이하려고 꾸민 거예요. 어른들이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걸, 바른 조국을, 바른 양심을 세우는 것이 청년이 할 일이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평생 잊지 않겠어요.’
우광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평소 참 무사의 꽃이 스스로 피어 떨어지면 만개의 싹이 되니 꿈을 포기하지 말라 하셨죠. 잃어버린 자유를 찾기까지 참고 또 참을 겁니다. 그리고 유타카 사범님이 몸소 보여주신 헌신을 마음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감사의 표시로 사범님의 영혼을 위한 노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우광은 호적으로 연주한다.
바위 고개 언덕을 홀로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
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님
… …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
죽은 유타카 사범의 위풍에 눌려 순사(巡査 : 일제 대 경찰)들은 차마 어쩌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그 날 밤, 우광은 만주로 가는 배를 탔다. 우광의 항로는 새벽 동보다 더 밝았다. 얼굴의 빛이 어두운 바다를 하얗게 비추고 있었다.
‘사부께서는 사랑이 무엇인지 내게 가르쳐 주려고, 기회를 주신 것이다. 전혀 기가 통하지 않는 사람과의 합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건 목숨을 거는 것이다. 오랜 인고와 진실의 힘만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는 귀한 경험을 남겨 주셨다. 칼빛이 진실한 훈련을 한 자에게서 나오듯이, 사랑의 빛은 진실한 마음을 실행하는 자에게서만 나온다. 이 또한 칼빛 수련과 같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숭고한 행동이었다.’
조선의 땅에는 화해의 다리가 되어 주신 유타카 사범님의 환히 웃는 얼굴과 에쿠의 하얀 미소가 떠 있었다. 우광은 조선의 땅을 향해 크게 외친다.
‘유타카 사범님, 진실의 희망이시어. 감사합니다!’
‘아픔을 딛고 피어난 꽃. 에쿠, 사랑해요.’
‘모두들 안녕!’
/글로벌이코노믹 글 박신무 그림 허은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