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영의 <삼국지>, <일지매>, <검정고무신>, 이현세 <공포의 외인구단>, <플란더스의 개>,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어린 시절 추억 속의 만화들이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의 지혜와 유비의 리더십도 기억에 남지만 문학가이고 예술가로서의 조조를 다시 알게 되었고, 서민 영웅 <일지매>의 영웅담, <검정고무신>에서는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정감 넘치던 고향마을의 아이들을 만나고,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를 통해 야구에 대한 집념과 우정, 순수한 사랑이란 목숨을 거는 것이라는 사랑관을 배우며, 문학적 감수성에 빠져 성장해 왔던 기억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이란 단어들이 톡톡 한 글자씩 튀면서 마음에 들어왔다.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의 저자 정지우는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여서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라는 부제를 달아 ‘현대의 삶이 어떻게 과거의 삶과 다른가? 그래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제1부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살고 있을까?’에서는 근대적인 인간상과 현대적인 인간상의 특징을 <그렌라간>, <원피스>라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레라간>은 나선왕에 의해 땅 속 깊은 마을에 갇혀 살게 된 한 청년이 기존의 정해진 삶, 억압된 삶을 거부 하고 땅 속 밖의 세상으로 나가고자 하는 희망을 갖게 되고 인류를 억압하는 적 ‘나선왕’을 찾아 물리치기 위해 ‘그렌단’을 조직하고 대의명분을 위해 싸운다는 줄거리이며 끊임없이 무한한 인간의 가능성, 진화, 진보의 가치를 가장 중요시한다.
영화‘국제시장’에서 애국가를 불러 애국심을 인정받고 독일의 광부로 일자리를 구하는 장면, 부부싸움을 하다가 애국가가 울리자 태극기에 경례를 하는 장면에서 1980년대 초까지 우리 사회의 현실 속에서 근대주의 인간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반면 자신의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삶’에 몰두하며 사는 우리가 현대적인 인간상이다. 이러한 현대적 인간형의 모습을 <원피스> 속 만화 주인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는 가장 강한 인간인 해적왕이 되기 위해서, 조로는 검사가 되는 것, 상디는 요리사, 나미는 최고의 항해사, 우솝은 최고의 저격수, 쵸파는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각자의 꿈’을 가지고 바다에서 모험을 계속한다. <원피스>의 인물들은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성공한 인간이 되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망을 가진 현대적인 인간형이다.
제2부에서는 대부분의 현대인은 광속의 변화 속도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 황금만능주의 소비시대를 살면서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 점점 간극이 벌어지는 빈부의 차이, 80만원세대 이태백 청춘들의 불안함,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직장인들의 고용의 불안감, 대형 기업에 밀려 문을 닫는 소상인들의 생계 불안,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집단적인 스트레스 등 현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과 불안함이다. 이러한 현대인의 불안감을 극단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 <진격의 거인>이라는 애니메이션이다. ‘다소 잔인하고 일본의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작가가 쓴 작품이라는 비난에도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가 뭘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인간의 천적인 거인에게 잡아먹히며 살던 인간은 거인의 키보다 높은 요새를 겹겹이 쌓고 100여 년간 평화를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성벽보다 키가 큰 거인의 출현으로 성벽은 무너지고 인류는 위기에 처하며, 늘 성 밖의 세상으로 나가 싶어 했던 주인공 엘렌은 거인을 물리칠 방법을 찾아 잠시 성 안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줄거리이다.
<진격의 거인>에서 ‘거인’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진, 쓰나미같은 자연재해, 경제적인 불황으로 인한 빈부차이로 겪는 생계의 고통, 로봇.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발생할 디스토피아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상징하는 것 같다. 이 숨 막히는 세상, 대안은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과 그 문제점들을 살펴보고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돈과 소비적 욕망으로 돼지로 변해버린 사람들과 그들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그려내는 세상에서 탐욕스런 인간의 군상, 삶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습, 우리의 삶과 직결된 사회적 환경이나 자연환경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 등을 통해 일상이 소소한 삶 속이 이기적이고 소모적인 소비를 통한 이기적인 인간관계를 벗어나 우리의 다양한 모습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 함께 힘을 합쳐 그 속에 감춰진 긍정적 문제해결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에서 여대생 하나는 늑대인간 청년은 사랑하게 되고 결혼하지만 늑대청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늑대아이 유키와 아메를 인간답게 키우기 위해 정성을 다하지만 딸 아나는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면서 인간 여자아이로 잘 자라지만, 아들 아메는 인간관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야생의 늑대로 돌아간다.
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현대적 인간형의 특징인 ‘나다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과도한 소비의 욕망으로 불안한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착한 경영’, ‘착한 소비’, ‘소비를 그만두다’, ‘그린경제’, ‘집단지성’, ‘소통하는 삶’이라는 변화의 움직임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소비의 유혹을 벗어나 사람다움에 대해,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대안을 생각해야 할 때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 현실을 이해하고 현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잠시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빠져들기 바란다.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진로독서연구소 연구위원(동광중학교 교사)

































